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베스크 테크놀로지연간 1만대 규모 생산"중국에 제2의 SK 건설... 긴 안목으로 사업 추진해야"
  • ▲ 최태원 회장(사진 왼쪽)이 SK이노베이션 글로벌테크놀로지 내 전기차용 배터리 1호 양산라인에 직접 방진복을 입고 들어가 생산된 배터리 셀을 확인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 최태원 회장(사진 왼쪽)이 SK이노베이션 글로벌테크놀로지 내 전기차용 배터리 1호 양산라인에 직접 방진복을 입고 들어가 생산된 배터리 셀을 확인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최태원 회장의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을 발판 삼아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가속도를 낸다. 지난 2009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자국 최대 자동차 업체인 베이징자동차그룹과 합작사업을 펼치는 등 중국 시장을 거점으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SK그룹은 일찌감치 故 최종현 회장 경영 시절부터 중국 시장을 강조해왔다. 이것이 바로 SK의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이었다. 차이나 인사이더는 SK그룹이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이 아닌, 중국 내에서 사업을 해 중국에 재투자하는 중국 기업 즉 내부자(insider)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최태원 회장의 '글로벌 파트너링'과도 연장선상에 있다. 

    최태원 회장은 그동안 중국에 '제 2의 SK' 건설한다는 일념하에 생산기지 구축과 현지 파트너십 구축 등 중국시장 개척에 적극적 행보를 보여왔다. 

    SK의 중국 최대 프로젝트로 꼽히는 시노펙(SINOPEC)과의 우한 에틸렌 합작 사업은 최태원 회장이 2006년부터 7년 간 뚝심 있게 시노펙 최고 경영진과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해 성사시킨 경우다. 

    최 회장의 이같은 노력이 있었기에 '베이징  베스크 테크놀로지' 합작사업 또한 가능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중국 최대 국영 기업이자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인 시노펙과의 성공적인 합작 사업을 통해 SK의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고, SK의 사업 능력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하게 되면서 중국 내 거물급 기업과의 파트너링이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과거 중국 사업과 관련해 경영진에게 "SK의 중국 사업은 30년을 보고 현지 기업 관점으로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긴 안목으로 추진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밖에도 SK는 SK한국고등교육재단 등을 통해 '베이징 포럼'을 여는 등 다양한 중국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매년 중국 하이난(海南) 섬에서 열리는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인 보아오(博鰲) 포럼에 참석해 중국 지도층 및 오피니언 리더들과 정기적으로 친분을 쌓는 등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 구축을 위한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의 '글로벌 파트너링'과 '차이너 인사이더' 전략을 발판 삼아 SK는 국내 기업 중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하게 됐다"면서 "베이징 베스크 테크놀로지를 교두보 삼아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글로벌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전공-베이징자동차그룹 합작법인 '베이징 베스크 테크놀로지'

  • ▲ 중국 베이징 베스크 테크놀로지 합작법인 계약 체결식 ⓒSK이노베이션
    ▲ 중국 베이징 베스크 테크놀로지 합작법인 계약 체결식 ⓒSK이노베이션

     

    올해 1월 SK이노베이션은 중국 1위 LCD 패널 생산업체인 베이징전공, 중국 4대 자동차 회사인 베이징자동차그룹과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베이징 베스크 테크놀로지(Beijing BESK Technology)'를 설립하고 중국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SK이노베이션 등 3개사의 각 영역별 기술력과 사업 경험 등이 더해진 베이징 베스크 테크놀로지는 우선 베이징 현지에 연간 전기차 1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 팩 제조라인을 구축해 가동 중이다. 오는  2017년도까지 생산 규모를 2만대로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와 시장 개척을 발판 삼아 연 매출 12억 위안(한화 약 2100억 원) 이상을 달성하는 중국 내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이 설비를 통해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베이징 베스크 테크놀로지를 통해 2000여대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베이징자동차에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내년에는 최소 5000~8000대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공급된 전기차용 배터리는 베이징자동차에서 새로 출시될 전기차에 탑재돼 올해 중 시판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세노바 EV는 다음달 5일부터 11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의전차량으로 공식 채택됐다. 세노바 EV는 베이징자동차그룹이 특별 맞춤 제작한 전기차로 총 50대가 사용된다.

