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과제 지지부진…중장기는 손도 못대이해관계자간 의견 중재기능 강화 시급수수료 체계 개선 위한 구체적인 추진 계획 필요

  • 여신금융협회의 밴(VAN) 시장 구조개선 실행방안이 1년째 답보 상태다. 이로 인한 영세가맹점들의 피해는 여전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 소액결제 비중 확대, 대형가맹점 리베이트 관행 등 여러 가지 문제로 현행 밴 수수료 체계를 일부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김근수 여신금융협회 회장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추진과제로 밴 시장 구조 개선을 꼽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여신금융협회로부터 연구 용역을 의뢰 받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거래당사자인 밴사와 가맹점 간에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시장거래구조로 개편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이에 여신금융협회는 지난해 밴 수수료와 거래 체계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단기 과제와 중장기 과제를 제시했으나, 추진은 1년째 답보 상태다.

    이런 와중에도 협회는 자신들의 수익 사업 확대에만 관심을 갖고 있어 회원사들 사이에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 1만원 이하 소액결제 비중 상승 추세

    전체 신용카드 이용 건 중 1만원 이하 소액결제 건의 비중은 2002년 7.7%에 불과했으나, 올해 약 40% 수준으로 크게 상승했다.

    현행 밴 수수료 책정은 카드 이용 건당 이뤄지는 정액제 방식이어서 소액결제가 늘면 늘수록 카드사는 손해를 입게 된다.

    반면, 신용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 대비 밴사의 밴 수수료 수익 비중은 2009년 6.7%에서 2013년 11.2%로 크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밴 수수료 책정을 '정률+정액' 혼합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고질적 관행 리베이트…영세가맹점 수수료 부담으로 이어져 

    그 동안 밴사의 대형 가맹점에 대한 리베이트 관행은 많은 지적을 받아 왔다.

    통상적인 거래와 달리 밴사가 가맹점에 서비스를 제공하나, 밴 수수료는 카드사로 부터 받는 독특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밴사들은 시장점유률 확대와 카드사와의 수수료 협상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과도한 리베이트를 제공하면서까지 결제 건수가 많은 대형가맹점을 경쟁적으로 유치해왔다.

    결국 밴사가 대형가맹점에 쥐여 준 돈을 메우기 위해 영세가맹점을 포함한 전체 가맹점 수수료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 영세가맹점주는 "여신협회의 밴 수수료 구조 개선 방안이 하루빨리 시행돼 영세가맹점의 주머니를 털어 대기업 배를 채워주는 현재 왜곡된 밴 시장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여신협회, 종이전표 공동 수거 등 단기 과제 조차 지지부진

    여신협회는 지난해 밴 수수료 구조 개선 단기 과제로 종이전표 공동 수거, IC 단말기 보급 등을, 중장기 과제로는 밴 수수료를 밴사와 가맹점이 협의·결정, 리베이트 지급시 패널티 부과 방안 등을 내놨다.

    그러나 이 모든 방안들의 추진은 1년째 답보 상태다.

    여신협회가 지난 2월 초 추진하겠다고 밝힌 단기 과제 중 하나인 종이전표 수거 업무도 아직까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종이전표 수거 업무를 통해 자체 사업 확대에만 관심을 뒀다는 비난만 받았다.

    여신협회는 카드사들이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밴사에 위탁해 온 종이전표 수거 업무를 공동진행해 비용을 절약하겠다며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라는 업체를 공동위탁업체로 선정했다.

    밴사들은 가맹점에서 출력한 종이전표를 수거해 주는 대가로 카드사에게서 건당 30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지만,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는 건당 27원의 수수료를 받기로 해 3원 가량 저렴하다고 협회 측은 설명이다.

    하지만 종이전표가 필요 없는 전자서명 패드 등이 널리 보급된 상황이어서 공동전표수거로 아낄 수 있는 돈은 미미하다는 게 업계 대부분의 의견이다. 오히려 불투명한 선정으로 뒷말이 나오고, 밴사와의 상생과 카드사간 담합 의혹 문제만 부각시켰다.

    지난 4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전업카드사 사장단을 긴급 소집해 정보유출 재발 방지 대책 일환으로 조속한 IC단말기 전환을 요구했으나, IC단말기 전환 사업 역시 수개월째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금 조성안과 IC단말기 표준 초안만 나왔을 뿐, 협회의 카드사와 대형가맹점간 의견 조정 역할 미흡으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대립이 첨예한 것 같다"며 "밴사와 대형가맹점의 비정상적인 수수료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방향으로 여신협회의 중재기능이 강화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훈 KB금융경영 연구소 연구위원은 "여신협회는 밴 수수료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면서 "밴사는 신용카드 산업 성장에 일조하며 그 현상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국내 16개 밴사의 협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