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조업 부채질할 가능성 커 확대 적용 필요
  • ▲ 오룡호.ⓒ해양수산부
    ▲ 오룡호.ⓒ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가 원양어선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대형사고를 낸 원양어선에 대해 어획할당량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오룡호 사고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온 ‘전배’ 관행에 대해선 할당량 제한을 고려하지 않아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수부는 20일 제2의 오룡호 사고를 막겠다며 ‘원양어선 안전관리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원양선사에 안전업무를 총괄하는 안전관리책임관을 두도록 하고, 베링해 등 위험 수역에서 조업하는 어선에는 유사시 선원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특수 방수복을 의무적으로 비치하도록 했다.


    안전의무를 어긴 선사·선원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였다. 자격 미달 해기사의 승선이 적발되면 현재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인 벌금을 5년 이하 징역으로 강화했다. 선사가 공인되지 않은 선원명부를 비치했다가 걸리면 앞으로는 200만원의 과태료 대신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게 된다.


    해수부는 선사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어획할당량 배분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어업협상을 통해 할당받은 총어획량을 한국원양산업협회에서 선사에 배분할 때 불법어업 어선뿐만 아니라 중대한 과실로 대형사고를 낸 원양어선에 대해서도 할당량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침몰 등으로 배가 없어졌다면 해당 선사에 대해 할당량을 제한하는 기준을 만들려고 한다”며 “현재는 배가 침몰하거나 화재가 발생하면 대체 선박을 이용해 (할당량을) 마저 소진하는데 고의나 안전관리상 중과실로 사고가 나면 대체 선박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해수부는 전배에 대해선 할당량 제한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배는 선사끼리 할당받은 어획량을 사고파는 원양업계 관행이다.


    오룡호 사고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전배 관행이 사고의 숨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오룡호 사고 중간조사 발표에서 비상 조난과정에서의 미숙한 대응과 기상악화 상태에서 이뤄진 무리한 조업 강행이 사고원인으로 꼽혔는데 전배가 무리한 조업을 부채질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부 실종 선원 가족은 수색·구조작업 당시 “사고 전 통화에서 할당받은 어획량을 다 잡았는데 선사에서 추가 조업지시를 했다고 들었다”며 “악천후 상태에서 추가 조업 때문에 사고가 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국내 명탯값이 오르다 보니 사조산업이 욕심을 부려 전배로 할당량을 사들였다는 것이다.


    사조산업은 전배로 명태 물량 1500톤쯤을 추가 확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당시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도 실종 선원 가족과 만난 자리에서 “어렵게 받은 할당량을 소진해야 하므로 할당량을 못 채운 배가 할당량을 채운 배에게 (할당량을) 넘기는 것 같다”며 “(전배 관행과 관련해) 안전문제를 제도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일각에서는 위험 수역에서 주로 이뤄지는 전배에도 어획량 제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배로 추가 어획량을 사들인 선사가 쿼터를 채우지 못하면 손해라는 생각에 무리한 조업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수부는 원양어선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할당량 제한을 검토하면서 이를 전배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은 상태다.


    해수부 관계자는 “대형사고를 낸 원양어선이 위험 수역에서 전배를 할 때 어획량을 제한하는 방안은 미처 검토하지 못했다”며 “전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므로 확대 적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