입소문 효과는 물론 소비자 니즈 반영돼 광고에 대한 관심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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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면 안에서 비행기 모양을 떼내자 빈 공간이 생긴다. 이 빈 공간 위로 손이 빠르게 움직이며 모래로 그림을 그리는 샌드 아트가 펼쳐진다. 손이 지나간 자리에 일본을 상징하는 후지산과 벚꽃이 생기고 금세 중국을 의미하는 만리장성과 판다가 그려진다. 이어 필리핀의 야자수와 푸른 바다 그리고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와 불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해외 여행지를 소개하는 이 1분짜리 동영상은 소비자가 직접 만든 광고 영상이다. 지난달 16일 마감된 에어부산 영상 광고 공모전 'Who's Next Director?' 내부 심사 당선작 10편 중 하나다.
최근 국내 항공사에서 소비자 참여형 광고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여행지가 직접 광고에 반영되거나 소비자의 사연이 광고로 만들어지는 등 '소비자 참여형 광고'가 항공업계의 마케팅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입소문 효과는 물론 소비자 니즈가 반영돼 관심을 끌 수 있어 치열한 항공업계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고객 충성도를 확실히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작년 10월부터 방영한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TV CF가 가장 대표적이다. 10개의 주제에 각 10곳의 유럽 지역을 후보로 소비자가 직접 순위를 선정해 제작된 이 광고는 각종 유명 광고제 상을 휩쓸었다. 유럽노선 매출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도 했다. 유럽노선은 2~3월 비수기엔 영업 손실을 면치 못했지만 새로운 광고 마케팅 덕에 밀라노와 암스테르담 노선의 평균 탑승률이 90%를 넘어서는 등 이례적으로 여행 수요가 급증했다. 홍익출판사가 광고를 보고 대한항공과 공동 기획해 출판한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1월15일 발간) 도서 역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등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거뒀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올해 1월 고객이 참여하는 '플라이 투(FLY to)' 광고 캠페인을 선보였다. '고객이 듣고 싶어하는,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광고'를 모토로 여행 자체의 경험을 감성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소비자 김민아(26·여)씨가 어머니와 겪은 실제 사연을 광고로 풀어내 추억과 사연을 통해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했다는 평을 받았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은 지난 3월부터 배우 이민호를 내세워 '마이 히로인' 캠페인 영상을 진행했다. 참여자가 사진을 등록하면 이민호와 함께 광고를 찍는 상대배역으로 선택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설정 등으로 호기심을 유발했다. 이 영상은 한 달 여 동안 1회이상 방문자 수가 104만명을 넘어섰고, 이 중 5%인 4만9000여명이 제작에 참여했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또 이 기간 제주항공의 '페북친구'는 일본, 태국, 필리핀, 홍콩 등 다양한 국가에서 늘어났다.
에어부산은 소비자가 직접 감독이 돼 광고를 만드는 공모전을 시도했다. '에어부산을 잘 홍보할 수 있는 광고영상'과 '에어부산의 전체 취항노선을 잘 보여주는 광고영상' 두 가지 주제로 모집한 이 공모전에는 100여개의 작품이 출품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오는 24일 온라인·오프라인·내부 평가를 통해 최종 결정되는 당선작은 연출, 각색 등 에어부산과의 연계작업을 통해 온라인 광고영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참여형 광고 마케팅은 기업 브랜드에 대한 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아닌 소비자 참여를 유도해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광고 방식"이라며 "소비자의 흥미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 광고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고 마케팅 차별화를 할 수 있어 각 항공사에서 이런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