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 입지 높였지만 신용등급 부담""포스코, 재무구조 개선폭 그리 크진 않아"


  • 세아베스틸이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증권가들은 일제히 특수강사업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면서 우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다만, 세아베스틸 입장에서는 인수대금을 마련해야하기 때문에 다소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관측이다. 포스코(POSCO)의 경우 재무구조 개선에 긍정적이지만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봤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세아베스틸은 전날 포스코가 보유한 포스코특수강 지분 72% 중에서 52.3%(1881만주)를 5672억원에 취득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또 나머지 20%도 일정 기간 이후 세아베스틸이 전량 사들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세아베스틸은 재무적투자자(FI)와 우리사주가 보유한 포스코특수강 지분 28%도 인수할 예정이다. 다만, 포스코특수강이 보유한 2200억원에 이르는 베트남 형상사업 부문은 포스코에 그대로 귀속된다.

    세아베스틸은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하는 목적에 대해 "국내특수강부문의 리더십 강화와 스테인리스 분야로의 신규사업 진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고, 포스코 측은 이번 매각과 관련해 "사업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특수강 품은 세아, 업계 독보적 입지 구축"…신용등급엔 부담

    전문가들 역시 양 사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이번 인수로 국내 특수강업계 2위인 현대제철의 특수강 봉강 증설에 맞선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평가다.

    이종형 대신증권 연구원은 "세아베스틸은 인수 이후 특수강 제강능력이 기존 285만톤에서 405만톤으로 확대돼 현재 업계 2위인 현대제철의 50만톤(2016년부터는 150만톤)을 뛰어넘으면서 국내 특수강시장의 독보적 입지를 구축했다"고 분석했다.

    또 세아그룹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주력사업이었던 탄합금강과 함께 포스코특수강이 영위하던 STS봉강·선재와 무계목강관도 아우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재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탄소합금강 국내 시장점유율 상승에 따른 시장지배력 강화,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로 특수강 전문 철강사로서의 경쟁력 제고 등과 함께 다양한 고객층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포스코특수강의 기존 실적이 니켈 가격에 연동되는 구조여서 세아베스틸의 이익 변동성이 확대된다는 점은 부정적인 요소로 꼽혔다. 포스코특수강의 전체 매출 가운데 60%가 니켈을 원료로 하는 STS특수강 매출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김현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니켈 가격 상승기에는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하고, STS특수강에 대한 가수요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실적이 개선된다"며 "반대로 니켈 가격 하락기에는 실적이 악화되는 패턴을 그리고 있어 니켈 가격의 등락이 장기적으로 주가 할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인수자금 마련을 해야하는 세아베스틸의 재무적인 부담은 가중될 것이란 관측이다. 김 연구원은 "세아베스틸이 포스코특수강의 우선주까지 인수한다면 총 8272억원의 자금이 필요하게 된다"며 "그러나 현재 보유 현금은 900억원 정도에 불과해 대부분 차입에 의존해야할 것"이라며 세아베스틸에 대해 'HOLD'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기업평가도 이날 세아베스틸 무보증사채(A+)·기업어음(A2+) 신용등급을 '부정적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기존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은 '안정적'이었다. 한기평은 "세아베스틸이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함으로써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인수자금 소요로 재무적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세아그룹에 피인수되는 포스코특수강에 대해서도 한기평은 부정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한기평은 "그동안 포스코특수강이 포스코그룹에 소속돼 향유해온 직간접적인 사업·재무적 수혜효과와 유사시 지원가능성 등이 소멸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매각 차익 2390억~3941억…"재무구조 개선되지만 폭은 크지 않아"

    포스코 측은 이번 매각으로 매매계약이 완료되는 시점인 내년 1분기 들어 최소 2390억~3941억원의 매각차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포스코의 PBR이 0.6배 수준인데 반해 이번 매매가치가 PBR 1.1배 수준에 달한다는 평가 탓이다.

    또 계약완료 이후 포스코특수강의 향후 3개년 연평균 이익이 일정금액을 초과하면 포스코는 세아베스틸로부터 약정된 차후정산 매매대금을 받기로 한 것도 긍정적이다.

    이종형 연구원은 "포스코특수강의 지난해 별도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999억원, 445억원, 317억원임을 감안하면 포스코는 만족할 수 있는 조건으로 매각하는 상황"이라며 "약 6000억원의 현금유입과 동시에 권오준 포스코 회장 부임 이후 추진중인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약으로 포스코는 7815억원의 현금과 베트남법인 가치 2414억원이 유입되는 반면에 포스코특수강의 장부가치 6288억원이 유출돼 3941억원의 매각이익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김현진 연구원도 이번 매각대금을 장부가대비 52.4% 높은 가격으로 분석하면서 2390억원의 매각차익이 내년 1분기에 인식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역시 이번 매각으로 포스코의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다만, 신용등급(Baa, 안정적)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의 약 31조원에 이르는 조정 차입금 규모(올 9월 말 기준)를 근거로 들었다.

    크리스 박 무디스 부사장은 "매각대금이 전액 차입금 상환에 사용된다고 가정하면 EBITDA 대비 조정차입금 비율 개선폭은 약 0.15배에 그친다"며 "이번 매각이 신용등급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매각이 재무건전성 개선에 대한 포스코 경영진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입장이다.

    무디스는 포스코의 EBITDA 대비 조정차입금 비율이 완만한 이익성장 설비투자 감소 및 차입금 축소 조치 등에 힘입어 올 9월 말 최근 12개월 기준 4.6배에서 2015년 약 4.0배로 점진적 개선을 이룰 것으로 봤다.

    한편 이번 매각으로 양 사는 포스코특수강 직원들에게 1인당 기본 1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비대위와 합의했다. 여기에 우리 사주 주식을 보유한 직원들의 경우는 추가로 평균 1500만원까지 위로금을 받을 수 있어 최대 2500만원까지 지급받는다. 이로 인한 비용은 약 1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