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폭행보... "중국 수뇌부 및 관련 업계 CEO 스킨십 강화승지원 만찬 주최 이어 채용 시스템 바꾸는 등 변화 포착셀비, 스마트싱스, 콰이어트사이드, 프린트온, 프록시멀데이터 잇따른 M&A중공업-엔지니어링 합병, 삼성SDS·제일모직 등 연내 상장연말 사장단·임원 등 첫 인사도
  •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뉴데일리경제DB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뉴데일리경제DB

     

    지난 5월 10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서울삼성병원에 입원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오늘로 입원 6개월째를 맞았다. 그룹 총수의 장기 입원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특유의 '시스템 경영'을 발판 삼아 빠른 경영 속도를 유지해나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공백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은 사실상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인수·합병(M&A) 등 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물론, 정치인 및 글로벌 기업 CEO 등과의 만남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삼성 그룹 내 가장 규모가 큰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합병을 결정했으며 삼성SDS와 제일모직도 연내 상장을 앞두고 있는 등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이달 중순께 예정돼 있는 삼성 사장단·임원 인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첫 인사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점차 '이재용 체제'를 갖춰가는 모양새다.

    지난달 20일에는 4년여만에 이재용 부회장의 공식 프로필 사진을 교체했으며 이달 초에는 삼성그룹 3급 신입사원 공채 시스템 개편안을 내놓는 등 의미있는 변화도 포착됐다.

    △이재용 부회장 광폭행보, 중국 수뇌부 및 글로벌 CEO 잇따라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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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2년 말 승진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기업가·정치인 면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총 15차례에 걸쳐 기업가와 정치인 등을 만났으며 올해 들어서는 면담 횟수만 25차례에 달하는 등 그야말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올해 시진핑 국가 주석과 3차례 만났으며 왕양 국무원 부총리, 리커창 중국 부총리, 후춘화 광둥성 당 서기, 마카이 경제담당 부총리 등 차세대 중국 정치인들과의 만남에 힘을 쏟으며 중국 시장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이건희 회장의 입원 이후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를 기점으로 베트남 최고지도자 응 웬 푸쫑 당 서기장,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호주 로이힐 최대주주 라인하트 회장, 조 케저 지멘스 회장을 연달아 만나고 중국과 일본의 주요 손해보험사 사장을 승지원으로 초청해 처음으로 만찬을 주재하는 등 그 어느때보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달 들어서는 마카이 중국 경제담당 부총리,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을 만났으며 이번 주 방한이 예정된 멕 휘트먼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와 중순에는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등과의 접견이 예정돼 있다.

    △삼성전자, 6개월 간 5개 업체 M&A

    삼성그룹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 5월부터 연달아 5개업체를 인수하는 등 M&A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스마트폰 실적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되자 신성장동력 찾기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에는 비디오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인 미국 '셀비'의 인적자산을 인수했으며 8월에는 개방형 사물인터넷 플랫폼 업체인 미국 '스마트싱스'와 미국 공조전문 유통사 '콰이어트사이드'사를 연달아 인수했다. 

    9월에는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업체인 캐나다의 '프린터온'을 인수했으며 이달에는 서버용 소프트웨어(SW) 전문업체인 미국의 '프록시멀 데이터'를 인수하며 신성장동력 찾기에 나섰다.

     

    △삼성重-엔지니어링 합병, 삼성SDS·제일모직 상장 앞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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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상반기 삼성 SDI가 제일모직을 전격 흡수하고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에 이어 삼성그룹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도 12월 1일 합병을 앞두고 있다. 합병 비율은 1대 2.36으로 삼성중공업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1주당 삼성중공업 주식 2.36주를 삼성엔지니어링 주주에게 교부하는 방식이다.

    1년 사이에 삼성 그룹 내 전기·전자(삼성SDI-제일모직), 화학(삼성종합화학-삼성석유화학), 건설(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등 굵직한 계열사 정리가 진행됐다.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통해 2020년 매출 40조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올해 양사의 합산 매출 규모를 단순 계산하더라도 25조원이 넘는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물산과 합병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시장의 예상을 깨고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을 결정하자 업계에서는 그룹 내 건설부문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와 함께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 작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거기다 이재용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삼성SDS와 제일모직은 연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업계는 삼성SDS와 제일모직 상장을 계기로 삼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SDS 상장을 통해 삼성SDS의 가치를 상승시켜 현물 출자 용도로 사용할 경우 향후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동시에 그룹 지배구조 최상위에 있는 제일모직의 상장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SDS 상장 후 삼성전자와 삼성SDS간의 합병 가능성과 제일모직 상장 후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르면 11월 중순께 사장단·임원 인사...이재용 첫 인사
    오는 12월 초 예정된 삼성그룹 30개 계열사의 사장단·임원 인사가 올해는 1~2주쯤 앞당겨져 이르면 11월 중순께나 말에 단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사는 이건희 회장이 장기 입원한 이후 첫 단행되는 그룹 인사인 동시에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의 첫 인사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삼성그룹은 12월 2일 승진 8명, 전보 8명 등 총 16명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으며 이어 5일에는 부사장 51명, 전무 93명, 상무 331명 등 총 475명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사장단 승진자 8명 중 5명은 지난해 최고실적을 올린 삼성전자 출신이었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삼성의 인사 기준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러나 올해 삼성전자는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연말 인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분기 8조4000억원에서 3분기 4조600억원으로 반 토막이 난 상황이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삼성 계열사가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올해 연말 인사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거기다 삼성SDI-제일모직, 삼성종합화학-삼성석유화학,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등의 합병으로 CEO 자리까지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꾸준히 제기돼 온 이재용 부회장의 올 연말 회장 승진은 어렵다는 것이 삼성그룹 내부 입장이다.

    삼성그룹 대부분의 계열사가 실적부진을 겪으면서 대규모 인사 이동이 예정된데다, 이건희 회장이 장기입원 중인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올라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삼성그룹은 오늘 입원 6개월째를 맞은 이건희 회장이 휠체어 운동 등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은 심장 등 신체기능은 정상을 회복해 안정적인 상태이며 하루 15∼19시간 깨어 있으면서 휠체어 운동 등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현재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점점 강해지고 있지만 인지 기능 등 전반적인 의식을 충분히 회복하지는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