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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이 열린 가운데, 항로변경죄의 유·무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측의 '항로'의 의미와 관련 치열한 공방전이 오갔다.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의 심리로 열린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이 열린 가운데, 검찰이 조 전 부사장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항로변경죄'와 관련 "조 전 부사장이 운항 중인 기내에서 사무장과 승무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행사한 것과 위력으로 이동 중인 항공기를 탑승게이트를 되돌려 사무장을 하기시킴으로써, 위력으로 운항 중인 항공기의 정상 운행을 방해한 것"이라고 공소사실 요지를 설명했다.
특히 '운항중'이라는 의미에 대해 검사 측은 "항공보안법 제2조 1항에 따르면 '운항중'이라 함은 승객이 탑승한 후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때부터 내리기 위해 문을 열 때까지를 말한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 측은 항로변경죄에서의 '항로'의 의미에 대해 최종 의견을 진술했다.
검찰은 "'항로'는 운항하는 비행기가 항로를 따라 다니는 길"이라며 "국제협약과 일본 등 당사국 이행입법의 입법 취지를 살펴보면 항로는 항공기가 비행 중일 때 뿐만 아니라 공항 활주로, 불시착 장소 등에도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법 체계상 '항로'를 따로 정의하지 않고 있고, 그 사용과 관련해 여러 의미로 사용되고 있어 통일적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며 "항로는 항공기가 운항하는 경로로, 항공기가 운항을 시작해 종료할 때까지 예정된 이동경로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기장이나 활주로 등 지상에서 이루어진 항공기의 운항 경로도 '항로'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조 전 부사장 변호인 측은 반론에 앞서 먼저 조현아 전 부사장의 기본적인 입장에 대해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 변호인 측은 "조 전 부사장은 자신의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사무장과 승무원 등 피해자들 본인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준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항소심에 서 강요죄와 업무방해죄를 인정하고 재판부에 선처를 구하고 있다"면서 "특히 항로변경죄의 유·무죄를 다투는 것도 마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비쳐질까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 전 부사장과 변호인 측 또한 항로변경죄에 대해 의문이 드는 점을 고려해 이 부분을 다시 한 번 재판부에게 의견을 구해보고자 한다"며 반론을 이어갔다.
변호인 측은 "항공보안법상 항로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의규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항공기의 이륙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푸시백 절차를 보여주는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검찰 측이 주장한 계류장 내의 위험성과 관련해 "공항 내 항공기나 차량의 이동은 지상이동유도통제시스템에 따라 규제되고 있으며, 실제 계류장에서 램프리턴이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고, 이 때문에 항공기 안전에 문제가 된 사례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변호인 측은 "국어사전, 백과사전, 항공전문사전 등은 모두'항로'를 공로라고 하며 항공로와 같은 의미라고 정의하고 있다"면서 "국제협약을 근거로 한 확장해석의 경우 입법의 경위는 법률해석을 고려해야 할 수많은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지 법 조항의 해석을 위한 유일한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끝으로 변호인 측은 최후변론을 통해 "이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박창진 사무장과 여 승무원 및 가족들에게 사죄를 드리고,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것 또한 죄송하다"며 "다만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기 위해 항소한 것이 아니고, 다만 항소심에서 다시 한 번 재판을 받아보고자 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구속 111일째를 맞은 조 전 부사장은 구속 전과 비교해 야윈 모습으로 나타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변호사와 몇마디 짧게 의견을 나눌뿐, 지속해서 고개를 숙이고 재판 내용을 비교적 겸허하게 듣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