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에너지 네트워크는 현대오일뱅크로...생산시설은 SK 품으로 찢어져 갈수록 부담 커지는 알뜰주유소 손 떼기 나선 정부...1천여개 한화 떠 넘길 수도
  • ▲ ⓒ삼성토탈 홈페이지
    ▲ ⓒ삼성토탈 홈페이지

한화가 삼성의 화학 계열사인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인수로 사실상 15년전 철수했던 정유업에 재진입 할 수 있게 됐다.

한화그룹은 26일 삼성테크윈 지분 32.4%와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삼성테크윈 지분 포함 81%. 자사주 제외) 등을 삼성그룹 측으로부터 인수하는 주식인수 계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이날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에너지 등은 이사회를 열고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특히 이번에 인수되는 삼성종합화학은 삼성토탈의 지분 50%도 보유하고 있어, 한화그룹은 삼성토탈의 공동경영권도 확보하게 된다.

앞서 한화그룹은 1970년 경인에너지를 설립, 정유사업에 진출했다가 외환위기가 닥친 1999년 현대오일뱅크(당시 현대정유)에 매각하며 사업을 접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M&A로 전국 1천여개 알뜰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를 공급하는 사업을 떠 안게됐다. 지난 2010년 삼성토탈이 정제업자로 등록을 하고 2012년부터 제품을 공급해 온 만큼, 정제업에 뛰어들게 된 셈이다.

삼성토탈은 현재 휘발유 완제품을 석유공사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공급중이며, 석유공사가 매물로 내놓은 육로 송유관 지분(2.26%)도 매입하는 등 석유협회에는 가입이 되지 않았지만,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에 이어 사실상 제5정유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 역시 이번 M&A에 대해 "기존 에틸렌 일변도의 제품군에서 탈피, 폴리프로필렌, 파라자일렌, 스티렌모노머 뿐만 아니라, 경유, 항공유 등 에너지 제품 등으로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면서 사실상 정유사업 진출을 인정한 상태다.

또한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규모가 세계 9위 수준인 291만t으로 증대되는 동시에 나프타 대량 구매를 통한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프타-콘덴세이트-LPG'로 다각화된 원료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되는 등 저가 원료를 기반으로 한 북미 및 중동의 석유화학 회사들과의 경쟁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알뜰주유소 손 떼기 나선 정부...1천여개 폴 한화 품으로?

그동안 삼성토탈은 출혈경쟁이 심한 주유소 사업에는 뛰어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왔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과거 정유사업을 해 본 경험이 있는 만큼, 한화 자체 폴을 달고 영업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삼성의 정유업 진출에 대해서는 특혜 시비가 일었지만, 한화의 경우 그룹 주력사업으로 석유화학분야에 집중해 온 만큼 특혜 보다는 규모의 경제 실현 및 사업다각화로 보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경인에너지 시절 석유협회의 회원사로 이미 가입이 된 적이 있는 만큼, 정유산업 울타리 접근도 용이하다.

게다가 '기름 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적으로 탄생한 알뜰주유소 역시 그 한계를 드러내며 부담이 커지자 진퇴양난에 빠진 석유공사 등 정부가 '자구책 마련'을 이유로 한화에 전국 1천여개 알뜰주유소를 떠 넘길 가능성도 매우 높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갈수록 부담이 커지면서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알뜰주유소에서 서서히 손을 떼려고 하는 가운데, 과거 정유업을 해 본 경험이 있는 한화가 M&A에 나서면서 손 안데고 코를 풀 수 있는 기회가 찾아 온 셈"이라고 지적했다.

  • ▲ ⓒ삼성토탈 홈페이지

  • 정유사, "가뜩이나 어려운데... 폴 확보 출혈경쟁 재현 우려"

    이번 한화의 삼성 화학계열사 인수에 정유사들은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한화는 유지관리에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주유소 네트워크를 '알뜰주유소'로 한방에 해결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과거 경인에너지 시절 한화 품에 있었던 자영주유소들이 대거 이동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만약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국내 네트워크를 지키기 위한 또 한번의 출혈 경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정유사들은 지난 1993년 주유소 거리제한 폐지를 앞두고 주유소 확보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룬 바 있다. 당시 정유 5사(유공, 호남정유, 쌍용정유, 경인에너지, 현대정유)는 전담팀을 꾸리고 부동산 전문가들까지 동원해 입지조건이 좋은 부지물색에 나서 경쟁사보다 유리한 조건들을 제시하는 등 사운을 건 설득작업을 벌인 바 있다.

    업황이 촤악인 현재는 이 같은 경쟁이 사라진 상황이지만, 한화라는 또 하나의 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정유사들이 수억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쏟아부을 여력이 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한화가 주유소 확보에 나설 경우 주요소를 뺏고 빼앗기는 과정에서 출혈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 ⓒ삼성토탈 홈페이지

  • 한화, 석화부문 규모의 경제 실현 및 사업 다각화 나선 이유는

    한화가 총 2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M&A에 나선 이유는 글로벌 플레이어로의 도약을 꼽고 있다.

    천연가스 등 값싼 원료를 기반으로 한 중동지역 신증설과 셰일가스 출현으로 비석유기반 화학이 기존 석유화학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싸고 안정적인 원료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는 이번 삼성 석화계열사 인수로, 울산과 여수에 이어 서해안인 대산에 생산기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시설 규모가 커진 만큼, 안정적이고 싼 값에 원료를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진 것이다.

    결국 한화의 정유업 진출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 시설의 경우 대부분 정유사의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파이프라인으로 공급받아 각종 제품을 생산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원유가 아닌, 값이 상대적으로 싼 천연가스와 셰일가스에서 제품을 추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삼성토탈의 일일 15만배럴 규모의 콘덴세이트분해시설(CFU)에 관심이 집중된다.

    CFU는 컨덴세이트(초경질원유)를 들여와 나프타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이 과정에서 경유를 뽑을 수 있는 성분이 병산된다. 또 생산된 나프타를 PX(파라자일렌) 생산시설에 투입하면 휘발유 성분이 나온다.

    사실상 휘발유와 경우 생산 목적이 아닌 석화제품 생산의 기본 원료인 나프타를 추출하기 위한 시설이지만, 석유제품들이 병산되는 것이다.

    정유사를 통한 일방적인 원료공급이 아니라, 직접 원료를 생산해 안정적으로 공급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석유제품이 병산되면서 사업다각화도 가능해 진 것이다.

    특히 일일 15만배럴 규모의 CFU로 그동안 국내 정유사와 해외에서 수입을 통해 조달했던 원료(나프타) 독립이 가능해 진 만큼, 한화의 향후 포트폴리오 구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