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지원 첫 만찬 주재-프로필 사진 변경 등 변화... 올해 말 회장 승진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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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2년 12월 5일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재용 부회장의 숨가빴던 지난 2년 간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오는 10일이면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입원중인 이건희 회장의 경영 공백이 6개월을 넘어서는데다, 12월 초 예정된 삼성그룹의 사장단·임원 정기 인사를 목전에 두고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임박설까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지금까지 보여 온 행보는 그룹이 추구하는 사업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단초가 되는 동시에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기업가·정치인 면담을 총 15차례 가졌으며, 올 들어서는 횟수만 25차례에 달하는 등 그야말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입원 이후 7월부터 지난달까지는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를 기점으로 베트남 최고지도자 응 웬 푸쫑 당 서기장,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호주 로이힐 최대주주 라인하트 회장, 조 케저 지멘스 회장을 연달아 만나고 중국과 일본의 주요 손해보험사 사장을 승지원으로 초청해 처음으로 만찬을 주재하는 등 그 어느때보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달 들어서는 마카이 중국 경제담당 부총리,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을 만났으며 이달 중순에는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과의 접견이 예정돼 있다.

    이 부회장의 그 간 행보를 살펴보면 크게 '중국'과 '내실 경영' 두 가지 키워드로 압축된다. 

     

    △시진핑 주석 올해 3차례 접견...중국에 공 들이는 삼성

    이 부회장은 2년 동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총 4차례 접견했으며 지난해 류옌둥 중국 부총리,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의 만남에 이어 올해는 왕양 국무원 부총리, 리커창 중국 부총리, 후춘화 광둥성 당 서기, 마카이 경제담당 부총리 등 차세대 중국 정치인들과의 만남에 힘을 쏟으며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이 이토록 중국 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전과 같지 않은 시장 반응 때문이다. 화웨이, 샤오미와 같은 중국 현지 기업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중국 내에서 삼성 제품의 수익성과 시장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은 올해 상반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샤오미에게 빼앗기는 아픔을 맛봤다. 거기다 그동안 해외 기업에 우호적 태도를 보여온 중국 정부가 최근 들어 자국 중심의 정책을 펼치는 등 전과 같지 않은 정책기조를 내세우면서 삼성에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중국 시장 챙기기에 수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거기다 삼성은 현재 중국에 생산 기지를 두고 미래 성장동력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삼성과 중국의 긴밀한 관계 구축은 이 부회장의 경영 전략에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西安)에 70억 달러(한화 약 7조3000억원)를 투자한 반도체 공장이 가동 중이며 내년에는 삼성SDI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도 들어서게 된다.

    삼성에게 있어 시안 지역은 중국 내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시안은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서부 대개발 정책'의 요충지로  평가받고 있으며 중앙아시아와 유럽 진출 등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지역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리기도 하는 등 의미가 깊다.  

    '서부 대개발 사업'은 중국 내 동·서부 지역 간 경제 격차를 줄이고 균형잡힌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 중국 정부가 2000년부터 추진해 온 프로젝트다.

    삼성SDI가 시안에 짓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내년 10월 가동을 목표로 하며 연간 4만대 이상 공급분을 생산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삼성은 오는 2020년까지 총 6억달러(약 6107억원)를 단계적으로 투자해 2020년 매출 10억달러(약 1조179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SDI는 이와 함께 지난 14일 중국 ESS(에너지 저장장치)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1위 태양광 인버터 업체 선그로우와 합자사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등 중국 전지차ㆍESS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계획이다. 올 들어 이재용 부회장의 중국 방문이 잦아진 것도 삼성이 바라보는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방증해준다.

    이 부회장은 중국 정치인들과의 스킨십을 확대하는 한편,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博鰲) 포럼의 이사로 선임되면서 중국 내 활동 폭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도 보아오포럼 이사 자격으로 참석해 시진핑 주석을 면담했으며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초청으로 댜오위타이 만찬에도 참석하는 등 중국 주요 인사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CES·MWC' 대신 비즈니스 파트너 미팅 선택...'행사'보다 '내실' 집중

    이재용 부회장은 올해 초 전자·IT 업계 세계 최대 행사로 꼽히는 '가전전시회(CES)'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모두 불참했다. 


