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영향 제한적이나 러시아는 앞으로가 더 문제
  • 그리스와 러시아의 '더블 위기'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정정불안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으나 러시아의 경우는 정부의 '위기 종식' 선언에도 불구하고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보고 있다.

    ◇그리스 위기, 글로벌 경기 우려 확산 가능성 낮아"

    29(이하 현지시간) 그리스가 3차 대선에 실패하면서 의회를 해산하고 오는 125일 조기 총선을 치르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는 그리스발()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졌다.

    지지율 1위인 야당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가 조기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시리자는 긴축 재정 중단, 국채 50% 탕감 등 과격한 주장으로 여론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만약 그리스가 구제금융 조건을 거부하고 재협상을 요구하게 되면 다시 부도 위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날 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에 대한 우려로 9%대로 급등했고, 아테네 증시 ASE지수는 장중 한때 11.3% 폭락했다.
    유럽증시 주가도 동반하락을 면치 못했으며, 달러화 대비 유로화의 가치도 떨어져 2년 만에 최저치에 근접했다.

    그러나 그리스의 정치적 위기가 글로벌 경기 우려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의 대선 실패와 조기 총선은 증시에 분명한 악재"라면서도 "그러나 그리스 악재는 노출된 재료인데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내의 위기확산을 막는 3단 안전장치가 존재,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유로존 내의 위기 확산을 막는 3단 안전장치로 △국채매입프로그램(SMP) △유로화안정기구(ESM) △미국식 양적완화(QE. 2015년 상반기 시행 전망) 등을 꼽았다.

    그는 "결국 그리스 이슈는 시장에 대한 장악력은 떨어지는 상태에서 뉴스에 따라 증시를 교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도 "유럽 중앙은행(ECB) QE 시행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내년 상반기 중 유로 약세, 달러 강세 추세를 더욱 강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며 유로존 금리는 하방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그리스 문제로 범유럽 국채금리가 상승할 경우 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의 경우 "시리자가 1당이 된다손 치더라도 정부 구성을 위해서는 연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유로존 탈퇴 등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러시아 디폴트 우려 재확산, 신용등급 강등가능성

    같은 날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러시아의 마이너스 성장은 지난 200910월 이후 처음으로, 서방 제재와 유가 폭락 충격이 본격화됐음을 시사했다.

    한때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안정을 찾는 듯하던 루블화 가치도 이날 재차 5.4% 폭락해 달러당 57.1에 거래를 마감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방관이 '유동성 위기는 끝났다'고 선언한지 4일만에 다시 폭락세로 접어든 것.

    블룸버그통신은 달러에 대한 루블화 가치가 지난 15일 이후에만 9.3% 하락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가 23일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편입함에 따라 향후 90일 이내에 정크 등급으로 강등될 가능성이 50%로 높아졌다.

    또 루블화 약세가 심화될 경우 전면적 자본통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지원도 국영기업에 집중될 것으로 보여 경제불안 심화, 신용등급 강등시 중소 민간기업들 및 은행들의 부도 급증과 뱅크런, 달러환전 가속화 리스크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러시아 통화위기의 추가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실물경기 전이에 따른 대내외 부정적 여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러시아 위기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김지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가 하락과 화폐가치 절하로 신흥국들이 위태로워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1998년의 모라토리엄이나 외환위기와 같이 (한국을 포함한) 전면적인 신흥국 위기가 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대()러 수출 비중은 2%도 되지 않으며 한국 금융기관의 대러 위험노출 비중은 1.3%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러시아 이슈를 경계하는 것은 지정학적 긴장감이 다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이 가시화되면서 러시아와 NATO간 충돌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도 "러시아 위기의 주변국 연쇄 전염이 가시화되고 있어 직간접적 여파와 신흥국 불안 파급에 경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