    세노바 EV에는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이온배터리가 탑재됐으며 내년 초 정식으로 출시된다. 베이징 베스크 테크놀로지는 내년 초 신형 전기차 모델 3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SK는 베이징자동차그룹과 다방면으로 협업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전기차 배터리 설비 증설·전기차 배터리 전담 조직 구축

  • ▲ SK이노베이션과 기아자동차가 지난 4월 쉐라톤워커힐호텔 애스턴 하우스에서 SK이노베이션 구자영 부회장(왼쪽), 이삼웅 기아차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쏘울 EV’ 출시 기념식 및 1호차 전달식을 가졌다. ⓒ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과 기아자동차가 지난 4월 쉐라톤워커힐호텔 애스턴 하우스에서 SK이노베이션 구자영 부회장(왼쪽), 이삼웅 기아차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쏘울 EV’ 출시 기념식 및 1호차 전달식을 가졌다. ⓒSK이노베이션

     

    SK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확대를 위해 설비를 대폭 증설했다. SK이노베이션은 순수 전기차 1만대에 공급 가능한 200MWh 규모의 양산 설비를 갖춘 서산 공장에 100MWh 규모의 생산라인 증설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은 100MWh 규모의 대전공장과 함께 연간 전기차 2만 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총 400MWh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추게 됐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지난 조직개편에서 기존 배터리ㆍI/E(정보전자)소재 사업본부를 신성장사업 개발을 전담하는 NBD(신사업ㆍNew Biz. Development)로 통합해 새로운 CIC(회사 내 회사)를 신설했다.

    배터리 핵심소재인 분리막에서 배터리 완제품으로 연결되는 두 사업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2014년을 성과 창출을 위한 포석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 시장에 첫 선을 보인 기아자동차의 차세대 전기차 '쏘울'에 자사의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기아자동차가 3년에 걸쳐 개발한 ‘쏘울’은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이온 27㎾h급 배터리팩을 탑재해 1회 충전으로 약 148㎞(국내 복합연비 평가기준) 운행할 수 있다. 

    또한 지난해 초에는 독일 자동차부품업체 컨티넨탈(Continental)과 전기차 배터리 연구, 생산, 마케팅을 위한 합작법인인 'SK-콘티넨털 이모션'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파트너링을 통해 세계 전기차 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SK 관계자는 "국내라는 작은 우물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의 주인공으로 도약하기 위해 SK는 메이저 기업들과 손 잡고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에 힘쓰고 있다"면서 "메이저 기업들의 다양한 판매 네트워크, 막강한 자금력, 진보된 기술, 원활한 원료 공급력 등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데 있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를 찾고 합작법인을 통해 사업 성공 가능성을 한 단계 높여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개발 현황  

    지난 2004년 말 SK는 전세계 3번째로 전기차용 배터리 핵심소재인 LiBS(리튬이온전지 분리막) 상업화를 성공시키고 2005년 초 전기차용 배터리를 본격적으로 개발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뛰어 들었다.

    이후 2009년 10월에는 다임러 그룹 산하 미쯔비시후소의 하이브리드 상용차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됐으며 이듬해 5월에는 대전 유성구 SK이노베이션 글로벌테크놀로지(舊.기술원) 내 자동화 생산라인 구축(100Mwh규모) 하고 7월에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최초 고속 전기차 양산 모델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지난해 4월에는 중국 베이징자동차, 베이징 전공과 JV설립 투자의향서 체결하고 배터리 서산 공장 100MWh 규모 증설 투자를 결정했다.

    올 1월에는 배터리 사업부와 정보전자소재 사업부를 통합해 NBD CIC 체제를 구축하고 베이징 베스크 테크놀로지를 출범시켰으며 4월에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탑재된 기아자동차의 전기차 ‘쏘울’이 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