    MWC 2014 행사에서는 당시 삼성전자의 전략 신제품인 갤럭시S5가 최초 공개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MWC 대신 유럽 사업 파트너들과의 미팅을 택했다. 신제품 홍보보다 실질적인 '비즈니스'를 챙기며 내실 경영에 집중한 모습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이 부회장이 앨런앤코 미디어컨퍼런스(선밸리 컨퍼런스)와 보아오 포럼에 각별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선밸리 컨퍼런스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리는 컨퍼런스로 전 세계 주요 전자, 금융, 미디어 분야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이는 행사로 유명하다. 올해는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존 말론 리버티미디어 회장,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래리 페이지 구글 CEO 등 거물급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지난 1983년부터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 앨런 앤 컴퍼니가 개최한 비공개 행사로 산업과 경제, 문화를 망라한 광범위한 주제를 논의한다. 특히 초청을 받은 사람만 참석할 수 있어 유력인사간의 사교의 장으로 불린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02년부터 꾸준히 참석해오고 있으며 올해는 이건희 회장이 입원중임에도 불구하고 참석을 결정했다. 올해 이 부회장은 선밸리 컨퍼런스에서 언더아머의 케빈 블랑크 CEO를 따로 만나 삼성과 언더아머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팀 쿡 애플 CEO, 래리 페이지 구글 CEO와도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보아오포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보아오포럼 이사로 선임된 이 부회장은 3년 임기로 이사직을 맡게 되며 이 부회장 전임으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사직을 수행한 바 있다.

    매년 4월 중국 하이난성(海南省) 충하이시(瓊海市)의 보아오(博鰲)에서 개최되는 보아오포럼은 아시아 국가들의 협력과 교류를 통한 경제발전을 목적으로 창설된 비정부·비영리 민간 기구다.

    한국은 중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싱가포르·타이완·이란 등의 26개국과 함께 창립 회원국으로 참가하고 있으며 연차총회 외에도 수시로 다양한 회의를 개최한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창립 회원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에 관심이 있는 외부 인사들도 참여하는 등 국제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에는 미국 주요 기업 CEO들이 모이는 비공개 모임인 비즈니스 카운실에 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선밸리 컨퍼런스, 보아오포럼 이사, 비즈니스 카운실 회원 외에도 영국왕립골프클럽 종신회원,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의 지주사인 엑소르 사회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북미·유럽·아시아 지역에서 글로벌 기업 수장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오고 있다.

    △승지원 만찬 첫 주재·프로필 사진 10년만 변경...의미있는 변화 포착

    이 부회장의 '광폭 행보'와 더불어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달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영빈관이자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인 서울 이태원동 '승지원'에서 처음으로 만찬을 주재했다는 사실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일본과 중국의 주요 손해보험회사 사장들을 초청해 승지원에서 만찬을 주재했다. 이 부회장이 승지원에서 공식 만찬을 직접 주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게 재계의 평가다. 

    이건희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다른 장소도 아닌 승지원에서 처음으로 만찬을 주재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이 회장이 고(故) 이병철 회장의 한옥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개조한 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는 물론, 중요 귀빈들을 만날 때 주로 이용하던 장소가 바로 승지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승지원에는 세계 최고 부자였던 카를로스 슬림 멕시코 이동통신 아메리카모바일 회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등이 방문해 이 회장과 저녁을 함께 했다.


     

  • ▲ 이재용 부회장 공식 프로필 사진 교체 ⓒ삼성
    ▲ 이재용 부회장 공식 프로필 사진 교체 ⓒ삼성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은 이 부회장이 최근 공식 프로필 사진을 변경했다는 사실이다.

    승지원 만찬에 일주일 앞선 지난달 20일 이 부회장은 약 4년 만에 공식 프로필 사진을 교체했다. 예전 프로필 사진이 어려 보인다는 안팎의 조언을 참고하고 사실상 삼성그룹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이 부회장의 무게감 있는 모습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실제로 변경 전 프로필 사진과 비교해보면 이 부회장의 중후함과 무게감이 한층 더해진 느낌이다. 

    삼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단순하게 오래전 사진이라서 이 부회장의 프로필을 변경했다는 것은 그저 겉으로 드러난 이유일 뿐 이보다 더욱 큰 의미가 내포 돼 있다"면서 "사실상 현재 삼성의 얼굴 역할을 하고있는 이 부회장의 프로필 사진을 이건희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되는 지금 시점에 공식 교체했다는 것은 삼성 내부적으로 분명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다음달 초 예정된 삼성그룹 사장단·임원 정기 인사 때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시기상조(時機尙早)라는 게 업계의 공론이다. 이건희 회장의 입원이 장기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킨다는 것은 있을 사실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앞서 이건희 회장은 선대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지 12일만인 1987년 12월 1일, 45세의 나이로 삼성의 2대 회장에 선임된 바 있다. 1966년 동양방송 입사 이후 약 20년 만에 회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 사원으로 입사한 뒤 21년 만인 지난해 45세의 나이로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