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하면 주식매수청구 못하고, '반대'하면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도
주주간 치열한 눈치싸움 예상
  • '땅과 바다를 아우르는 종합플랜트 회사'로 도약하고자 합병을 위해 달려가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첫번째 난관에 도착했다.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합병 승인을 얻어내야 하는데, 전날 대주주중의 하나인 국민연금이 서면으로 '합병 반대' 의사를 표시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반대의사를 표한 것은 일단 '주식매수청구권(합병·영업양도 등의 문제로 이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회사에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을 확보하고 보자는 심산으로 분석되나, 이 결정이 소주주들에게 어떤 여파를 미칠지에 대해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27일 오전9시 양사의 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주총에 참여한 모든 주주들은 양사의 합병과 관련해 찬성, 반대, 기권 등 3가지 의사를 표할 수 있다.

    우선 전날 서면으로 합병에 반대의사를 밝힌 국민연금의 경우 이날 주총에서는 '기권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찬성으로 돌아서면 주식매수청구권을 잃게 되고, 반대표를 던질 경우에는 합병자체가 무산돼버려 주식매수청구권 자체를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기권을 한 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마감기한인 다음달 17일까지 주가추이를 살핀 후, 주가가 높게 뛸 경우 그대로 주식을 가져가고, 주가가 계속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다면 주식의 매수를 청구해 최대한 이익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달 1일 이사회를 통해 합병을 결의했다. 당시 형성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은 삼성중공업이 2만7003원, 삼성엔지니어링이 6만5439원이다.

    그러나 해양플랜트 발주가 올들어 급격히 줄어드는 등 양사의 합병 시너지가 생각보다 크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들이 잇달아 나오며, 양사 모두 주가는 크게 떨어진 상태다.

    지난 24일 장 마감 기준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2만2800원, 삼성엔지니어링은 5만4300원이다. 만약 주총에서 합병 승인이 떨어지고, 다음달 17일까지 이 주가가 이어진 상태에서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각각 3684억1033만원과 1725억1775만원씩을 들여 그 지분을 사줘야한다.

    국민연금은 지난 6월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지분 5.91%(1364만3311주)와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 6.59%(263만6314주)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이같은 눈치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소주주들 역시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삼성중공업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주의 가격은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단기간에 회복세를 보이긴 힘들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삼성중공업과 특별한 이해관계에 있지 않은 이상 소주주들은 합병 여부를 떠나 개인의 이익을 살리는 판단을 할 확률이 높다. 만약 향후 주가를 살피며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반대나 기권표에 쏠림현상이 발생할 경우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고, 일단 합병을 찬성하고 본다면 향후 주가가 더 떨어지더라도 '주식매수청구권'을 아예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합병에 찬성의사를 보인 주주가 더 많아 합병 승인이 떨어지더라도 모든게 끝난 것은 아니다. 만약 11월17일까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지 못해 대다수의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양사가 부담해야할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합병을 포기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