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협의 없어 인정 못하겠다는데 법적 하자도 없어
세아베스틸 부실하다는데, 포스코특수강보다 매출·영업益 더 높아
"위로금 10% 달라", 1조1천억원에 매각때 근로자 1인당 9천만원 받아
  • ▲ 5일 오후 1시30분 포스코특수강 비대위 400여명의 인원이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매각 반대' 시위를 벌이는 모습ⓒ뉴데일리DB
    ▲ 5일 오후 1시30분 포스코특수강 비대위 400여명의 인원이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매각 반대' 시위를 벌이는 모습ⓒ뉴데일리DB



    5일 오후 1시3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앞에는 푸른색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 400여명이 넓게 진영을 갖추고 "권오준 회장은 즉각 사퇴하라",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포스코의 계열사인 포스코특수강의 매각을 반대한다며, 경남 창원에서 상경투쟁에 나선 포스코특수강 비상대책위원회 인원들이다.

    '단결·투쟁'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붉은 머리띠를 둘러맨 이들은 '2천 직원 죽이는 권오준은 자폭하라', '권오준, 조청명 졸속매각 배임혐의 고발한다' 등 다소 과격한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포스코센터 주변을 점령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조청명 포스코 가치경영실 전무가 서영세 포스코특수강 사장에게 포스코특수강을 세아베스틸에 1조10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해왔다"며 "이것은 노사협의 없이 이뤄진 졸속매각이다. 포스코는 이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또 "포스코가 포스코특수강의 완전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19.9%의 지분을 유지하면서 일부 건물과 땅도 남겨두는 등 부분매각을 통해 세아그룹의 재무적부담을 덜어주려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시위에는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경남 창원시 성산구)도 참석해 지지연설을 펼쳤다. 이상철 포스코특수강 비대위원장은 강 의원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프렌드(친구)'라고 소개했다. 강 의원은 "노사간 일체 협의도 없이 회사를 매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포스코특수강 비대위를 거들었다.    

    이어 이상철 위원장의 연설도 이어졌다. 이 위원장은 "위로금을 받고자 상경투쟁 한 것이 아니다. 우리보다 못한 세아베스틸로 매각이 된다면 우리는 2년 뒤에 또 다시 옷을 갈아입어야 할지도 모른다"며 "노사간 합의 없는 매각은 인정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현대제철의 특수강 진출에 대응하고 특수강 산업을 발전하기 위해 매각 한다지만, 세아는 곧 무너질 회사이며 이러한 결정은 전형적인 세아 밀어주기"라며 "포스코가 알짜 계열사인 포스코특수강을 완전히 팔자니 아까워 지분을 남겨두는 것이고, 그냥 가져가려니 돈은 급하고 해서 이런 선택을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아베스틸과 포스코특수강의 지난해 매출액을 비교하면 각각 2조1126억원과 1조3168억원으로, 세아베스틸이 약 8000억원 더 높다. 영업이익의 경우 1439억원과 420억원으로 약 3배 차이를 보인다.

    연간 특수강 생산능력을 비교해보면 세아베스틸은 300만t, 포스코특수강은 100만t 수준이다. 지난해 각 회사의 연간 1인 평균 급여액을 살펴보면 세아베스틸은 7100만원, 포스코 특수강은 5800만원이다.

    회사끼리의 매각에 있어 노사간 협의를 거쳐야한다는 법적인 규정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위원장은 "법으로 규정된 것은 없지만, 우리도 일부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라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포스코특수강의 매각 철회를 관철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며, 매각이 끝내 강행된다면 모든 과정을 비대위에 공개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특수강 비대위는 포스코와 세아그룹에게 각각 '매각 대금의 10%를 위로금으로 지급할 것'과 '고용승계 및 유지를 5년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월말 기준 포스코특수강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정규직 근로자는 1209명이다. 1조1000억원에 매각이 진행되고, 노조의 요구안이 받을들여질 경우 이들은 1인당 약 9000만원씩의 위로금을 지급받게 된다. 만약 근무 연차대로 위로금 지급에 차등을 둔다면, 1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받는 직원들도 나타날 수 있다.

    세아그룹의 경우 최대한 고용승계를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세아베스틸(당시 기아특수강)이 지난 2003년 세아그룹에 인수 될 당시 사무·생산직군 전원의 고용승계가 이뤄진 전례도 있다. 또 세아베스틸과 포스코특수강의 주요 생산품목 중 중첩되는 부분이 거의 없어, 서로 다른 기술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고용이 승계될 수 밖에 없다는 업계 시선도 있다. 

    상경투쟁에 참여한 400여명의 인원들은 약 1시간여 시위를 벌이고 해산했다. 이들 중 이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위원들은 국회와 청와대 앞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해 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 ▲ 포스코특수강 비대위 인원들이 시위를 해산하고 떠난 자리에는 '매각에 반대한다'는 그들이 뿌린 전단지만이 어지럽게 펼쳐져 있다 ⓒ뉴데일리DB
    ▲ 포스코특수강 비대위 인원들이 시위를 해산하고 떠난 자리에는 '매각에 반대한다'는 그들이 뿌린 전단지만이 어지럽게 펼쳐져 있다 ⓒ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