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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위탁생산 업체이자 애플의 하청기업으로 유명한 훙하이정밀(폭스콘)이 최근 문어발식으로 사업영역을 빠르게 넓히며 국내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폭스콘은 최근 통신과 전기차, 디스플레이 등 손을 안 데는 곳이 없을 정도로 사업 다각화에 열을 내고 있다. 이미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조립해 돈을 버는 회사라는 이미지는 사라진지 오래다.
이 같은 폭스콘의 광폭 행보는 국내 기업에게는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가뜩이나 중국기업의 저가 공세에 눌려 고전하고 있는 마당에 폭스콘까지 가세할 경우 국내기업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폭스콘이 현재 중국 북부에 LCD 공장을 건립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공장은 아이폰에 들어가는 고사양의 패널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애플에 아이폰용 LCD 패널을 공급해왔던 LG디스플레이와 재팬디스플레이 등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폭스콘은 오엘이디(OLED) TV시장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내년부터 OLED TV를 대량 생산하겠다는 게 폭스콘의 현재 계획이다. 그러면서 전 세계 TV시장을 잡고 있는 삼성을 뛰어넘겠다고 벼르고 있다. 샤프(SHARP)를 비롯한 일본기업과 손을 잡고 삼성에 맞서겠다는 것이 폭스콘의 전략이다.
지난해에는 중국에 있는 샤프의 UHD TV 생산공장 내 일부 라인까지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폭스콘이 과거에도 LCD 패널을 터무니없이 싸게 팔았다"며 "UHD 시장마저도 폭스콘 때문에 가격 교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생산라인 1개가 55개에서 110개 사이의 패널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폭스콘이 인수한 라인이 2~3개 정도라고 볼 때 대량 생산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UHD TV가격이 떨어지면 경쟁 제품인 OLED TV 값도 함께 하락할 수밖에 없다. UHD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과 OLED에 힘을 싣고 있는 LG 모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때해 국내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시장 자체가 수익을 내기 어렵다. 영업이익율이 거의 가장 낮은 시장"이라면서 "손해를 보면서까지 저가 전략을 쓰는 데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폭스콘은 전기차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시장에도 발을 뻗고 있다. 폭스콘은 태양에너지 발전소 20기, 태양에너지 발전설비 제조업체 5개 등 대규모 건설투자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통 중국의 저가 제조사들은 신재생에너지 설비 투자비가 한국 업체의 30~50% 수준이다.
최근에는 1만5000달러(약 1520만원) 이하의 저가 전기차 생산을 준비를 하고 있다. 기존 글로벌 전기차 평균 가격이 6만 달러(약 61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4배나 저렴하다. 이를 위해 폭스콘은 지난 6월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와 손을 잡기도 했다.
통신사업의 경우 대만 이통업체 아시아퍼시픽텔레콤 지분 15%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첫 발을 내딛더니 최근 SK텔레콤과도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30일에는 SK C&C 지분 4.9%를 인수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통신 외 별다른 수익원을 확보하지 못한 SK가 중국 내 높은 시장장벽을 뚫기 위해 폭스콘과 손을 잡은 걸로 보인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의 영업이익이 높았던 것은 폭스콘을 쥐어짰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폭스콘은 낮은 제조단가를 가져가는 데 노하우가 쌓여 있다"면서 "폭스콘의 한국 진출길이 열리면 에너지, 통신, 디스플레이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폭스콘의 궈타이밍 회장은 반한 감정을 가진 인물로 유명하다. 2012년 6월 주주총회에서 "일본인들은 면전에서 싫다고 말할지라도 뒤통수를 치진 않는다. 그러나 가오리방쯔(高麗棒子·한국인 비하하는 호칭)는 다르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가오리방쯔는 고려몽둥이라는 뜻으로 한국인을 비하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