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群 '전전긍긍'... 7월 조사 마무리-12월 고강도 제재 '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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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가 공정위의 직권조사를 받고 있다. 포스코 건설과 포스메이트 등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와 하도급 횡포 혐의가 주 타깃이다.

     

    농협 경제부문도 지난달 초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받았다. 전방위적으로 실시되는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사실 일찌감치 예견됐다.

     

    공정위는 지난 2월 대통령 업무 보고 이후  독점적 발주자·수요자인 공기업 집단과 민영화 기업인 포스코와 KT 등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2~3월, 공기업 거래업체와 간담회를 갖고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중소기업중앙회와 대한건설협회 등 관련 사업자단체로부터 애로사항도 수렴했다. 
     

    이를 토대로 3월, 26개 공기업집단 전부에 서면조사를 벌였으며 5월부터 현장조사에 나서 상위 공기업 집단에 대해 대대적으로 직권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한전과 LH, 가스공사와 코레일, 도로공사 등은 이미 조사를 마쳤으며 KT는 지난해 8월부터 10개월 넘도록 조사를 받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인천도시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석유공사, 서울메트로, 한국지역난방공사, 부산항만공사 등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공기업 중에서 추가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공기업군 조사는 대부분 이달 중 마무리되며 이후 보완조사를 거쳐 12월 중 제재방안이 확정된다. 제제수위는 종전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일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공기업 등의 불공정거래행위는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법 위반에 대한 시정조치보다 관련 제도 및 거래관행 자체를 정상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위반 업체의 명단을 전부 공개하고 불합리한 제도가 발견되는 경우 관계부처·기관과 협업을 통해 제도개선까지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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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르고 벼뤄온 공기업 조사


    지난 2009년 이후 5년만에 실시되는 공기업 상대 조사는 예상보다 훨씬 강도가 쎄다. 기관별로 서비스감시국 소속 조사관 10여명이 10일 이상 투입돼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부당하게 거래한 행위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

     

    불공정 행위 주요 포커싱은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 지원 행위 △퇴직 임원이 설립한 회사를 거래 단계 중간에 끼워 넣어 이익을 보장하는 '통행세' 관행 △합리적 사유로 발생한 공사대금 조정을 거부하는 행위 등이다.

     

    한전·가스公, 자회사 1조5천억 몰아줘


    공정위는 한국전력 조사에서 한국수력원자력·서부발전·남동발전·중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 등 6개 발전자회사, 한전KPS, 한전기술 등 산하 23개 계열사에 대해서도 함께 조사를 벌였다.

     

    이 중 전력거래용 통신망 구축이 주력사업인 한전 KDN은 최근 5년간 한전의 일감을 9800억원 어치나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다. 이 회사는 기술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1992년 한전 자회사로 독립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분 100%를 가진 가스기술공사에 2009~2013년 5년간 경쟁입찰 없이 6466억원어치를 수의계약으로 몰아줘 중소업체를 비롯한 민간 사업자들을 입찰에 참여시키지 않은 채 아예 경쟁에서 배제시켰다.


    LH·코레일, 이자 떼먹고 보험 몰아주고

     

    LH공사는 경영 효율화 명분을 들어 중소하청업체들에 대한 부당하도급을 자행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하도급 업체에 자재비와 인건비를 시가보다 낮게 계산해 주거나 추가 비용을 제대로 정산해주지 않았다.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그동안 생긴 이자를 떼먹은 정황까지 파악됐다.

     

    코레일은 하도급업체와의 거래에서 퇴직 임원 회사를 거래단계에 끼워 넣는 이른바 '통행세' 행위를 한 혐의와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의혹 대상은 자회사인 코레일 네트웍스가 만든 손자회사로서 KIB라는 보험 중개사다. 코레일측은 고객과 직원들의 보험을 이 회사를 통해서만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KT, '민영화 기업도 예외없다'

     

    포스코는 전직 퇴임 임원들의 모임인 '포스코동우회'가 설립한 계열사 포스메이트에 포스코 계열사들의 일감을 무더기로 몰아준 정황도 밝혀졌다.

     

    금액만도 최근 5년간 3700억원이 넘는다. 같은 기간 포스코동우회는 포스메이트로부터 해마다 11억~12억씩 60억이 넘는 배당금을 받았다. 담합 단골인 포스코 건설의 하도급 비리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 2002년 민영화된 KT는 보유하고 있는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2009년부터 기업메시징 서비스 시장에 진출해 일부 고객에게 중소사업자 원가 이하로 판매함으로써 중소기업이 창출한 신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소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2006년 81%에서 2012년 17%로 급감했다.

     

    공정위는 작년 8월 KT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조만간 제재수준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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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위가 5년만에 공기업군 직권조사에 나선 것은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과 맥을 같이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정위 업무보고에서 "공정거래의 모범을 보여야 할 공기업이 갑의 횡포를 부리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공기업 부채 감축 과정에서 협력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공기업 불공정 행위 근절을 위해 사정의 칼을 빼든 공정위.

     

    지난 2005년 공기업 관련 전담조직인 '독점관리과' 폐지 이후 9년을 벼르고 벼뤄온 칼날의 서슬이 퍼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