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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협상이 2일(현지시각) 타결됐다. 최근 해외 수주 실적이 부진한 국내 건설업체들에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특히 플랜트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의 진출이 기대된다.
이란은 원유·가스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석유 매장량은 세계 3위이며 가스 매장량은 1위 러시아를 넘보는 2위의 자원 대국이다. 대(對)이란 경제 제재 해제 속도와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향후 석유화학, 정유, 유전, 가스 등 플랜트 관련 대규모 발주가 기대된다.
여기에 이란은 7800만명 이상의 높은 인구 비중으로 교통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핵협상 타결로 그동안 지연됐던 도로·철도 등의 프로젝트 추진이 탄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정부는 경제 제재 완화 또는 해제 시 1600달러 규모의 건설·플랜트 사업을 발주할 계획이다. 2006년에는 주요 인프라사업부문에 민간 참여를 촉진하는 법 규정을 재정비했고, 금리 인하·재원조달 다변화 등 개발환경 개선을 추진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 제재가 풀리면 향후 5년간 건설부문의 실질 성장률이 평균 3.4%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국 건설전문지 BMI는 "이란의 에너지 생산량이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최종 제재해지 이후에도 3~4년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제재 기간 동안의 투자 감소 및 유정의 노화, 신규 유정 개발 부족, 관리부실 등으로 인한 유정의 훼손과 원유 생산능력 저하 등이 요인이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예산수입의 상당 부분이 원유 등 자원 수출인 만큼 생산능력 정상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잇따를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이란 건설시장에 대한 국내 업계의 기대가 크다. 플랜트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넓혀 온 만큼 노하우와 기술력, 중동에서의 실적까지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업계가 이란 땅을 처음 밟은 것은 1975년이다. 현대건설이 이란 동원 훈련 조선소 공사를 수주했고, 삼성물산은 코람샤 항만 공사를 수행했다. 대림산업은 이스파한 군용시설을 위한 토목공사를 계약했다.
이후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쌍용건설 등이 이란에서 건설사업을 펼쳤다.
특히 대림산업은 칸간 가스 정제공장 건설공사, 이스파한 정유시설 증설 프로젝트, 카룬 제4 수력댐 건설공사 등 굵직한 사업을 수주하며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건설은 기술력은 물론 신용이 중요하다"며 "경제 제재 이전에 이란에서 쌓아온 우리 건설사들의 레코드가 적지 않아 향후 수주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당장 이란에서 발주되는 사업으로는 '소로우쉬(Soroush)'와 '노우루즈(Nowruz)' 해상유전으로부터 채굴되는 원유를 취급하는 세계 최대 수출터미널과 부유식 원유저장설비(Floating Oil Storage, FSU) 건설사업이다. 이 시설의 저장용량은 220만 배럴이며, 이들 해상유전에서 하루 20만 배럴의 원유를 채집할 것으로 전해진다.
교통인프라 부문에서는 테헤란 메트로 사업 잔여 노선 추진이 예상된다. 경제 제재로 총 6개 노선 중 4개 노선만 운영 중이다.
이란 진출 시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우선 고질적인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고, 건설비용 중 토지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하다. 여기에 현지 빌딩건축 규정 또는 법령이 취약하고 시공사의 기술개발 투자 의지가 미약하다. 건축법 무시와 감리제도 부실도 주의해야 한다. 지진 발생 위험지역으로 복구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건설사업 영위를 위해서는 원활한 금융거래 시스템의 원상회복부터 이뤄져야 한다. 이란은 선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고, 전 세계 은행 간 전자금융 정보를 교환하는 SWIFT도 재가입해야 한다. 현재 기업들이 거래대금을 국외로 송금하기 위해서는 이란중앙은행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