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주택정책 전면에 나서면서 국토부와 엇박자
  • ▲ 정부청사.ⓒ연합뉴스
    ▲ 정부청사.ⓒ연합뉴스

     

    정부가 전·월세난 해결을 위해 기업형 민간 임대시장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책 발표 및 추진과정에서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간 엇박자가 감지되고 있다.


    이번 사안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발언이 발단이 된 가운데 나라 살림을 담당하는 기재부와 주택정책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각개전투로 주도권 싸움을 벌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8일 기재부와 국토부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이달 초 서울 시내 모처에서 D건설, G건설, H건설 등 5개 대형 건설사 주택 담당자를 불러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 국토부 관계자는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이 자리에서 정부의 기업형 임대주택 활성화 방침을 전하고 업체 참여를 독려하는 한편 사업 참여 애로점 등에 대해 의견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자리였다"며 "건설사들도 준비 없이 참석했다가 택지 공급가 인하 등 일반적인 이야기만 전달하고 왔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기업형 민간 임대시장과 관련해 지난주 주택정책과장이 주축이 돼 5~6개 대형 건설사 관계자를 만났다.


    국토부는 기재부보다 더 적극적으로 건설사를 직접 찾아가 민간 임대주택 사업 현황과 사업 참여 시 애로사항 등을 청취했다.


    기업형 민간 임대시장 육성 방안은 이달 중순 이후 발표되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큰 틀이 공개된 후 이달 말이나 내년 초쯤 별도의 대책으로 발표될 전망이다.


    문제는 기재부와 국토부가 건설사와 협의한 내용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건설사는 정부의 지원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나 협의하는 자리도 아니고 단순히 민간임대 사업 활성화를 위한 건설사 의견을 듣는 자리를 부처별로 따로 마련할 필요가 있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주택정책은 국토부가 주도해왔는데 기재부가 국토부 할 일을 하니 솔직히 난감하다. 국토부 눈치도 보인다"고 귀띔했다.


    민간 임대시장 육성을 위해 두 부처가 머리를 맞대기보다는 각개전투로 주도권 다툼을 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는 셈이다.


    주택정책은 국토부 고유의 업무영역이다. 그런데도 기업형 민간 임대시장 활성화와 관련해 기재부가 국토부보다 선수를 치고 나가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기재부가 기업형 민간 임대시장과 관련해 발 벗고 나선 것은 최 부총리가 지난달 21일 주요 연구기관장 조찬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으로 이를 언급하면서부터다.


    하지만 기재부가 주택정책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최 부총리가 취임한 지난 6월부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 부총리가 이끄는 2기 경제팀이 부동산 대책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경제 활성화를 견인하면서 상대적으로 국토부보다 기재부가 전면에 나서는 양상이 됐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9·1부동산 대책을 만들 때도 국토부와 상의하지 않고 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주택협회 등과 별도로 접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최 부총리와 서 장관의 '인연'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2기 경제팀 사령탑인 최 부총리는 경제팀 구성원들과 학연과 고시 등으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는데 서 장관과는 연세대 경제학과에서 진행된 캠프에서 인연이 닿아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고 알려졌다.


    심지어 경제팀 각료가 교체됐을 때 서 장관 유임에 최 부총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의견도 제기됐었다.

    설상가상 박근혜 대통령이 최 부총리의 발언에 직·간접적으로 힘을 실어주면서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주택정책 주도권을 기재부에 뺏긴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한 관계자는 "국토부와 기재부가 주택정책을 놓고 주도권 다툼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서민 주택 안정 등 더 나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 서로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