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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사학 부정비리를 뿌리 뽑겠다며 종합감사 등을 예고하고 국가교육회의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대입 자료를 요구하면서, 대학가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입 정보가 공개되면 고교 서열화를 부추길 수 있고, 교육부의 사학비리 척결 계획은 대학들을 흔들기만 할 뿐 제대로 마무리할지에 대한 의문을 보일 정도다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로 지칠대로 지친 상황에서 2019학년도 수시모집을 앞두고, 대학들을 겨냥한 교육부의 행보는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7~8월을 '사학비리 집중 점검기간'으로 설정하고 조사·감사단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앞서 국민제안센터를 통해 79개 대학 사학비리 제보 129건이 접수된 가운데 교육부는 18개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김 부총리는 "10~15개 대학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부정부패 사학비리라는 이미지 해소를 위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며 사학비리 척결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동안 교육부가 보인 행태를 보면, 곱지 못한 시선이 나온다. 특히 대학들은 괜한 불똥이 튈까 염려하고 있다.
사학비리 제보자 신원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에서 교육부의 한 공무원은 인적 사항 등을 외부로 유출, 작년 12월 출범한 사학혁신위원회의 경우 교육부가 비협조적 태도로 파행 위기를 맞았고, 부처 내에 사학혁신지원과를 올해 1월 꾸렸지만 업무량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A대학 관계자는 "사학비리 척결은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확실하게 마무리 짓는 경우가 얼마나 있었는지 싶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대학의 한 관계자는 "각종 평가로 대학가를 뒤흔들었지만, 문제가 있다는 대학들은 살아남았다. 교육부가 무언가를 하면 대학들은 압박 등에 긴장한다. 비리 척결에 제대로 나선다고 했기에 확실히 매듭짓길 바랄 뿐이다"고 꼬집었다.
이 가운데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는 민감한 대입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교육회의는 최근 전국 49개 대학에 4년간 합격자별 입학 전형·출신 고교·고교 유형 등을 제출할 것을 교육부를 통해 요구했다.
공개하기 어려운 자료를 보고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 마련하겠다는 것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한 부분과 고교 서열화를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할 정도다.한 대학 관계자는 "출신 고교 등이 확인될 경우 고교 서열화 가능성이 우려된다. 개인 정보를 함부로 내줄 수 없는 것인데, 대입 개편을 한다면서 자료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의문이다"고 우려했다.
대학가에서는 교육부가 2019학년도 수시모집을 앞두고 여전히 흔들고 있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입 정원 강제 감축 여부를 가리는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 결과가 수시모집 직전인 올해 8월 말께 발표된다. 지난달 20일 가결과가 통보된 가운데 일반대 67개교·49개교 등 116개교는 1단계 '예비 자율개선대학'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2단계 진단을 앞두고 있다.
자율개선대학은 일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고 정원 감축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예비 자율개선대학 선정에 자축하던 대학들은 사실상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정·비리 제재 심사가 남겨져 있어 감점이 적용된다며 최종 등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1단계 진단 점수가 확정되고, 부정·비리 제재를 적용해봐야 최종 결과를 알 수 있다. 2단계 진단을 받더라도, 예비 자율개선대학에 올랐던 학교 중 점수가 떨어진 곳이 있다면 상향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B대학 측은 "교육부가 시원하게 마무리하지 않아, 예비 자율개선대학이더라도 혹시나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C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가 이래저래 대학을 흔들기 바쁘다. 전체 대학 중 80% 이상이 사학이다. 대학 평가로 사활이 걸린 상황에서 자료를 요구하거나, 몇몇 학교를 조사한다고 하면 잘하고 있는 대학마저도 불안해할 정도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