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박준경 상무 107억 불법 대여 등 1심 무죄 2건 '유죄' 뒤집혀같은 죄목 구속 재계 총수들과 형평성 논란 등 사실상 긁어 부스럼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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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뉴데일리경제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형량이 보다 무거워진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2건에 대해 2심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하며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현재 금화석유화학측은 예상치 못한 법원의 판결에 아쉬움을 내비치며 "내부적으로 항소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1심서 무죄를 받았던 부분까지 유죄로 인정되는 등 항소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원의 기업인에 대한 재판이 과거와 달리 엄격해진데다, 이번 2심에서 형량까지 늘어나는 등 긁어 부스럼만 키웠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특히 같은 죄목으로 실형을 받은 다른 재계 총수들과의 형평성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형제의 난으로 이어진 이번 사태가 사실상 동생의 패배로 끝나게됐다.
24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황병하)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회장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형량을 크게 늘렸다.
이날 재판부는 "거대기업인 금호의 대주주이자 금호석유화학, 금호PNB화학의 지배주주인 박찬구 회장이 회사로 하여금 아들인 박준경 금호석화 상무에게 2년 2개월 간 총 23회에 거쳐 107억여원을 대여하도록 했다. 또 주식매수 자금 마련을 위해 금호석화에 31억9880만원 상당의 전자약속어음 채무를 부담하게 했다"고 밝혔다.
지난 1심에서는 박준경 상무에 대여해 준 107억원 중 34억원만을 유죄로 판단했지만, 항소심에서는 107억원 모두를 유죄로 판단한 것이다. 또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전자약속어음 31억9880만원 채무 부담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박 회장은 회사 경영상 필요나 회사의 이익과 무관하게 특수관계인(아들) 등 지극히 개인적 필요에 의해 이같은 대여를 진행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자신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임직원들에게 자신의 임무를 위반하도록 한 만큼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질타했다.
이어 "거대기업이 국가 경제와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경제 현실 속에서, 지배주주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수준과 책임이 엄격해지고 있다"면서 "박찬구 회장이 보여준 행태는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박준경 상무의 대여금과 약속어음 등 채무를 모두 변제하고 손해발생 위험이 현실화 되지 않았다는 점, 박찬구 회장의 위법성 인식이 다소 낮았던 점, 임직원들이 박 회장의 선처를 탄원하고 벌금을 초과하는 형사처벌을 과거에 받은 적이 없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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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찬구 회장은 법원에 1시간여 전 미리 도착, 차 안에서 기도를 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법정에 들어서기 전에는 다소 담담한 표정으로 변호인단 및 회사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항소심에는 박찬구 회장의 부인 위진영씨와 이번 재판의 핵심 인물인 아들 박준경 상무보도 함께 참석했다.
박 회장은 재판부의 판결을 듣는 중에는 담담한 태도를 유지했으나, 법원을 나설때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1심보다) 형량이 늘 것이라고는 예상을 못했다"면서 "앞으로 대법원 판결이 남은만큼 변호인단과 함께 항소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박 회장님은 회사의 지분을 확대시켜 회사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의도였는데, 이를 재판부에서 '경영상 필요가 아닌 개인적 의도'라고 판단한 것은 상당히 아쉽다"면서도 "판결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무엇보다도 긴 시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리며 앞으로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