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인허가 절차에 다소 시일, 규제기관 엄격히 심사 중"
환경단체, "기대이하 지질문제로 완공 난항...안전우려 증폭"
  • ▲ 경주 방폐장 폐기물 처분시설ⓒ제공=원자력환경공단
    ▲ 경주 방폐장 폐기물 처분시설ⓒ제공=원자력환경공단

     

    경주에 건설중인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 공사가 99.97%에서 멈춰섰다.

     

    당초 6월30일 완공예정이었지만 준공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사업시행기간이 또다시 6개월 연장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8일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변경고시를 통해 방폐장 사업시행기간을 올해 12월로 늦췄다.


    6월까지 건설공사는 끝나지만 규제기관의 안전성 심사 등 방폐장 운영에 대한 인허가 취득협의를 위해 부득이 기간을 연장하게 됐다는게 산업부가 밝힌 사유다.

     

    하지만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애초 실시계획상 사업시행기간은 건설공사기간과 인허가기간을 합한 일정이라는 점에서 예정보다 건설공사가 지연되면서 결국 사업기간까지 연장됐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당연히 안전에 대한 우려와 함께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준공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벌어진 산업부와 원자력환경공단의 의뭉스런 행동들에 대한 의혹도 가시지 않고 있다.

     

  • ▲ 경주 방폐장 조감도ⓒ제공=원자력환경공단
    ▲ 경주 방폐장 조감도ⓒ제공=원자력환경공단


    ◇ 네차례 공기 변경...공사비 2.5배 증액...안전성 우려 확산

     

    방폐장 완공시기가 변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7월 최초 고시 이후 지질보강 등의 이유로 2010년 6월, 2012년 12월, 2014년 6월 등으로 계속 미뤄졌다. 

     

    공기는 23개월에서 90개월로 늘어났고 설계변경도 네차례가 넘었다. 공사비도 25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불었다.

     

    공기가 자꾸 늦춰지다 보니 원자력환경공단과 환경단체들은 완공시기 변경 횟수를 놓고도 실랑이를 벌일 정도다.

     

    환경단체들은 방폐장 건설 기간이 연장된 것은 지질문제로 공기가 지연됐기 때문이라며 수년째 지질 안전성 논란이 계속되는 방폐장의 공기가 또 다시 연장돼 불신이 더욱 커졌다고 주장한다.

     

    실제 방폐장 부지 일부는 무른 암반인 5등급으로 여전히 지하수 유입 등 안전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하루 수 천 톤의 지하수가 쏟아져 핵폐기물 드럼통을 넣어서 폐쇄하고 나면 사일로가 지하수에 잠기게 된다"면서 "지하수는 이동 속도가 매우 빨라 시간이 경과하면 균열이 발생한 틈으로 방사성물질이 새어나와 주변으로 확산된다"고 우려한다.

     

  • ▲ 방폐장 사일로 구조도ⓒ제공=원자력환경공단
    ▲ 방폐장 사일로 구조도ⓒ제공=원자력환경공단

    방폐장을 건립하는 원자력환경공단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공단 측은 "이번 사업기간 연장은 안전성 검사를 심도있게 하려는 것으로 공기연장과는 무관하다"며 "최종 검사를 받고 인허가 절차가 끝나는 대로 지하 처분시설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입출구가 하나뿐인 방폐장 동굴공사는 지하 한쪽방향으로만 하향굴착을 해야 하는데다 지하수를 만나면 별도의 양수작업이 필요해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행기관이 진행중인 안전검사도 암반과 지하수 유입 문제가 아니라 방폐물을 사일로 옮기는 크레인 이동 작업에 관한 마지막 4단계 조사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정수성 새누리당 국회의원(경주)은 26일 국회 당정회의에서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완공 시기를 연장한 것은 공사기간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허가 취득을 위한 것인데도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환경공단이 이런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지역 주민이 대형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며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 의원은 특히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은 산업부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과 소통이 부족한 데 기인한다며 부처간 칸막이 문제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지적에 공감한다"면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엄중히 따질 것은 따지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유사한 사례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 ▲ 검사 대기구역ⓒ제공=원자력환경공단
    ▲ 검사 대기구역ⓒ제공=원자력환경공단

     
    ◇ 투명한 공개로 신뢰 얻어야....'연약 지반-지하수 유입-공기연장'


    원자력환경공단과 산업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준공일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빚어진 의혹은 여전하다.

     

    공단측은 30일 준공을 기정사실로 여기며 각종 홍보활동을 벌여왔다. 7~8월 준공 기념행사까지 마련해 놓고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기자단 초청행사까지 열었다.

     

    이종인 공단 이사장은 지난 20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단계 공사가 완료되는 만큼 방폐장을 경주의 랜드마크를 만들어 지역과 연계하는 관광이벤트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산업부도 마찬가지다. 공단측은 5월에 사업기간 연장을 보고했지만 산업부는 18일에야 변경공고를 냈다.

    그나마 변경사실이 알려진 것은 홈페이지에 게재된 23일 이후다.

     

    산업부는 또 지난 24일에는 안전과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방폐장에 납품되는 외벽 배수 자재와  펜스 등 일부부품의 시험성적서 등이 위변조됐다며 셀프검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환경단체 등에서는 공사가 마무된 시점에서 이뤄진 안전검사상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다급하게 사업기간을 연장할 특별한 이유가 없어보인다는 이유다.

     

  • ▲ 2008년 방폐장 착공ⓒ제공=원자력환경공단
    ▲ 2008년 방폐장 착공ⓒ제공=원자력환경공단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8년 착공된 경주 방폐장은 214만㎡ 부지에 60년간 원전, 산업체, 병원 등에서 발생한 80만드럼의 중저준위 방폐물을 처분하게 된다.  1단계 10만 드럼에 이어 2단계 12만5000드럼 규모의 천층처분장이 건설된다.

     

    만에 하나 방폐물 드럼통을 채운 사일로에 균열이 생기고 방사능이 누출된다면 지하수와 바다 오염으로 식수와 국민의 식탁을 위협하는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그래서 경주방폐장의 안전검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더 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암반문제와 지하수 유입차단, 안전검사 결과 등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모두의 이해를 구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경주 방폐장이 또다시 구설에 오르며 탈이 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