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동부패키지 인수 포기 선언 동부그룹 구조조정 차질"
계열사 대우인터 매각설 모호한 입장 취해 주가 폭락
  • 권오준 회장의 '위대한 포스코(POSCO the Great)'공약이 공염불 위기에 몰렸다. 100일 째를 넘어선 권오준 체제의 포스코는 혁신 대신 결단력 부재를 앓고 있다는 지적이다.

      

    취임 초부터 사장단 인사를 두 차례나 연기시키며 혼선을 빚은 권 회장은 이후 △인사논란 △대우인터내셔널 매각 △신용등급 강등 △동부패키지(동부제철 인천공장 및 동부발전당진)인수 등 산적한 난제에 대해 신속한 대응을 못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기술전문가'오너의 한계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포스코의 가장 큰 이슈거리인 동부패키지 인수 경우 기업은행이 인수금액의 80% 부담을 자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차일피일 결정을 미뤄오다 결국 24일 인수포기를 선언했다.   

     

    인수합병(M&A)업계에 따르면 동부패키지에 대한 포스코 내부의 책정 금액은 최대 9000억원 수준인데 반해 정작 권 회장은 40% 수준인 5000억~6000억원 정도로 내다봤다. 

     

    최근 한국기업평가가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종전 AAA에서 AA+로 강등해 절대강자 지위를 박탈하면서 위기의식이 작용된 것으로 시장은 보고있다. 

     

    문제는 포스코의 동부패키지 인수 포기가 이미 시장에 기정사실로 나돌았음에도 권 회장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결국 권 회장의 '입'만 바라보던 동부그룹은 구조조정에 큰 차질을 빚게된 셈이다. 

     

    권 회장의 모호한 행보는 계열사 대우인터내셔널(이하 대우인터) 주가마저 폭락시켰다. 

     

    지난해 미얀마 가스전 개발 호재로 반년 만에 30% 이상 수직 상승했던 대우인터는, 권 회장이 재무건전성을 이유로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석달 만에 24%나 곤두박질했다.

     

    권 회장은 이렇다 할 언급이 없는 가운데 현재 전병일 대우인터 대표를 비롯해 경영진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주가 부양에 힘을 쏟고 있다.  

     

    ◇ 밖으론 관피아 인사 논란 안으론 '권오준 사단'포진 

     

    권 회장의 인사논란도 시끄러웠다. 산업통상자원부 국장 출신의 관료를 채용하려다 '관피아'논란에 휩싸인 것. 포스코가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으나 오너가 직접나서 정권과 긴밀한 접촉을 시도했다는 비난 여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포스코는 내부인사부터 개혁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명 '권오준 사단'으로 불리는 이들은 주로 권 회장이 취임 직전 인수를 위해 꾸린 테스크포스팀 멤버들이다.


    가치경영실에는 '혁신포스코 1.0'에 활동했던 임원들인 대우인터 조청명 전무와 조용두 상무가 각각 자리했으며 전중선 포스코 상무는 신규선임됐다.


    포스코의 가치경영실은 권 회장이 취임 후 신설해 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청명 실장의 경우 대우인터에서 경영기획총괄을 담당했으나 TF에서 재무혁신팀장으로 활동 후 가치경영실장을 맡게됐다.

     

    이 밖에도 대우인터 자동차강판본부 본부장을 맡았던 이원휘 상무는 포스코 전기전자마케팅실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포스코 ICT 경영지원실장이었던 최종진 상무는 포스코 인사관리실장으로 배치됐다.

     

    ◇ 주가 '권오준 효과' 한달 천하 

     

    한편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POSCO[005490]주가는 권 회장 취임 한 달여만에 기대 반영을 끝냈다.

     

    달리 호재가 없던 포스코 주가는 내부 기술전문가 출신인 권 회장 취임 소식에 기대감을 보이며 약 한 달간 상승랠리로 13% 넘게 올랐다. 


    실제로 3월14일~4월14일 한 달간 기관과 외인이 각각 1029억5300만원, 425억4500만원 등 '쌍끌이' 매수를 펼쳤다.


    이후 주가는 동부패키지 인수와 신용강등 등 악재에 전일(23일)종가 기준 10% 가까이 반납했다. 이 기간 기관은 1898억7900만원 어치 팔아치워 주가하락을 견인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오는 2분기 포스코 실적에 대해 "롤 마진 변화의 경우 전분기 대비 크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포스코에)큰 기대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단기 트레이딩 관점 유지를 권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