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훈 전 교육문화수석 장녀 중앙대 교수임용 개입 의혹<BR>학사구조 개편 논란으로 학생·교수진과도 마찰<BR>내우외환 휩싸여 개교이래 최대위기 맞아<BR>학생들 "신입생에 우리 학교 오라고 어떻게 말하겠나?""

  • ▲ 중앙대 로고ⓒ중앙대학교
    ▲ 중앙대 로고ⓒ중앙대학교

    안으로는 학사구조 개편 논란으로 연일 혼란스러운 중앙대가 밖으론 박범훈 전 총장의 각종 비리혐의와 딸을 교수로 채용시켰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개교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27일 검찰은 박 전 중앙대 총장의 비리 혐의와 유력인사들의 청탁을 받아 자녀들을 부정입학시키거나 교수 채용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제보를 받고 교육부와 중앙대, 중앙대 재단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진행된 수사는 박 전 총장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있을 당시 중앙대 캠퍼스 통합 및 적십자간호대학 인수 등에 특혜를 주도록 교육부에 압력을 행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3월 교육부는 본교와 분교의 통폐합을 가능하도록 바꾼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전까지는 일반대와 일반대, 전문대와 전문대처럼 본교 간의 통합만 가능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달인 4월 말, 중앙대 이사회는 캠퍼스 통합 결정을 통과시켰다.

    이후 6월 해당 규정의 개정안이 발표됐고 2개월 만인 2011년 8월 중앙대는 본교인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를 통합했다.

    규정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사천리로 진행된 통합 절차에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었던 박 전 총장의 압력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 교육부와 박 전 수석 간에 본교와 분교 통합 건을 가지고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교육부는 본교-분교 간 통합 허용 건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박 전 수석이 강력하게 추진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또 중앙대가 적십자간호대학(3년제)을 인수할 때 원래 규정에 따르면 대학-전문대학 통합 시 전문대 입학정원의 60% 이상을 감축해야지만 2012년 2월 또다시 '대학설립·운영규정' 을 개정해 3년제의 경우 감축 인원수를 정원의 40%로 줄여줬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중앙대와 적십자간호대학의 통합으로 설립된 '통합 간호대학'이 해당 규정이 개정된 바로 다음 달인 2012년 3월에 출범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 박 전 총장이 개입해 교육부-중앙대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교육부에 압박을 가한 것은 아닌지 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중앙대는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말씀드릴 것이 없다"며 "결과가 나와 봐야 아는 것"이라고 답했다. 열거된 의혹과 관련해서도 "언론에 뭐라고 답변하는 것이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중앙대는 현재 학사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도 학생·교수진과 크게 마찰을 빚고 있어 이번 압수수색으로 내·외부 혼란이 가중됐다는 평이다.

  • ▲ 학사구조 개편 관련 대자보가 붙은 게시판ⓒ중앙대학교
    ▲ 학사구조 개편 관련 대자보가 붙은 게시판ⓒ중앙대학교

     


    중앙대 심리학과 15학번 새내기라고 밝힌 한 학생은 "학사구조 개편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전 총장의 비리까지 터져 학교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며 "신입생들에게 우리 학교에 오라고 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정치국제학과 14학번 학생은 "며칠 전 압수수색을 겪으며 학교에 대한 불신감이 깊어졌다. 최근 구조조정 사태에서도 학교측의 일방적 태도로 실망감을 느꼈는데 정말 '대학의 기업화'라는 비판이 들어맞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학과와 학번 밝히기를 꺼려한 모 학생은 "안 그래도 학칙 개정과 관련해서 학교 내부적으로 시끄러운데 전임 총장의 비리 의혹까지 터지니 할 말이 없다"며 "답답하다. 얼른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