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반대·생산중단" 외치는 창원 국가산단, 자발적 구조조정에 찬물 생존 직결 문제 아닌 간판·위로금 문제로 번질 우려도
  • [취재수첩] 창원 국가산업단지에서 '매각반대', '생산중단'을 외치며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는 인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바로 삼성테크윈과 포스코특수강의 비상대책위원회 인원들이다.

    이 두 회사의 공통점은 다른 회사로의 매각이 결정됐다는 사실이다. 삼성테크윈은 한화로, 포스코특수강은 세아그룹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매각'이라는 단어만 놓고 보면 어감이 굉장히 부정적으로 들린다.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으며 다른 회사로 팔려간다는, 더 노골적으로 버림받는다는 느낌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테크윈과 포스코특수강의 근로자들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삼성맨·포스코맨'이라는 자부심으로 회사만을 위해 열심히 일해 왔는데 한 마디 말도 없이 매각이라니 말이다.

    그런데 삼성과 한화의 빅딜, 포스코와 세아의 빅딜은 위와 같은 차원의 매각이 아니다. 단순히 조 단위의 기업 간 거래라고 해서 빅딜이라 부르는 것도 아니다.

    바로 기업 간의 자발적인 인수합병(M&A), 자발적인 업계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삼성과 포스코는 물론, 한화와 세아 까지 자신들이 더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 경쟁력을 더욱 높이겠다는 심산이다.

    24시간 분식집에 가면 김밥, 라면, 돈까스, 김치찌개 등 없는 것이 없다. 메뉴의 다양성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사람의 입맛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 라면 전문점, 돈까스 전문점, 김치찌개 전문점 등의 깊이 있는 맛에는 못 미친다고 느낄 것이다.

    지금 대기업들의 상황이 그렇다. 과거 잘나가던 시절에는 각종 사업에 팔을 뻗어봤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10월 매출 기준 600대기업 중 329개사를 대상으로 내년 경영 환경을 조사했더니 응답 기업의 81.6%가 '한국 제조업 및 수출의 구조적 위기'라고 응답했다.

    정말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 위기를 극복해야지,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업까지 끌고 가다가는 다 같이 무너질 수 있다. 그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경제적 위기로 까지 번질 수 있다. 그렇다면 욕심내지 말고, 더 잘할 수 있는 기업에게 그 사업부문을 매각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과 포스코는 전자, 철강에 한화와 세아는 방산, 특수강 사업에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리면 되는 것이다. 결국 근로자 자신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고, 더 롱런하면서 기업도 살고 국가경제도 살리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양 사의 비대위가 말하는 "'삼성맨·포스코맨'의 자부심으로 일해 왔다"는 것도 사실은 배부른 소리로만 들린다. 물론 그들의 피와 땀, 노력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지금 시기가 간판 타령 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해서다. 그러면 한화는 동네에서 폭죽이나 만들어 파는 작은 가계고, 세아는 동네 대장간인가? 포스코특수강의 인수 주체인 세아베스틸과 포스코특수강의 지난해 매출액을 비교하면 2조1126억과 1조3168억원으로 오히려 세아베스틸이 더 큰 회사다. 영업이익을 비교해도 1439억원과 420억원으로 3배 차이를 보인다.

    삼성이나 포스코에서 힘을 실어주기 어려워 미래경쟁력을 담보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자신들의 진짜 가치를 알아주는 곳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고 근무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방산업계 1위로 도약한 한화와 기존 특수강업계 1위 세아는 이들의 고용승계를 약속하고 있다. 포스코특수강과 세아베스틸의 지난해 연봉을 비교하면 5900만원과 7100만원으로, 포스코특수강 근로자들은 당장의 처우가 개선될 수 있다. 한화의 경우 삼성과 같은 수준의 대우를 보장하겠다고 한다.

    포스코특수강 비대위의 경우 포스코 측과 '위로금' 문제로 큰 갈등을 빚고 있다. 비대위는 매각대금의 10%를 요구하고 있고, 포스코 측은 비대위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사주에 웃돈을 얹어 매입해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포스코특수강의 매각 가는 1조1000억원+α로 알려졌다, 포스코가 약20%의 지분을 남기고 포스코특수강의 일부 건물 및 토지를 남겨 실제 세아베스틸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5~6000억원 대라고도 전해진다.

    비대위는 최소 5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의 위로금을 희망한다는 것이다. 1200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1인당 4000만원에서 9000만원의 위로금이 지급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공장이 문을 닫는 것도 아니고 소속이 바뀌는 것일 뿐인데 위로금 치고는 요구하는 액수가 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자발적 구조조정을 통해 업계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기업 간의 빅딜이 위로금 문제로 비화 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삼성테크윈과 포스코특수강 비대위도 나쁘게 생각할 것만이 아니라 좀 더 긍정적인 시각으로 미래를 내다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