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희 연구위원 "자동차보험 등 가능한 것부터 시행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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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온라인쇼핑몰 머니슈퍼마켓 초기화면.ⓒ머니슈퍼마켓 홈페이지
온라인에서 다양한 보험사 상품을 비교해 구매할 수 있는 '보험슈퍼마켓' 도입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보험업계가 그 효용성에 대해 상이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자동차보험 등 고객이 직관적으로 비교가능한 보험부터 시간을 두고 정착시키자는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2013년 11월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고객의 보험상품 접근성 제고 차원에서 보험업계 공동으로 온라인 시장을 설립·운영하는 보험슈퍼마켓의 도입을 최초로 언급했다.
이후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금융소비자 정책 종합계획'에서도 보험슈퍼마켓을 논의한 데 이어 지난 6일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보험슈퍼마켓을 올해 안에 출시하겠다고 청와대에 보고, 보험슈퍼마켓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보험슈퍼마켓에 대해 금융위는 다양한 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힐 수 있는 제도라는 입장이다.
이동훈 금융위 보험과장은 "소비자가 보험상품을 일목요연하게 비교할 수 있게 하자는 제도의 기본 취지가 명확하다"면서 "당장 복잡한 보험상품까지 슈퍼마켓에 넣을 수 없더라도, 상대적으로 직관적인 비교가 가능한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부터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변액보험·신체보험 등 구조가 복잡한 상품을 내놓지는 못하더라도, 자동차보험 등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려는 보험슈퍼마켓의 장점을 살려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보험업계는 제도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그 효용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 전문 설계사가 충분히 설명해도 다른 말이 나올 수 있는 것이 보험상품인데 온라인으로 판매하면 결국 자동차보험 같은 단순한 보험밖에 취급할 수 없고, 그럼 현재 다이렉트 채널과 다를 것이 무엇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함께 그는 "소비자는 결국 보험슈퍼마켓을 통해 보험상품의 정확한 정보를 얻어 구매하기를 원할 것"이라며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리스크가 큰 것이나 특약 등 구조가 복잡한 것 다 빼고 나면 막상 보험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상품은 얼마 안되는데, 효용성이 있을지 의문이다"고 했다.
소비자 선택권 보장이라는 제도의 기본 취지에 동감하더라도 보험설계사의 충분한 설명이 필요한 보험 상품들을 제외하면 자동차보험 등 몇몇 보험밖에 취급할 수 없다는 것.
이에 대해 '보험슈퍼마켓 도입에 따른 영향' 보고서를 작성한 정승희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인터넷 보험쇼핑몰 중에서는 소비자들이 신뢰를 줄 만한 곳이 부족하다"면서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자세로 천천히 보험슈퍼마켓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했다.
정승희 연구위원은 이어 "영국의 머니슈퍼마켓같이 활성화된 온라인 보험쇼핑몰도 자동차보험 등 직관적 비교가 가능한 상품을 주로 취급한다. 그 부분부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 시작할 유인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슈퍼마켓'이라는 명칭에 얽매여 욕심을 내기보다, 시행 가능한 작은 부분부터 천천히 정착시켜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온라인 보험쇼핑몰을 만들자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