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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9.1대책을 발표한 지 한달. 수도권 부동산시장에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값 상승률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실거래도 늘고 있다. 여기에 찬밥신세로 전락했던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3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24% 상승했다. 상승률만 놓고 보면 올들어 최대치다. 전년동월과 비교해도 1.80% 올랐다.
특히 부동산경기침체가 심각했던 수도권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의 연이은 규제완화 정책 발표 효과로 저가매물이 소진되고 재건축 연한 완화 수혜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상승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시장 회복세가 뚜렷하다.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31% 올라 2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선호도가 높은 전용 85㎡ 이하 아파트는 물론 85㎡초과 중대형도 상승했다는 점이다. 85㎡초과~102㎡이하는 0.42%, 102㎡초과~135㎡이하 0.23%, 135㎡초과 0.04% 순으로 올랐다. -
중대형 아파트는 매매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자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취득세·보유세 등 부담도 커 수요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이에 신규 분양시장에서 중대형은 미분양으로 직행,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 요인이 됐다.
하지만 7.24대책으로 커지기 시작한 기대감이 9.1대책 이후 확산되면서 중대형 물량도 차츰 팔리기 시작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9.1대책 발표 이후 관망세를 보이던 투자수요자들이 주택시장에 유입되기 시작했다"며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벌이면서 매매로 전환하려는 실수요자들이 중소형을 위주로 움직이고 있고 머뭇거리던 투자수요도 더해져 주택시장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세기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중대형이 팔리기 시작한 원은 대출규제 완화 효과로 풀이된다"며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면서 중소형에서 중대형으로 갈아타려는 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아파트 거래건수는 7974건으로 전월보다 1167건 늘었다. 지난 6월 5167건까지 떨어졌던 거래건수가 7월 6175건, 8월 6807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9.1대책 이후 중대형 아파트가 거래된 곳으로는 강남구 논현동 동현 아파트 전용 150㎡가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 19일 10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역삼동 역삼아이파크 116㎡도 1일 12억8000만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강서구 마곡엠밸리5단지 114㎡는 18일과 19일 각 5억8800만원, 5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가양동 대림아파트 131㎡도 18일 3억9800만원에 팔렸다.
분양시장에서도 중대형 아파트가 순위 내 청약을 마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원주 혁신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은 청약률이 낮은 강원도에 분양했음에도 전용 95~131㎡ 9개 중대형 주택형 중 8개가 순위 내 청약을 마감했다. 기흥역 롯데캐슬 레이시티 234㎡A와 207㎡B도 3순위 마감했다.
미분양도 감소세다. 국토부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수도권은 전월(2만6896가구) 대비 13.7%(3682가구) 감소한 2만3214가구로, 2개월 연속 감소했다. 85㎡ 이하는 전월(3만2185가구)보다 13.5%(4356가구) 감소한 2만7829가구로 나타났다. 85㎡ 초과는 전월(1만9182가구)대비 11.6%(2227가구) 감소한 1만6955가구로 집계됐다.실제로 인천 송도에서 분양 중인 송도더샵마스터뷰는 현재 계약률이 90%를 넘어섰다. 이 단지는 중대형 물량이 남아 있었으나 7.24대책 발표 이후 잔여가구에 대한 계약이 늘고 있다.
영종 한라비발디도 할인분양을 실시, 마감을 앞두고 있다. 전용 101~204㎡ 잔여가구를 분양 중으로 101㎡는 마감했다.
서울 마포구 아현1-3구역을 재개발한 아현 아이파크는 지난 8월 전월 대비 4배 넘는 물량이 소진되며 미분양 소진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달들어서도 미분양이 줄어 마감을 앞두고 있다. 현재 111㎡ 일부 가구가 남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7.24대책 발표 이후 미분양이 점차 줄기 시작했고 이달 9.1대책이 나오면서 속도를 더해 가고 있다"며 "내 집 마련에 나선 수요자들이 금융혜택이 풍부한 미분양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마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세기 부장은 "주택가격 상승세는 연내까지 유지될 확률이 높다"며 "다만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안 처리 문제, 재건축 규제 합리화 방안 중 서울시와 상충되는 부분 해소 등이 복병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