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승인은 됐으나 실제 찬성표 던진 주주는 절반 이하로 알려져
다음달 17일 주식매수청구권 마감 기한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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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여부를 묻는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됐다. 합병을 통해 '땅과 바다를 아우르는 종합플랜트사'로 도약하겠다는 양사는 '주총'이라는 1차 관문은 넘어섰지만, '주가'라는 마지막 관문을 넘어서야 최종 목표에 다다를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27일 오전 9시 각각 서울 강남구 메리츠타워와 서울 강동구 삼성엔지니어링 본사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양사의 합병 승인 안건을 가결했다.

    주총에서 합병 승인이 떨어졌어도, 양사가 곧바로 합병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예정된 합병기일은 오는 12월 1일로, 그 사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라는 변수가 남아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주식회사에서 합병·영업양도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회사에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합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주주들은 합병에 반대할 이유도 없지만 혹시나 반대를 했더라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주식을 계속해 가져가게 된다.

    문제는 최근들어 셰일가스 붐이 일며, 유가가 급격히 하락함에 따라 해양플랜트 발주도 덩달아 크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양사 합병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으로 번져갔고, 양사의 주가도 크게 줄었다.

    지난 9월1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이사회를 통해 합병을 결의했을 때 형성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은 삼성중공업이 2만7003원, 삼성엔지니어링이 6만5439원이다.

    그러나 지난 24일 장 마감 기준 양사의 주가는 각각 2만2800원, 5만4300원이었다. 주총에서 합병안이 승인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며 오전 11시50분 현재 각각 2만3900원, 5만6400원을 기록 중이나, 여전히 주식매수청구 기준 가격과 비교해서는 가야할 길이 먼 상태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이날부터 오는 11월17일까지 행사가 가능하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안이 주총을 통과하기는 했으나, 실제 찬성을 표한 주주는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총에서 합병안의 승인요건은 참석한 의결권 있는 주주의 3분의 2이상의 찬성 및 의결권 있는 전체 주주의 3분의 1이상의 찬성이다.

    만약 다음달 중순까지 주가가 주식매수청구 기준 가격을 밑돌 경우, 절반이 넘는 주주들이 한번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높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삼성중공업과 엔지니어링은 1개월 안에 매수를 원하는 주주들의 주식을 사줘야하고, 결국 주식매수청구 기준가격과 주가만큼의 차액을 손해보게 되는 것이다. 또 단순히 차액만큼만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현금을 급하게 끌어다 써야한다는 부담도 있다.

    예를 들면 오는 11월16일 삼성중공업의 주가가 2만5000원으로 장을 마감했을 경우, 주식 100주를 가진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시 삼성중공업은 270만원어치 주식을 사들여야하고 20만원의 손해를 보게된다.

    전날 서면으로 반대의사를 밝힌 국민연금만 하더라도 지난 6월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지분 5.91%(1364만3311주)와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 6.59%(263만6314주)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각각 3684억1033만원과 1725억1775만원씩을 들여 그 지분을 사들여야만 한다.

    앞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각각 주식매수청구가 총합이 각각 9500억원과 4100억원을 넘을 경우 합병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양사의 주가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9년에도 현대모비스가 오토넷과의 합병을 추진한 바 있으나, 2조8796억원에 달하는 매수청구액문제로 합병이 무산된 바 있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격히 떨어지자 주주들이 연이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08년에도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이 1766억원에 달하는 매수청구액 문제로 합병을 포기한 바 있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양사 합병을 통해 "글로벌 초일류 종합 EPC(설계,구매, 제작) 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매출액 기준으로는 2013년 약 25조원에서 2020년에는 4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종합플랜트 회사로 성장할 계획"이라는 청사진을 세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