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과 우연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3년이 지나도 달팽이 껍질처럼 단단하게 이어진 인연의 끈은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았고, 결국 둘을 마주하게 만들었다. 
 
지난 13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극본 주찬옥 조진국, 연출 이동윤, 이하 '운널사') 13회에서 3년 뒤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펼쳐 보였다. 

헤어지고 3년이 흐른 후 파리 유학 후 캐릭터 작가로 성공한 김미영(장나라)과 그런 그를 3년간 잊지 못한 이건(장혁 분)이 우여곡절 끝에 마주하게 되면서 운명의 2막이 올랐다. 

본격적인 2막이 시작되자 그 동안 한 겹 한 겹 쌓아 올렸던 달팽이 커플에 대한 시청자들의 응원은 폭발했고, 수목드라마 시장은 대 파란이 일어났다. 첫 회에서 6.6%의 시청률로 수목 드라마 중 3위로 시작했던 '운널사'는 닐슨 코리아 기준 13회 만에 전국 시청률 11.5%, 수도권 시청률 13.6%를 기록하며 당당히 수목드라마 1위를 꿰찼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람들은 여전했고, 변한 건 건과 미영뿐이었다. 미영은 파리에서 인정받는 캐릭터 작가가 되어 '엘리 킴'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그녀는 함께 파리로 떠났던 다니엘(최진혁 분)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세련되고 예뻐졌지만 직원들의 커피를 챙기는 등 선한 마음은 그대로였다. 

건은 3년간 미영과 개똥이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며 살았다. '비밀에 방'에는 아기침대와 미영이 선물한 컵을 간직했다. 미영의 엄마(송옥숙)가 운영하는 식당에 수시로 들러 저녁을 먹고 가는 등 늘 미영의 주변을 맴돌았다. 미영의 전시회 팜플렛을 보며 "개똥아, 엄마 참 멋있다"며 진심으로 응원하는 모습은 건의 진한 사랑을 느끼게 하며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미영과 개똥을 향한 그리움은 건을 변화시켰다. 작은 것에 신경 쓰며 살았던 건은 세상에 마음을 열었다. 유전병에 대해 "어차피 사람은 한번 죽는 거. 언제냐는 차이일 뿐"이라고 말하는 등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됐다. 그로 인해 유전병도 잠복기 상태로 건강은 호전되어 갔다. 

둘의 운명이 다시 시작되는 걸까. 마카오에서 처음 만난 그때 그날처럼 2006의 마법이 다시 한번 펼쳐졌다. 건은 2006호를 예약했지만 호텔 미스로 2009호에 머문다. 맞은편 2006호는 미영의 숙소. 술에 취한 건이 자신의 방을 2006호로 착각하고 문을 두드리다 나온 미영과 마주쳤다. 그때 그날처럼 다시 운명의 출발대에 섰다. 

그러나 운명일까 싶으면 달팽이 커플은 또다시 엇갈리며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미영은 다니엘과 업무 차 들른 레스토랑에서 하필, 건과 세라(왕지원)가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하며 오해하고 묘한 표정을 지어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깨알 재미는 계속됐다. GOD의 박준형이 극 중 유아용 바디 샴푸 모델로 깜짝 출연해 웃음을 자아냈다. 장혁이 GOD의 '어머니께'를 부르는 동시 뮤직비디오가 등장하는 등 '운널사' 트레이드마크가 된 '크로스 연출'의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선을 보는 이용(최우식)을 전지연(박희본)이 찾아가 "용이 너 내 손에 죽었어. 내 입술까지 뺏어놓고"라며 소리치는 장면에서는 '아내의 유혹' 배경음악이 흘러나와 '운널사'의 막강 BGM의 위력을 발휘했다. 

장혁표 코믹연기는 '역시 장혁'이라는 감탄과 함께 매번 시청자들을 폭소의 도가니로 빠뜨렸다. 전시회장에 갈까 말까 거울 앞에서 혼자 얘기하는 장면은 악마와 천사의 두 얼굴을 번갈아 연기하며 혀를 내두르게 했고, 이영자라고 속이고 전화로 여자목소리까지 내는 장면에서는 웃음을 터트리게 했다. 

또한, 촘촘한 연출은 웃음과 눈물이 빠르게 교차되는 드라마의 집중도를 높였다. 특히 미영과 건의 공원 장면은 이동윤 피디의 위트 넘치는 연출로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자신을 영자라고 속이고 미영이 그린 개똥의 그림을 구매한 건은 이를 모른 채 그림을 돌려달라는 미영과 신분을 속이고 문자를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동윤 피디는 문자로 주고받는 장면을 마치 둘이서 대화하듯이 나란히 앉아 대화하는 장면으로 표현해 건과 미영의 속내가 더 깊이 있고 진실되게 드러나게 하는 절묘한 효과를 거뒀다..

한편,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 14회는 14일 밤 10시 방송된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 장혁 장나라 재회, 사진=㈜넘버쓰리픽쳐스/페이지원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