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적금상품, 저축보험·신용카드 끼워팔기 대부분고금리 혜택 받기 위한 추가조건 따져봐야
  • #직장에 다니는 A씨는 적금통장을 만들기 위해 웰컴저축은행을 방문했다가 실망한 채로 발길을 돌렸다. 최근 웰컴저축은행이 출시한 6.5% 금리를 제공하는 ‘웰컴누구나우대적금’ 상품을 가입하려 했지만, 가입 절차가 너무 복잡했기 때문이다. 

    KB카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은행원은 A씨에게 ‘재직확인증명서․건강보험자격확인서․급여통장 3개월 이체내역’ 서류 제출을 요구했다. 보통 신용카드를 만들 때보다 더 많은 서류를 요구하는 이유를 묻자 은행 직원은 “KB카드사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그대로 맞춰야하기 때문에 은행도 어쩔 수 없다”고 대답했다. 

    적금만 가입했다면 10분도 안돼 끝날 일이었지만, 6.5% 금리를 모두 받으려면 적금과 카드 상품 가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탓에 A씨가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훨씬 지연됐다. A씨는 고금리를 받기 위해서 충족시켜야 하는 추가 조건이 너무 많다고 판단, 결국 적금통장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지난 달 SBI저축은행에 방문한 B씨는 적금과 저축보험 상품에 동시에 가입했다. 애초에 B씨는 3,7%의 고금리를 제공하는 1년 만기의 정기적금만 가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SBI저축은행 직원의  10년 만기의 저축보험도 가입하면 이 정기적금에 1%를 더 우대, 총 4.7%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뒤 마음이 흔들렸다. 

    SBI저축은행 직원은 일정기간 내 저축보험을 해지하면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지만, 둘 다 가입할 경우 1년 만기적금에 4.7%의 고금리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B씨는 높은 금리를 얻기 위해 계획에 없었던 저축보험까지 들기로 결정했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러 저축은행이 ‘고금리’ 적금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 금리는 연 2%대지만, 저축은행들이 앞다퉈 내놓는 고금리 상품들은 대부분 3%대에서 많게는 6%대 중반입니다.

    다만 저축은행들이 제공하는 최고 금리 혜택을 소비자 모두가 누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축은행들이 금리 우대 혜택이라는 명목 아래 저축성보험이나 카드상품 가입 등 많은 조건을 달아놓기 때문인데요. 

    이는 은행들이 보험사나 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관련 상품을 고객들에게 대신 팔고 수수료를 받는 구조에서 기인합니다. 간단히 보면 저축은행이 내놓은 5~6%대의 금리 상품 대부분은  ‘적금+보험저축’, ‘적금+신용카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은행에서 보험과 카드 가입을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생각지 못한 해프닝도 발생합니다. 앞서 사례로 들었던 A씨의 경우, 6.5%의 금리혜택을 얻기 위해 KB신용카드를 가입하는 과정에서 평소보다 많은 서류 제출을 요구받았는데요. 

    웰컴저축은행에 확인해보니 신용카드를 가입할 때 직업군 별로 확인 절차가 다르지만, ‘재직확인증명서․건강보험자격확인서․급여통장 3개월 이체내역’ 등 3가지의 서류를 전부 제공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재직확인증명서를 제출하거나 A씨가 근무하는 회사에 전화해 근무여부만 확인하면 되는데, 신용카드 가입 절차를 잘 모르는 은행원들이 업무를 진행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상품을 최근에 출시해 일부 직원 교육이 미흡했다고 설명했지만,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는 근본적인 원인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저축은행이 적금과 함께 보험이나 카드사의 상품을 동시에 팔다보니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저축은행의 고금리 적금상품들이 많이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소비자 스스로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힘써야 할 것 같습니다.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제공하는 고금리혜택을 얻기 위한 보험, 카드 상품 가입의 선택권은 결국 ‘소비자’에게 있는 만큼, 은행들이 적금에 보험·카드 상품을 끼워파는 것을 제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비자의 책임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지요.

    결국 '고금리’에 현혹되기 보다는 그에 따라붙는 구체적 조건들을 미리 파악하고 꼼꼼히 따져보는 자세가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