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누적 직원 1인당 생산성 전년比 260%↑4분기 금리 변동 여부에 실적 등락할 듯


  • 올 3분기까지 증권사들의 생산성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4분기에는 기초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7개 증권社, 실적 개선에 1인당 생산성 전년比 260%↑

    20일 금융감독원에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국내 증권사 27곳의 3분기 누적(1~9월) 1인당 평균 순이익(생산성)은 3558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59.6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1인당 순이익(당기순이익/직원수)은 금융회사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증권사들의 인력 감축 노력이 빛을 발한 덕분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올 3분기 27개 증권사의 누적 순이익 합은 1조1828억9100만원으로, 전년동기(1644억600만원)대비 619.49%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이들 회사에 종사하는 직원 수는 3만4936명에서 3만1787명으로 줄면서 3149명의 증권맨들이 여의도를 떠났다.

    또 중소형사들의 생산성이 대형사를 크게 앞지른 점도 눈에 띤다. 유화증권이 1억4468만원으로 1인당 순이익이 가장 높았고, 뒤이어 키움증권(1억1911만원)·BNP파리바증권(1억1308만원)·메리츠종금증권(9743만원) 등의 순으로 상위권을 휩쓴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사 가운데서는 인력 감축 규모가 비교적 컸던 삼성증권이 8845만원의 생산성을 기록하면서 5위에 올라 체면 치레를 했다. 이 기간 유화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은 각각 4.05%(3명), 9.02%(80명) 규모의 직원을 더 채용했던 반면 삼성증권은 17%가량에 해당하는 478명 정도의 인원을 줄였다.

    삼성증권과 함께 국내 증권업계 '빅5'에 속하는 한국투자증권이 7284만원으로 7위를 차지했고, KDB대우증권은 8위를 기록했다.

    아울러 우리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평균치인 3558만원보다 낮은 2271만원, 1354만원으로 각각 집계되면서 15위와 19위에 머물렀다.

    이 밖에 대만 최대 금융그룹 유안타홀딩스가 올해 동양증권을 인수해 한국에 진출한 유안타증권은 올 들어서도 적자를 내면서 26위에 그쳤다. 또 지난해보다 적자 폭을 키운 KTB투자증권이 최하위권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순이익이 크게 좋아진 것은 거래대금 증가와 더불어 기준금리 인하로 채권평가이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저금리 기조로 증권사들은 보유 중인 채권 평가처분이익이 증가해 수익이 크게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또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은행의 예금상품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반면에 주가연계증권(ELS)나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증권사의 상품 판매가 늘면서 증권사들의 자산관리 수익도 증가했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일평균 거래대금이 저점 형성 이후 반등 국면을 보였고, 증권사의 순이익 컨센서스 역시 지난 5월 이후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 추세"라며 "순이익 상향조정은 금리하락에 따른 채권부문에서의 수익성 개선과 함께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후 판관비가 개선된 점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도 "올 3분기 증권사들의 수익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은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관련 자기 매매이익이 증가한 것에 주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4분기땐 순익 규모 줄어들듯…"체질 개선 급선무"

    대부분 증권사들이 3분기에 호실적을 달성했던 것과는 달리 4분기 들어서는 수익 개선 폭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3분기 수익에 긍정적으로 반영됐던 일회성 요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로 인한 수익 창출 역시 불확실성이 높다. 금리 변동성에 증권사들의 수익도 등락을 거듭하고 있어 우선적으로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재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금리 변동 여부를 쉽게 관측하기는 어렵겠지만, 금리 인하 효과가 사라지면 4분기 실적은 3분기에 비해 다소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측도 "올해 증권사 실적이 지속적으로 개선 중이지만 이는 채권금리 하락 등 외부 환경에 의한 실적 개선으로, 외부 환경이 급변할 경우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금리 변동에 따라 발생 가능한 리스크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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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감원에 따르면 9월말 기준 전체 증권회사의 평균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445.7%로 지난 6월말 대비 6.1%p 낮아졌다. 이는 채권보유 규모 확대에 따른 금리 관련 위험액 증가 등으로 총위험액이 3211억원 증가한 결과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증권사 NCR제도 개편 방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이에 적극 대응이 가능한 대형사를 중심으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업황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NCR제도에 따르면 대형사의 NCR은 크게 상승하는 반면에 중소형사의 NCR은 줄어들어 대형사의 경쟁력과 신규 수익원 창출 여력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도 "내년부터 선택적 NCR제도가 시행되면 대형사 위주의 우호적인 규제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에 금리 상승이 대폭적으로 이뤄지긴 어려워 당분간 증권업황에 대한 호재는 여전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금리 인상 조짐은 보이지 않아 금리 인하 및 저금리 기조에 따른 증권사들의 채권 평가처분이익 개선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