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푸치니 페스티벌'서 '춘향전', '황진이' 무대 서 클래식 한류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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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테너 이동명
    ▲ 테너 이동명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한국어로 된 노래지만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에서도 인기를 얻으며 전세계인이 따라 부르는 노래가 됐습니다. 음악에 있어 언어는 결코 장벽이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거죠. 우리나라 창작 오페라도 언젠가 베르디, 푸치니의 오페라만큼 사랑받을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클래식 한류를 이끄는 아시아의 별이 되어 전세계를 누비며 한국 클래식의 저력과 예술성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클래식계의 별로 떠오른 테너 이동명을 최근 그의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스튜디오에는 피아노 한 대와 그가 어린시절부터 모아 온 클래식 음반 수천장과, 악보가 빼곡히 들어 차 있었다. 중학교 시절 우연한 계기로 성악을 시작한 이후 용돈으로 하나씩 하나씩 모아 온 것들이라고 한다. 

    원래 권투와 육상을 하던 그가 성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성악을 배우던 누나를 따라 연습실에 갔던 그는 누나의 선생님으로부터 일종의 오디션을 받게 됐다.

    "선생님께서 절 보시더니 '너 노래 잘하게 생겼다. 노래 하나 불러봐라'고 하셨어요. 부를 줄 아는 노래는 애국가가 유일했죠. 불렀더니 선생님께서 '누나 말고 네가 노래를 해야겠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성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동명을 성악가의 길로 이끈 애국가는 그와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어린 시절 우연히 테너 임정근(가천대 교수)이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을 TV로 본 이동명은 큰 감명을 받고 그 때부터 애국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학생 때도 가요 대신 애국가를 즐겨 불렀으며 군인 시절에는 군종병 겸 성악병으로 근무하며 매일 아침 애국가로 장병들의 모닝콜을 대신했다. 지난해 광복절 행사때는 대통령을 비롯, 전국민이 지켜보는 생방송 무대에서 애국가를 제창했다. 

    "어릴때 화장실에서 혼자 목 터지게 부르던 애국가를 전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부르게 됐을때는 뭉클하고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언젠가는 전세계인이 지켜보는 무대에서 애국가를 부를 수 있는 날도 오리라 꿈꿔 봅니다."

  • ▲ 테너 이동명이 오페라 '투란도트'의 대표적인 아리아 '네순도르마'를 열창하고 있다.
    ▲ 테너 이동명이 오페라 '투란도트'의 대표적인 아리아 '네순도르마'를 열창하고 있다.

     

    테너 이동명은 국내는 물론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의 거장에게도 찬사를 받으며 세계적인 테너로서의 자질을 이미 인정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이동명은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에 수석입학, 졸업한 후 밀라노 시립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을 밟았다.

    특히 이동명은 유학 시절, 세계적인 드라마틱 테너인 피에르 미란다 페라로로부터 '동양의 오텔로'라는 극찬을 받는가 하면 페라로는 아예 이동명을 아들로 삼고 '피에르 카를로 리'라는 이탈리아 이름을 선사하고 그를 후계자로 지목했다. 바리톤으로 활동하던 이동명을 테너의 길로 이끈 것도 바로 페라로다.

    "한 매니지먼트로 오페라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낯선 이탈리아 신사분이 '넌 바리톤이 아니다. 테너다'라고 하시는 거에요. '누구지?'하고 쳐다보는데 반주자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마에스트로!' 하고 외치더군요. 나중에야 알게 됐죠. 그 분이 그 유명하신 테너 페라로였습니다."

  • ▲ 테너 이동명
    ▲ 테너 이동명

    페라로를 사사한 이동명은 바리톤에서 테너로 전향하게 된다. 테너로 전향한지 정확히 3개월 하고 10일 뒤, 그는 파에스툼(Paestum) 페스티벌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테너로 데뷔하게 된다.

