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관련 논의는 일절 없어… 금리인하 영향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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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첫 상견례를 가졌다.
최 부총리와 이 총재는 내수부진 등 하방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현 경기에 대한 인식을 함께 했다. 또 재정 등 경제정책과 통화정책의 조화를 이루자는 데도 공감대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들의 대화가 기준금리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 최경환·이주열 "경제 인식 공유… 앞으로 자주 만날 터"
최 부총리와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최 부총리 취임 이후 처음으로 만나 아침식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세월호 사고 영향으로 경기 회복세가 둔화한 가운데 내수 부진 등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한은은 밝혔다.
내수와 수출, 기업소득과 가계소득 간 불균형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 했다.
최 부총리와 이 총재는 앞으로 자주 만나 경기 인식을 공유하기로 했다.
이날 만남에서 최 부총리는 이 총재에게 "기획재정부 경제팀과 한국은행은 경제의 양 축이 아니겠느냐"며 "(두 기관이) 서로 협력하고 자주 만나서 경제 인식을 나눠야 대한민국 경제가 잘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부총리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국은행과 경제 전반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거시경제 전반과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면서 "인식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해겠다"고 화답했다.
이 자리에서 최 부총리는 "부총리 취임 후 공식적으로 (다른 기관장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개인적으로는 1979년에 한국은행에 취업했다가 공무원으로 옮긴 인연이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 금리 관련 논의 없어…금융권 해석 다양
최 부총리가 이 총재와 경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긴 했지만, 이 같은 현상이 실제 금리 인하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이 날 열린 조찬 상견례에서 금리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는 기준금리에 대해 논의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준금리의 '금' 자도 꺼내지 않았다"며 "기준금리는 한국은행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에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으로서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최 부총리가 인정한 셈이다. 그는 조찬 회동 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한국은행도 고유의 역할이 있으니까, 서로 존중해가면서 상호협력하면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한은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날 조찬 상견례 결과와 관련,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았다.
신홍섭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회동에서 나온 발언은 원론적이었고 가격에도 이미 반영됐기 때문에 시장에서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며 "경제 인식을 공유한다는 말은 결국 한은이 기재부의 인식 쪽으로 따라온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경환 부총리가 한은 총재의 입지를 고려해 금리 인하 압박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유화적인 모습을 보인 것 같다"며 "하방리스크가 크다는 경제인식이 같았기 때문에 시장에선 금리 인하 기대감을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 같다. 기준금리 인하, 금융중개지원대출 등을 활용해 거시와 미시를 합치는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최 부총리가 겉으론 금리 결정은 금통위 영역이라고 얘기했지만, 외부기관 방문 중 한은이 처음이라고 밝힘으로써 무언의 압박을 가한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