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그린벨트 규제 완화, 수도권 과밀·지역균형발전 사실상 포기"국토부 "공장 증축 대상 12% 불과·주민불편 해소용…수도권 규제 완화 아냐"
  • ▲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기자실에서 개발제한구역 제도 개선 취지 및 난개발 등 부작용 방지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기자실에서 개발제한구역 제도 개선 취지 및 난개발 등 부작용 방지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기존 공장의 증축을 일부 허용한 것과 관련해 수도권 규제 완화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수혜대상이 제한적이어서 수도권 규제 완화와 무관하다는 태도다. 하지만 경기도가 입지규제 완화 최대 수혜지인 데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 공장 규제 완화에 특히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가랑비에 옷 젖듯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구사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토부는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앞으로 30만㎡ 이하 그린벨트는 시·도지사가 직접 해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아울러 그린벨트 입지규제 완화 차원에서 그린벨트 지정 전부터 있던 소규모 공장의 증축을 보전녹지지역과 같은 대지건물비율(건폐율) 20%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그린벨트지역 거주 주민의 생활불편 해소를 이유로 들었다. 국토부는 그린벨트 내 공장 총 112개 중 12%에 해당하는 13곳이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그린벨트 규제 완화가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수도권 규제 완화의 신호탄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부가 그린벨트 내 기존 소규모 공장의 증축을 허용하면서 대상을 제한하는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원칙적으로는 모든 기존 공장에 대해 증축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브리핑 등을 통해 건폐율 10% 이하 공장이 13곳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국토부 규제 완화 개선의 기본방향은 원칙적으로 그린벨트 지정 전부터 있던 모든 공장을 대상으로 한다.

    이번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지도 수도권인 경기도다. 국토부가 밝힌 13개 공장의 위치를 보면 경기도 8곳, 서울 2곳, 부산·광주·대구 각각 1곳이다. 수도권 공장이 10곳으로 77%를 차지한다.


    수도권 규제 완화의 직격탄을 맞게 될 충청권의 한 균형발전업무 담당자는 "정부는 그린벨트지역 주민의 생활불편을 들어 입지규제 완화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며 "비수도권은 기존 거주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좋으나 수도권 인구 증가를 유발할 수 있는 아파트나 공장규제 완화 등은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비수도권 지자체는 정부가 지방에서 민감하게 생각하는 수도권 공장규제 완화와 관련해 가랑비에 옷 젖듯 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충청권 다른 관계자는 "얼핏 규제 완화 대상이 미미해 보이지만, 원칙적으로는 모든 기존 공장을 대상으로 삼는다"며 "조금씩 수도권 규제를 풀어주다 보면 나중에는 부지불식간에 손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 환경운동연합과 환경정의가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린벨트 규제 완화와 관련해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연합뉴스
    ▲ 환경운동연합과 환경정의가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린벨트 규제 완화와 관련해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연합뉴스


    환경단체도 정부의 이번 그린벨트 규제 완화에 대해 수도권 과밀 문제나 지역균형발전을 사실상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평가한다.


    환경운동연합은 6일 정부의 그린벨트 규제 완화에 대한 논평에서 "정부가 기업의 수도권 개발요구를 전폭 수용해 개발의 잣대로만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는 주민불편·재산권 침해 해소를 앞세우지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부추기는 조각개발·연접개발이 다반사로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방지를 위해 세계적으로 활용되는 광역적 도시관리수단"이라며 "그동안 수도권에 집중되는 개발수요를 지역으로 이전해 지역균형발전 효과를 거두었다"고 부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국토부는 난개발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를 여러 겹 마련했다지만,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며 "우선 국토부·환경부와의 사전 협의를 예로 들지만, 협의와 허가는 책임 주체가 완전히 다른 문제이고 특히 수도권 과밀억제와 지역균형발전 등 경기도와 다른 지역의 이해가 엇갈리는 경우 조정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국토부는 그린벨트 해제 총량(전국 233㎢) 중 남은 물량이 수도권 42%, 지방 58%로 지방이 더 많다는 견해지만, 시·도별 면적을 보면 경기도가 49.5㎢로 대전(24.3㎢), 대구(21㎢) 등의 2배"라며 "이는 여의도 면적(2.9㎢)의 17배에 해당하는 규모로, 경기도 그린벨트 면적의 62%가 외지인 소유라는 점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공장 증축 혜택이 경기도에 쏠린 듯 보이지만, 애초에 그린벨트 내 공장 대부분이 수도권에 있다"면서 "증축 대상이 그린벨트 지정 전 기존 공장 전부로 돼 있기는 하나 대부분이 건폐율 20%를 넘고 있어 수혜 대상에서 빠진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조처는 공장총량제와 관련한 규제로 수도권 규제 완화와 전혀 상관없다"며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이라면 이처럼 미약하게 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비수도권 지자체는 지난 1일부터 수도권 규제 완화 반대 100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