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 잘 팔려도 걱정 '수익률 대폭 줄어들라'인력·예산 '다이어트 돌입… 답 찾아 해외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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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초유의 1%대 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시중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저금리 시대인 탓에 대출을 해도 이자수익을 받기도 어렵거니와, 자금을 끌어들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 저금리에 속앓이… '대출 해봐야 수익성 별로'

    서울시내 A은행의 한 영업점. 평소와 다름 없이 고객들로 붐비지만, 민우현(53·가명) 지점장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민우현 지점장은 “모두 안심전환대출 관련 문의하려 온 사람들”이라며 “상담하러 온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해당 상품이 얼마나 팔릴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심전환대출 문의 고객들 때문에 사람이 많아 보이는 것이지, 예적금 등 통상 업무를 하러 오는 고객은 팍 줄었다”고 했다. 저금리 기조 탓에 은행에 돈을 맡기려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것. 펀드 등 다른 상품을 권해보기도 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민우현 지점장은 “인터넷뱅킹 등이 발달해 젊은 사람들은 영업점에 잘 오지 않는다. 나이 많은 고객들은 성향이 보수적이라, 펀드 투자를 꺼리는 편”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출 역시 신통찮다. 저금리 탓에, 대출을 해준다 해도 이자수익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민 지점장은 “나 뿐 아니라, 모든 은행의 모든 지점장들이 같은 고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안심전환대출, 안팔려도 많이 팔려도 '걱정'

    안심전환대출이 많이 팔려도 걱정이다. 연 3.5%대 변동금리의 기존 주택담보대출 이용자들이 고정금리 2.5~2.6%대의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발생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대출자가 대출 실행 후 3년 안에 대출을 상환하면 경과 기간에 따라 최대 1.5%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했는데,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이 역시 부과할 수 없게 된다.

    금융투자업계는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해 정부가 주도하는 안심전환대출로 인해 은행권들이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안심전환대출 1차 한도인 20조원이 소진된다고 가정할 때, 전체 은행권 손실이 1400억∼160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특히 신한·국민·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시장점유율에 따라 은행당 250억∼500억원의 순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번 안심전환대출로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이 연간 0.0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수년 새 저금리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예대금리차는 급격히 줄었다. 이에 따라 2005년 2.81%였던 순이자마진은 지난해 1.79%까지 떨어졌다.

    ◇ 인력·예산 줄이고, 해외 나가고… '답 찾기' 나선 은행들

    은행권에서는 ‘허리띠 졸라매기’를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서는가 하면, 해외 진출을 통한 수익성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은행들은 인건비 절감을 가장 우선적인 자구책으로 내놓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씨티은행은 지난해 200여명, 650여명의 희망퇴직자가 각각 회사를 떠났다. 농협은행은 지난 1월 270여명, 신한은행은 지난 2월 310여명을 각각 내보냈다. 우리은행은 200~300명의 희망퇴직을 신청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국민은행은 희망퇴직 논의를 위해 임금피크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린 상태다.

    정부의 채용 확대 방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은행들은 상반기 정규직 채용 계획이 없다. 기업은행이 200명 채용을 밝힌 정도가 전부다.

    홍보비용도 대폭 줄였다.

     

    B은행 관계자는 “최근 들어 영세 언론사를 중심으로 협찬 요청이 많아지고 있는데, 예산이 줄어 도저히 응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C은행 관계자는 “작년에 비해 홍보 예산이 절반으로 줄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홍보 예산을 줄이지 않으려면, 직원 복지 예산을 줄일 수 밖에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정체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진출해 수익성을 강화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 인수에 2년 6개월 만에 최종적으로 성공했다. 우리은행은 현재 6%인 해외 수익의 비중을 내년 10%로 높인다는 계획 아래 베트남 은행 인수 추진 등 공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섰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3월 인도네시아, 12월에는 중국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해외 통합 법인을 출범시켰으며 올해는 중국, 인도 등 동시에 지점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필리핀 마닐라지점 설립 계획을 당국에 알린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