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IM, 신상필벌(信賞必罰) vs 공로(功勞) 참작(參酌)
  • ▲ 삼성전자 사장단 조직도 ⓒ뉴데일리경제, 사진=삼성제공
    ▲ 삼성전자 사장단 조직도 ⓒ뉴데일리경제, 사진=삼성제공

     

    [삼성 인사 시나리오 ②] 12월 첫째주로 예정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룹 전체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이 4조원대로 급락하면서 올 연말 문책성 인사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익이 5조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1년 4분기(4조6700억원) 이후 처음이다.

    특히 그 동안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온 IM(IT·모바일) 부문은 3분기 영업이익이 DS(반도체 등 부품) 부문에 추월당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업계는 올해 인사에서 삼성전자 IM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올 3분기까지 삼성전자의 누적 매출액(연결기준)은 153조4759억원, 영업익은 19조73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9.4%, 30.7% 급감했다. 부문별로는  IM 부문 누적 영업이익은 약 12조원, CE(소비자가전)부문 1조원, DS 부문 6조원 가량을 차지한다.  

    개별 손익계산서 기준으로는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액 104조1763억, 영업이익은 12조8092억원을 기록,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11.7%, 영업이익은 6.2%  감소했다.

  • ▲ 삼성전자 사장단 조직도 ⓒ뉴데일리경제, 사진=삼성제공


    현재 삼성그룹 30개 계열사 사장단 50여명 중 삼성전자 사장단은 장원기 중국본사 사장을 포함, 총 17명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강호문 부회장이 대외협력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과 이상훈 경영지원실 대표이사가 경영지원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

    사업 부문별로는 권오현 부회장이 이끄는 DS 부문에 우남성 사장(시스템LSI 사업부)과 김기남 사장(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장 반도체 총괄사장)이 자리하고 있으며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이 담당하는 CE 부문에는 조수인 사장(의료기기사업부)이 있다.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이 총괄하고 있는 IM 부문에는 김재권 사장(무선사업부 Global운영실), 이철환 사장(무선개발실), 이돈주 사장(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팀), 홍원표 사장(미디어솔루션센터·MSC), 김영기 사장(네트워크사업부), 김종호 사장(세트제조담당 겸 무선(사) 글로벌 제조센터장) 등 총 7명의 사장단이 포진해 있다.

    △DS 부문 부상...전영현 부사장 사장 승진 가능성 대두

  • ▲ 전영현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부사장 ⓒ삼성
    ▲ 전영현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부사장 ⓒ삼성

    올해 3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삼성의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이 주력 사업부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3분기 DS 영업이익은 2조3300억원을 기록하며 1조7500억원을 기록한 IM 부문을 추월했다. 

    거기다 반도체 분야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의 성수기가 이어지는데다 모바일 디바이스 제품 수요 증가와 PC 수요 회복 등에 힘입어 안정적인 가격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 10월 삼성전자는 실적 악화에도 불구, 단일 규모로는 최대인 15조60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평택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부문에 대한 삼성의 사업 방향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움직임이다.

    실질적으로 DS부문 강화에 나선 가운데 삼성은 올해 연말 인사에서 DS 부문을 보강할 가능성이 짙다. 특히 올 5월초 건강상 이유로 휴직을 신청한 우남성 사장의 공백이 예상보다 길어지는데다 복귀 여부 또한 불투명해 인원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우 사장의 직무를 실질적으로 대행하고 있는 전영현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부사장)의 사장 승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전 부사장은 지난 6월 1일자로 반도체총괄 메모리사업부장 겸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으로 선임돼 우 사장의 빈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전 부사장은 2000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줄곧 D램 개발을 주도한 핵심 임원이며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거기다 DS 부문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2조900억원, 3분기 2조3300억원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달성해 '실적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삼성 특유의 인사 방침에도 부합한다. 전 부사장은 지난 2009년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 부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임원 승진시 나이와 연한 등을 고려하고는 있지만 경영실적이 뛰어나고 업무 성과가 확실한 경우,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부사장이 사장의 업무를 대행한다고 해도 직급상 업무 권한이나 의사 결정은 사장급에 비해 아무래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편 우남성 사장의 경우 5월 휴직 신청 당시 6개월 안에 복귀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으나 6개월이 넘은 현재까지도 복귀 여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기의 IM, 신상필벌(信賞必罰) vs 공로(功勞) 참작(參酌)