    "페라로 선생님께서 레슨을 시작하시면서 제게 '너는 3개월 뒤 '투란도트'로 테너 데뷔를 하게 될 거다'라고 한 마디 던지셨어요. 테너로 전향한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데뷔라니. 두려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페라로 선생님은 제게 늘 '넌 원래 테너로 태어났다'고 말씀하시며 자신감을 주셨고 신기하게도 3개월이 뒤 저는 테너로 '투란도트' 공연을 성공적으로 잘 마쳤습니다."

    단 몇 개월만에 바리톤에서 테너로 전향하는 것은 사실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발성과 호흡은 물론 테크닉과 감성 표현까지 다시 새롭게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이동명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지 실감나는 대목이다.

    오페라 평론가 손수연은 "테너 이동명은 바리톤 출신이라 소리 볼륨이 다른 테너와는 다르다. 음성에 두께감과 중량감이 있어 동양인 테너로는 드물게 드라마틱한 역할을 잘 소화해 낸다. 거기다 좋은 체격과 외모, 연기력 등 오페라 가수로서 강점을 가지고 있고 자칫 무거워질수 있는 음색을 조절해나가는 영리함까지 겸비하고 있어 앞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게적인 테너가 될 가능성이 큰 성악가 중 하나”라고 평했다.   

  • ▲ 전설의 테너 까를로 베르곤지와 2006년 올해의 테너상을 수상한 테너 이동명
    ▲ 전설의 테너 까를로 베르곤지와 2006년 올해의 테너상을 수상한 테너 이동명

     


    이후 이동명은 이탈리아 몬테베르디콩쿨 우승, 부스꼴도콩쿨 우승 등 20여개 콩쿨에서 우승 및 입상했으며 2006년에는 세계적인 테너 카를로 베르곤지가 수여하는 ‘이탈리아 2006 최고테너상’을 받기도 했다.

    그 후로 오페라 투란도트, 토스카, 팔리아치, 일트로바토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라 트라비아타, 돈죠반니, 창작 오페라 '선구자, 도산 안창호' 등 각종 오페라 공연에 주역으로 출연하는 한편, 열린음악회, KBS초대석, 이무지치 협연 등 국내외 협연을 이어가고 있다.

    또 최근에는 해외 주요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이탈리아에서 독창회를 열었으며 4월에는 마카오에서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와 칸타타 '슬픔의 성모' 공연, 중국 장춘시 동방대극장에서 창작오페라 '박상진' 무대에 연이어 섰다.

    이어 지난 7월 16일에는 한일 친선 음악회에 한국을 빛내는 성악가로 초청받아 무대에 섰다. 당시 공연을 본 관계자들은 "한국 성악가와 일본 성악가가 내는 소리 자체가 달라 큰 감명을 받았다"면서 "특히 이동명 같은 테너 목소리는 처음"이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 ▲ 2014 이탈리아 푸치니페스티벌 공연 브로슈어
    ▲ 2014 이탈리아 푸치니페스티벌 공연 브로슈어

     


    이동명은 7월과 8월 대구, 밀양에서 오페라 '토스카' 공연을 올린 뒤 세계적인 오페라 축제인 이탈리아 토레 델 라고 푸치니 페스티벌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로 떠난다.

    이동명은 푸치니 페스티벌에서 한국 창작 오페라 '춘향전'과 '황진이' 공연에서 주역 테너로 선다. 이탈리아의 거장 지휘자인 마르코 발데리가 지휘를 맡으며 소프라노 김지현과 바리톤 박정민이 함께 무대에 선다.

    "오페라의 본 고장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큰 오페라 축제 중 하나로 꼽히는 '푸치니 페스티벌'에서 한국 창작 오페라인 '춘향전'과 '황진이'를 선보일 수 있어 영광입니다. 감사하게도 두 공연에서 모두 주역 테너로 서게 돼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낍니다. 이번 공연이 전세계 오페라계에 클래식 한류 붐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클래식 한류의 대표주자로 나선 테너 이동명. 국내와 아시아 오페라계를 넘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영국 코벤트가든, 이탈리아 스칼라극장, 오스트리아 빈 슈타트오퍼 등 세계 4대 극장 무대를 휩쓸게 될 그의 활약을 기대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