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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3일 '저속철' 논란에 휩싸인 KTX 호남고속철도 서대전역 경유와 관련해 사실상 경유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했다.
서 장관은 이날 서울 한강 홍수통제소에서 서대전역 경유를 반대하는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낙연 전남지사, 송하진 전북지사, 설문식 충북 정무부지사를 만나 호남고속철의 건설 목적과 수요를 함께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 장관은 "호남고속철을 건설하는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수요도 고려해야 한다"며 "누가 봐도 합리적인 안이구나 하는 얘기가 나올 수 있게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대전역 기존 승객과 앞으로의 잠재 수요를 함께 고려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운행 편수를 줄여서라도 서대전역을 거치겠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서 장관은 "의견 수렴도 지속해서 하겠지만,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 문제 때문에 (개통이) 1개월 늦어진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단체장들은 호남고속철이 서대전역 경유 없이 애초 계획대로 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시장은 "4개 시·도에 각각 유·불리가 있겠지만,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호남고속철이 원래 취지대로 운행돼야 한다는 요구를 하는 것"이라며 "호남고속철 개통이 지역 간 갈등으로 비화한 것이 안타깝고, 그래서 더 원칙과 신뢰의 바탕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호남민에게 45분 늦게 가는 상황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송 지사는 "호남고속철 간선에 대한 계획이 분명하게 서야 하며 이용객과 회선을 늘리고 난 뒤 지선에 대해서는 또 다른 방법으로 보완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설 부지사는 "호남고속철은 이름에 걸맞게 운행돼야 한다"며 "오송역이 분기역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한편 권선택 대전시장은 이날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호남선 KTX의 서대전역 경유 문제는 합리적 방안이나 과학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며 "100년 역사를 지닌 서대전역은 대전의 역사를 잇는 생명선인 만큼 문제 해결을 위해 행정력과 정치력을 함께 발휘하고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앞장서겠다"고 역설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날 충남도를 방문한 여형구 국토부 제2차관을 만나 "호남고속철 문제는 기본적으로 승객 수요와 이용객 편의를 고려해 코레일에서 결정할 문제이지 정쟁화할 사안이 아니다"며 "국토부가 (충청과 호남지역을 잇달아 방문해) 설명할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원론적인 수준의 태도 표명이지만, 서대전역 경유를 지지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