委 "사전 협의 없었다"…유기준 장관, 내년 총선 의식 밀어붙이기 논란도
  • ▲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기자실에서 마리나산업 육성대책 및 크루즈산업 활성화대책 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기자실에서 마리나산업 육성대책 및 크루즈산업 활성화대책 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해양수산부가 사행산업을 관리하는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를 도외시한 채 크루즈(유람선) 선상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허용을 추진하는 등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기준 해수부 장관이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민감한 문제를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행감독위) 사무처는 13일 해수부가 연내 국적 크루즈 선사 출범을 추진하면서 선상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 개정을 준비하는 것과 관련해 "사전에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 뉴스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된 사행감독위는 불법 사행산업 근절과 도박중독 예방·치료 등의 활동을 벌인다. 매년 업종별로 사행산업 순매출 비중을 설정하는 등 사행산업을 관리한다. 올해 사행감독위가 정한 국내 사행산업(외국인 카지노 제외)의 순매출액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54% 수준이다. 올해 매출 총량은 순매출액 기준 8조4740억원이며 특히 카지노(외국인 카지노 제외)는 1조3945억원 규모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사행감독위 한 민간위원은 "해수부는 크루즈 산업 활성화를 위해 선상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이 허용돼야 한다는 차원인데 정부의 기본 방침은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 문제는 무엇보다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하고 자칫 외국인 카지노에도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빌미를 줄 수 있어 고려할 게 많다"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이런 사행감독위 기조를 무시한 채 선상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허용을 밀어붙이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어 불만을 사고 있다.


    유 장관은 경제관계장관회의가 열린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별도의 브리핑을 통해 "내국인의 선상 카지노 이용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유 장관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국회에서 이미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보고 개정안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현근 인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문화관광위원장은 "사행감독위는 기본적으로 국내 사행산업 전반에 대해 규제 기능을 가진다"며 "선상 카지노의 내국인 허용은 매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데 이를 관리하는 사행감독위와 해수부가 따로 노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카지노 허가권을 쥔 문화체육부도 김종덕 장관이 직접 "(이번 문제는) 정부 내에 합의된 사항이 아니다"며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할 사항"이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해수부가 관계 부처와의 사전 협의 없이 민감한 사안을 임의로 처리하려는 것과 관련해 내년 총선과 유 장관의 거취 문제가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유 장관이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적이 없는 가운데 부산에 지역구를 둔 유 장관이 구체적인 성과를 보이려고 앞서나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해수부가 새 성장동력으로 크루즈 산업 활성화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은 이해되지만, 장관이 업계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수부는 논란이 불거지자 8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연내 국적 크루즈 출범을 추진하는 가운데 선사 등 관련 업계에서는 외국적선과의 대등한 경영여건 조성을 위해 내국인 카지노 출입 허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계속해서 제시하고 있다"고 법 개정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해수부 한 관계자는 "유 장관이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도박 등 사회적으로 예민한 문제를 임의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없지 않다"며 "이번 논란으로 크루즈 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