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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나 기자가 만난 명의]"바스락 바스락"… 걸음마다 들려오는 낙엽소리에 가을의 깊이를 느낄 11월의 중턱, 학동역에 터를 잡은 서울제이에스병원 대표원장 송준섭 씨를 만났다. 대한민국 의료분야의 국가대표가 될 것이라는 그는 지난 2007년부터 현재까지 축구 국가대표 '팀 닥터'라는 독특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소싯적 꿈은 '건축가'였다고 한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소년은 장성해, 그림이 아닌 환자의 더 나은 내일을 그리며 행복한 오늘을 맞고 있다.
"아버지 못 이룬 꿈 이뤄드리려 내려놓은 '4B연필'이 만든 오늘"송준섭 원장은 조선의대를 졸업 후 정형외과 전공의를 따고, 지난 2007년 유나이티드병원을 설립했다. 그 후 유나이티드병원에서 갖고 있던 노하우를 십분 살려 작년 서울제이에스병원을 개원했다. 제이에스병원은 '히딩크가 수술한 병원'으로 유명세를 탔다. 정형외과 수련과정 당시 스포츠의학에 매료돼, 국가대표 축구팀 주치의도 겸하고 있다.
"그림을 좋아해서 어린 시절 각종 미술대회에서 상도 받곤 했어요. 중학교부터는 도면 그리는 게 재밌어 건축사를 꿈꿨어요. 그런데 조선대 약대 2회 출신이신 아버지께선 제가 의대에 진학하길 강하게 원하셨어요. 그래서 동대학교 의대로 진학하게 됐죠." 그런데 그가 상상했던 것과 의대생의 현실 간의 괴리가 적잖았다며 그간의 방황을 털어놨다.
"제가 원해서 간 게 아니었기에, 조금의 원망 있었죠. 적성과도 안 맞고(웃음). 방황 많이 했죠. 대학생활이 고3의 딱 다섯 배였어요. 그러던 중 대학 3학년 때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갑작스레 쓰러지셨고, 2차 수술 후에도 깨어나지 못하셨어요. 이후 방황을 접고 정신을 차리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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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惻隱之心', 타인의 아픔을 내 것처럼 여기는 삶"
그의 아버지는 식물인간으로 8년을 계셨다. 그는 그 당시 아버지께 의료사고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여파로 그는 서울로 가 신경외과를 전공해, 아버지와 유사한 케이스를 만들어선 안 되겠다 다짐했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신경외과 보단 정형외과가 강세였고 정형외과 인턴과정 또한 보람차 정형외과 전공의를 택했다고 말했다.
"정형외과 환자분들이 수술을 통해 회복되는 부분들이 참 신기하고 보람차더라고요. 또 인턴 당시 정형외과 수련과정 밟으면서 스포츠의학에 눈을 떴어요. 전문의 된 후 공중보건의료 배치 받았는데, 굉장히 고됐죠. 3년 간 무려 1500케이스의 수술을 하곤 했어요."
그 당시를 회고하며 그는 "지금의 제 의료 기술의 실력적 토대가 그 때 만들어진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또 그는 제천에서 공중보건의를 지내던 때, 18년을 앉은뱅이로 살던 40대의 한 환자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수술 3주 후, 일어서시며 '감사합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눈물을 흘리셨는데 지금도 선명해요. '감사의 마음…', 너무 깊이 느껴지더라고요."그는 환자를 대하는데 측은지심을 가장 강조했다. 아버지가 병상에 누워있던 8년간 보호자였던 그이기에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있는 그다. "아픈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약한 사람이에요. 그렇기에 병원은 정말 친절해야하죠. 백화점식 친절이 아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이 있어야 해요."
서울제이에스병원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커다란 태극기가 눈에 들어온다. 직원들 유니폼 왼쪽 깃에도 태극기가 수놓아져있다. 그의 의료에 대한 자부심, 환자에 대한 국가대표급 친절을 위한 다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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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제이에스병원, 의료 선진화로 한류 이끌 것"
공중보건의료 당시 그는 수술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퇴원까지 환자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관리해주는 '재활'에 관심을 가졌다. 실제로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정형외과 시스템에서 '재활'개념은 찾기 힘들었다.
"수술은 99%고, 나머지 1%가 재활이에요. 1%를 만들 수 있느냐는 재활에 달려있어요." 공중보건의 이후 스포츠의학에 깊은 관심을 뒀다는 그는 주치의 제도가 처음 생기던 2002년 월드컵 당시를 그렸다. 우연한 기회에 대표팀을 접한 그는, 그가 계획했던 재활시스템을 히딩크 감독팀이 운영하는 것을 알고 본격적으로 국대 주치의에 대한 꿈을 키웠다."팀 닥터에 관심이 높아서, 2006년에는 사비를 털어 독일 월드컵을 가기도 했어요. 참 열정 대단했죠." 그는 지금까지 8년간 국가대표 주치의를 맡고 있다. 부상이 잦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해나가며 '재활'에 대한 노하우 역시 쌓았다.
히딩크 감독은 그의 병원에서 줄기세포를 관절에 직접 심어 연골을 살리는 방법으로 10개월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과거에는 우리가 외국으로 가서 수술을 받았지만, 지금은 역으로 외국인들이 한국까지 와서 수술을 받아요. 한국 의료기술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일이죠."
그는 이어 성형이나 피부과 뿐 아니라 일반의과에서도 한류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를 무대로 뛰는 히딩크 감독이 씨앗이 된 것 같아요. 환자가 만족하는 병원, 그것이 한류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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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제이에스병원은 지하 1층에 수술 전 추가검사를 위한 최첨단 장비와 수술 후 재활이 가능한 전문적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다른 병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시스템이다. 특히 전 직원의 3분의 1이 트레이너라는 점은 큰 강점이다.
'회복의 높은 질', '재활에 대한 자신감'은 서울제이에스병원만의 것이다. 병원 곳곳에는 그간 다녀간 숱한 유명한 선수들의 사인이 걸려있다. 하지만 송준섭 원장의 사진과 사인이 서울 곳곳에 내걸릴 날도 머잖아 보인다. "국가대표라는 마음으로 진료에 임한다"고 말하던 그의 내일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