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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본격적으로 '얼리버드'에 출사표를 던지며 가격 경쟁력 구축에 나서자, 최근 국내외 중·단거리 노선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국적 저비용항공사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4월 1일부터 선구매시 할인혜택을 주는 얼리버드 전용 항공권 '오즈 드림페어(OZ Dream Fare)'를 출시한다고 31일 밝혔다.
'얼리버드'는 탑승 날짜보다 통상 3∼6개월 전에 일부 좌석을 파격적인 할인가에 판매하는 저비용항공사의 대표적인 마케팅 방식으로 아시아나는 국내 대형사 중 유일하게 도입에 나섰다. 아시아나는 기존에 이런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임박특가 개념이었고 비수기나 인기가 낮은 시간대 항공편에 한정됐었다.
아시아나는 "매주 화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8시까지 한정된 좌석을 타임 세일즈 방식으로 판매할 예정이며 운항하는 10~12개 노선에 한해 선구매시 30~50% 할인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번 4월 1일 오픈시에는 인천~후쿠오카 노선의 왕복 항공권을 50% 할인된 19만7000원(총액 운임 기준)에 구매 할 수 있게 됐다.
오즈 드림페어 항공권의 1일 판매 좌석수는 전체 2000~2500석(노선별 100~400석)으로 한정되며 각 노선에 따라 3~5개월 이전 구매시 적용 가능하다. 판매 대상 노선과 할인율 등은 매주 변경되고 일반 항공권의 70% 수준의 마일리지 적립도 가능하다.
이는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통해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20~30대 젊은 고객층을 사로잡기 위해 저비용항공사의 마케팅 방식을 도입하고 온라인 기반 판매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이후 선보인 구체적인 방안이다.
대한항공과 저비용항공사 사이에서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한 아시아나항공이 기존의 높은 서비스를 유지하고 가격을 낮춘 상품을 내놔 저비용항공사들이 확장해나가고 있는 중단거리 노선을 다시 선점한다는 절치부심의 한 수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번에 실시하는 제도는 중·단거리 노선뿐만 아니라 장거리 노선까지 모든 노선을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비스는 떨어져도 가격 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운 저비용항공사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일부 저비용 항공사를 제외하고는 자본잠식이 진행 중인'속 빈 강정'과도 같은 상황에서 대형항공사의 역공세에 지금보다 더 치열한 경쟁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한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기존에도 할인된 가격의 항공권을 판매해왔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이번 얼리버드 출시는 그동안 할인된 항공권을 포장한 것일 뿐 향후 저비용항공사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며 일각의 위기론에 대해 일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영향이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단거리 노선에서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