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 전년比 91.12%p 오른 1650% '톱'


  • 업황이 부진했던 암울한 시기를 지나 실적이 개선된 대형 증권사들이 여전히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익을 사내에 유보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내부유보율이 지난해에도 25%p 가량 높아졌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NH투자·KDB대우 등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의 유보율은 지난해 기준 519.94%로 직전년인 2013년도 보다 25.88%p 상승했다.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수치인 유보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잉여금을 투자나 배당 등에 지출하지 않고 사내에 쌓아뒀다는 의미다.

    회사별로 보면 대신증권과 함께 작년말 합병 출범한 NH투자증권을 제외하곤 8개사 모두 유보율이 4.16~91.12%p 올랐다.

    유보율 증가폭과 유보율 수치 모두 월등히 높았던 한국투자증권은 전년 1558.83%에서 지난해 1649.94%로 91.12%p 급등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유보율이 타사에 비해 독보적으로 높은 이유는 자본대비 잉여금(유보금)이 워낙 큰 덕분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유보금은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2조8973억원을 기록했으며, 자본금의 경우 1756억원이었다.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미래에셋증권의 유보율 증가폭과 유보율 수치가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증권은 64.39%p 오른 1000.33%으로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1000%가 넘는 유보율을 보였다.

    하나대투증권(792.81%)과 삼성증권(773.62%)도 700%대를 기록하면서 높은 편에 속했다. 뒤이어 △대신증권(288.99%) △NH투자증권(172.74%) △현대증권(161.96%) △메리츠종금증권(145.35%) △KDB대우증권(141.10%)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벌어들인 수익이 자본금에도 못 미쳐 유보율이 100% 미만이었다. 신한금융투자는 전년대비 7.90%상승한 72.57%를 기록하면서 10대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100%를 넘지 못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각 사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유보율을 일괄적으로 보긴 힘들지만 유보율이 현저히 낮으면 재무건전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라면서 "그렇다고 해서 너무 높으면 수익에 비해 투자를 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적정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증권사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전년(1507억원)대비 626.87% 급증한 총 1조9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