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적 옥상옥 지배구조 철폐... '최태원→합병회사→사업자회사' 간결대만 홍하이 보유 SK C&C 지분률, 4.9%→3.48%로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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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 C&C와 SK(주)가 20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하면서 자산 13조2000억원의 지주사가 탄생했다. 이번 합병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한층 강화되고, 그동안 꾸준히 지적받아 온 SK C&C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규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양사에 따르면 SK C&C와 SK는 각각 약 1대 0.74 비율로 합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SK 지분은 합병 전 0.02%에서, 합병후 23.2%로 증가한다. 특히 최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지분(7.4%) 등을 포함하면 30.6%가 돼 최 회장의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다.

    그동안 SK는 '최태원 회장→SK C&C→SK(주)'로 이어지는 기형적인 옥상옥 지배구조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최태원 회장→합병회사→사업자회사'로 지배구조가 간결해진다. 최태원 회장은 새로운 지주회사가 되는 합병회사의 직접 대주주가 되면서 그룹을 더욱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 관계자는 "날로 악화되는 경영환경 속에서 그간 지적 받아 왔던  옥상옥 지배구조 이슈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며 "이에 가장 친 시장적인 방법으로 제시된 SK㈜와 SKC&C의 합병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지난해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SK그룹의 매출과 수익이 역성장한 초유의 상황에서 더 이상은 물러날 곳이 없다는 판단 아래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두 회사의 합병이라는 초강수 혁신안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의 지배구조로는 위기 극복 및 미래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는데다, 계속되는 지배구조 이슈에 발목을 잡히기 보다는 지배구조 혁신을 통해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데 온 힘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최태원 회장의 경영공백 장기화와 주력사업의 시장 변화 등에 적기 대응을 하지 못해 SK그룹 전반의 위기가 발생한 만큼, 이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단순하고 효율적인 지배구조 혁신에 나선 것이다.

    SK그룹은 지난해 주력인 정유사업에서 37년만에 1조원라는 천문학적인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그룹 전체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이와 함께 이번 합병으로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총수 및 친족이 지분 30%(비상장사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중 내부거래 매출액 비중이 12% 이상이거나 200억원 이상인 기업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사실상 0.6% 지분에 1주만 더 처분해도 일감몰아주기 리스크 해소가 가능하다.

    지난 2013년 기준으로 SK C&C의 그룹 내부 거래액은 954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1.5%를 차지했으며 최태원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SK C&C 지분율은 43.6%로 일감 몰아주기의 규제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30% 아래로 낮추는대신 내부 거래 비중을 줄이는 방편으로 SK와의 합병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합병하는 회사는 기존 순수지주회사에서 기존 SK C&C의 ICT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지주회사가 되며 SK C&C 보통주와 SK 보통주의 합병비율은 1대 0.7367839, SK C&C 우선주와 SK 우선주의 합병비율은 1대 1.1102438이다. SK 브랜드의 상징성 및 그룹 정체성 유지 차원에서 합병회사의 사명은 SK주식회사로 결정했으며 6월 26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8월 1일에 최종 합병이 마무리될 계획이다. 


    SK그룹은 SK C&C의 적극적인 신규사업 개발 및 글로벌 진출 역량과 SK㈜가 보유한 인적·물적 역량 및 포트폴리오 관리 역량이 결합될 뿐 아니라, 사업자 회사들의  글로벌 네트웍을 통한 해외 진출 등 시너지 창출이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기존 지주회사의 기업가치와 달리, 합병된 지주회사가 영위하는 ICT 사업성과가 직접 반영되기 때문에 기업가치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한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일자리 창출형 사업인 ICT 사업이 크게 확대 되기 때문에 청년 일자리 창출 등 국가경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실제로 SK C&C 인력규모가 2005년말 2019명에서 2010년 3451명, 지난해 말에는 4063명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고 협력업체도 2005년 459개에서 지난해 말 618개로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해 7월 SK C&C 지분 4.9%를 인수한 대만 홍하이(鴻海) 자회사인 베스트 리프 엔터프라이즈의 지분은 이번 합병으로 3.48%로 줄어든다. 당시 홍하이는 최태원 회장의 SK C&C 지분 245만주를 3810억원에 매입한바 있다.

    한편, 홍하이는 애플 등의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팍스콘의 모기업으로 최근에는 전기차,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