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두 단체로 분열
삼성과 협상 결렬

삼성 백혈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협상단 8명 중 6명의 피해자 가족이 별도로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족대책위)'를 구성했다. 

반올림 내부에서 보상안을 놓고 의견 차이가 생긴데다 반올림 활동가들이 피해자 및 가족의 의견을 반영해주지 않자 6명이 이탈 의사를 밝히고 별도 협상 단체를 만든 것이다. 

이 가운데 3일 오후 2시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진행된 백혈병 논란 관련 7차 협상이 '협상 주체' 논란으로 의견을 좁히지 못한채 끝내 결렬됐다. 

반올림은 삼성에 협상 주체를 명확히 해줄 것을 요구한 반면 가족대책위와 삼성은 '단체는 다르지만 모두 피해자 및 가족인만큼 앞으로도 같은 자리에서 협상을 진행하며 의견 차이를 좁혀가자'는 입장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송창호 가족대책위 대표는 협상이 끝난 후 "별도로 가족대책위를 구성했지만 '가족대책위', '반올림' 등 명칭이나 형식에 제한받지 않고 피해자와 가족의 의견을 한데 모아 협상을 진행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삼성과 반올림이 지난 1년 6개월간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어떤 진전도 없었다"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가족대책위를 구성, 삼성과 별도 협상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올림 측은 가족대책위와 의견 차이가 분명한 만큼 사실상 같이 갈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삼성 측에 협상 주체를 확실히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갑작스러운 반올림의 분열에 삼성은 "주체는 중요한 게 아니며 백혈병 피해자 및 가족을 최우선으로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가족대책위와 반올림의 피해자 및 가족 8명의 뜻을 하나로 모아 합의점을 찾겠다"고 밝혔다.

반올림의 황상기씨는 "끝까지 함께 못한것은 마음 아프지만 이렇게 된 것은 삼성의 책임이 크다"며 "삼성은 반도체와 LCD 피해자들에게 폭넓게 보상하겠다고 해놓고 안에서는 8월 안에 교섭단에 우선 보상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반올림 내부 분열의 책임을 삼성 측에 돌리고 있는 것에 대해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반올림 내부 분열의 책임은 반올림에 있다는 것을 협상장에서 분명히 말했다"면서 "반올림에 다시는 사실을 왜곡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반올림 내부 이견으로 난감하고 혼란스럽다"며 "일단 반올림과 가족대책위의 입장을 들어보고 해결방안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올림과 가족대책위, 삼성전자간 다음 협상은 오는 17일로 예정 돼 있다.

한편 지난 1일 반올림에 소속된 8명 중 6명(송창호, 김은경, 정희수, 유영종, 정애정)은 삼성이 제안한 우선 보상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현재 반올림에는 황상기씨와 김시녀씨 2명만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