    올해 삼성전자 실적 악화의 주 요인으로 꼽히는 IM 부문은 이번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가장 핵심으로 떠올랐다. 특히 올 초 야심차게 내놓은 갤럭시S5가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저조한 판매 실적을 기록하면서 IM부문 영업이익은 1분기 6조4300억, 2분기 4조4200억, 3분기에는 1조7500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 2010년 5월 출시된 갤럭시S의 누적 판매량은 2500만대, 갤럭시S2 4000만대, 갤럭시S3 6500만대, 갤럭시S4 7000만대, 갤럭시S5는 올해 출시 25일만에 100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신기록을 세웠으나 이후 판매량은 아이폰에 밀렸다. 

    IM부문은 지난 2012년 1분기부터 지난해까지만해도 거의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신제품 출시 때마다 '갤럭시 신화'를 써내려갔다. 그러나 올해 갤럭시S5의 저조한 성적표로 인해 IM 부문을 바라보는 시선이 급격히 싸늘해졌다.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의 화살은 IM 부문의 수장인 신종균 사장에게로 쏟아졌다. 일부에서는 신 사장이 IM 부문 총괄에서 손을 떼고 대표이사직에서도 물러나게 될 가능성과 IM부문이 CE부문과 통합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삼성 인사의 기본 원칙으로 꼽히는 '신상필벌' 시스템이 IM 부문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것이다. 

    IT 전문가들은 갤럭시S5가 급변하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환경을 간파하지 못했으며 전작에 비해 큰 혁신을 보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거기다 경쟁업체인 애플이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를 출시하면서 반격을 가하고 저가폰을 내세운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진 가운데 삼성 갤럭시S5는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졌다. 이같은 상황은 IM 부문 실적에 영향을 미쳤고 삼성전자 실적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올 한 해 실적만으로 평가받기에 지난 2009년부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수장으로서 삼성전자를 이끌어 온 신 사장의 공로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의견도 우세하다.

  • ▲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삼성
    ▲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삼성

    신 사장은 2009년 말 갤럭시S 개발 당시 크리스마스부터 신정까지 회사를 벗어나지 않고 업무에 몰두한 일화가 말해주듯 '지독한 일벌레'로 유명하다. 특히 그는 '갤럭시' 시리즈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애플이 선도하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24.7%) 기업으로 올려놓았다.

    올해 IM 부문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삼성전자 내에서 IM 부문은 올해 누적 영업이익의 60%를 차지하는 주력 사업이다. 이처럼 중요한 IM 부문의 수장을 한 해 실적만으로 내치는 것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무리가 될 수 있다. 당장 삼성은 내년 3월 초 갤럭시S6 발표를 앞두고 있다.

    삼성이 '신상필벌', '성과주의'를 기본으로 인사를 진행하고는 있으나 이전까지의 공로를 참작할 가능성도 높다. 더욱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6개월째 와병중인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이 주도하는 첫 인사에서 삼성전자의 핵심인 IM 부문 수장을 교체하는 무리한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예측된다.

    뿐만 아니라 성과를 바탕으로 한 문책성 인사가 삼성전자 실적 악화를 막을 유일한 해답(解答)은 아니라는 것을 시장 상황 또한 보여주고 있다.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인터내셔널 데이타 코퍼레이션(IDC)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는 전년 대비 39% 성장했으나 올해엔 19%, 오는 2017년엔 8%, 2018년엔 6%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회사의 사활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갤럭시S6 출시를 내년 3월 초 앞두고 있다. 그동안 갤럭시 시리즈 개발을 진두지휘해 온 신 사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악화되기는 했으나 신종균 사장은 삼성전자 휴대폰을 글로벌 1위로 도약시키는데 핵심역할을 담당해왔을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삼성전자 전체 실적 견인에도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라면서 "인사발표가 나기도 전에 신 사장의 거취에 대해 무리한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는 것을 보니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안타깝다"는 의견을 전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조직 개편이나 인사와 관련한 사항은 발표 직전까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실적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되자 지난 5월부터 연달아 5개업체를 인수하는 등 스마트폰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신성장동력 찾기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은 비디오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인 미국 '셀비', 개방형 사물인터넷 플랫폼 업체인 미국 '스마트싱스', 미국 공조전문 유통사 '콰이어트사이드'사,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업체인 캐나다의 '프린터온', 서버용 소프트웨어(SW) 전문업체인 미국의 '프록시멀 데이터'를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