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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경기 불황과 유가 하락 등으로 전 세계 선박 및 해양플랜트 발주가 급감, 조선업계에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의 친환경·고효율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에 대한 선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45억 달러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16일 현재까지 127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국내 간판 조선업체들 가운데 올해 유일하게 목표 달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같은 호실적의 수훈갑으로 LNG선이 손꼽힌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들어 LNG선 수주에서만 69억 달러(28척)를 끌어왔는데, 연말까지 수척의 추가 수주까지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통상 최상위 조선업체들 간의 기술력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원천설계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기술적 우위를 통해 'LNG선 발주 1번지'로 거듭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28척의 LNG선 중 쇄빙LNG선과 천연가스추진 LNG선 등 최첨단기술로 무장한 선박의 숫자만 무려 20척에 달한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4년에도 연 20척의 LNG선을 수주하며 이 분야 최고의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는데, 올 들어 30척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하며 'LNG선은 대우조선해양'이라는 타이틀을 굳혀가고 있다.
◇ 독자 개발한 LNG 연료 공급시스템 효과 '톡톡'
최근 날로 강화되는 환경규제 탓에 친환경 선박(Eco Ship)에 대한 수요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선사들은 유명 선박엔진 제작사인 만디젤&터보가 개발한 천연가스 엔진 ME-GI에 주목하고 있다.
ME-GI엔진의 열효율은 기존 사용되던 디젤 엔진 DFDE보다 12%나 우수한 52%에 달한다. DFDE 대비 연료 소모량은 22%나 저감됐다. 친환경성·고효율을 자랑하는 만큼 이 엔진을 탑재해 달라는 선주들의 요구도 자연스레 빗발치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LNG선 수주가 급증한 이유도 ME-GI엔진에 있다. ME-GI엔진에 탑재되는 천연가스 연료 공급 장치가 바로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08년 기술 개발에 들어가 지난해 상용화에 성공한 HiVAR-FGSS이기 때문이다.
HiVAR-FGSS는 탱크에 저장된 천연가스를 고압 처리해 엔진에 공급해주는, 천연가스 연료 추진 선박의 핵심 설비다. ME-GI엔진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HiVAR-FGSS가 필수적인 만큼, 만디젤&터보는 대우조선해양에 특허료를 주고 이를 사용 중이다. -
또 대우조선해양은 PRS라는 이름의 독자 개발한 천연가스 재액화 장치에 대한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LNG선은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액체 상태로 수송하는데, 운항 중 일부 가스가 자연 기화되어 일부 버려지는 양이 발생하곤 했다.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기화된 가스를 다시 액화시켜 화물창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PRS는 재액화에 필요한 냉매를 사용하지 않고 화물창에서 발생한 증발가스를 냉매로 활용하는 장치다. 따라서 추가 동력과 냉매압축기를 필요로 하지 않아, 선박을 운영하는 선주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비용과 유지관리비가 획기적으로 절감됐다는 평가다.
이 같은 대우조선해양의 독자적인 LNG 연료공급시스템은 한국기계기술단체총연합회가 선정한 '2014년 올해의 10대 기계기술','2013년 장영실상'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은 특허를 바탕으로 한 우월한 엔진 시스템 제공으로 경쟁사 대비 수주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유가 약세로 해양플랜트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는 가운데, 2015년 주력 발주 선종인 LNG선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며 상대적으로 불황을 잘 헤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초대형 야말프로젝트 LNG선 시리즈 '싹쓸이'
대우조선해양은 천연가스 추진 LNG선 외에 쇄빙 LNG선 부문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조선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불리던 야말프로젝트에 투입될 쇄빙LNG선을 대거 수주해냈기 때문이다.
야말프로젝트는 러시아 가스회사인 노바텍, 프랑스 토탈, 중국 CNPC 등 3사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베리아 서쪽 야말반도에 위치한 천연가스전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이들은 개발을 통해 총 1650만t의 LNG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총 15척의 쇄빙LNG선이 발주됐는데,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7월 전체 선박에 대한 선표예약계약을 따낸 바 있다. 현재 10척에 대한 본 계약을 마쳤고, 나머지 5척도 이달 안으로 수주를 확정지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용선주인 야말 LNG사는 북방항로 운항을 위해, 어떤 조선소도 지은 적 없는 쇄빙 및 방한 기술이 총 망라된 최첨단 쇄빙 LNG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용선주 및 선주 측의 요구에 부합하는 기술력과 중·장기 영업 전략을 조화시켜 수주에 성공했다.
최대 두께가 약 2.1m에 달하는 북극해의 얼음을 스스로 깨고 나갈 수 있는 17만㎥급 '아크-7 아이스클래스' 쇄빙 LNG선의 건조를 위해 대우조선해양은 여러 차례에 걸친 모형실험을 통해 최적화된 아이스 선형을 개발했다. 또 영하 52도의 극한에서도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방한처리 기술을 적용했다.
양방향의 쇄빙 운항을 구현하기 위해 360도로 회전하면서 선박의 추진과 조향을 가능하게 하는 파드 프로펄서 3세트로 구성된 추진 시스템도 도입했다.
지난 3월 첫 번째 쇄빙 LNG선 계약 당시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전례가 없는 '아크(ARC)-7' 쇄빙LNG선의 세계 최초 수주로, 대우조선해양의 뛰어난 기술력이 재차 입증됐다"며 "이번 계약을 통해 북극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게 됐고, 노바텍 및 토탈 등 에너지 회사들과도 새로운 러시아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하게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