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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으로 중동지역에 나가 있는 국내 건설근로자들의 안위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정부와 관련 협회는 시공현장이 오지에 있어 현지에서 느끼는 위험 지수는 국내보다 덜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두메지역은 의료기관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외부와 단절된 탓에 좁은 지역에서 감염 전파 속도가 빠를 수 있는 만큼 정부에서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제시된다.
3일 국제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지난 2일(현지시각)까지 전 세계 메르스 환자 수는 1161명, 사망자는 433명이다. 이 중 메르스가 처음 발견된 중동지역에서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일까지 한 달간 새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총 29명이다. 사우디아라비아 24명,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각각 2명, 이란에서 1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22명으로 신규 발생 환자의 76%를 차지했다.신규 환자 중에는 확진 환자와 접촉했거나 낙타와 접촉한 경우 또는 낙타유 섭취가 잦은 환자가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ICAK)는 현재까지 중동지역 국내 건설근로자 중 메르스 발병 사례는 확인된 게 없다고 밝혔다. 현재 중동지역에서 일하는 국내 건설근로자는 총 20개 국가에 1만2792명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32개사 3912명으로 가장 많고 쿠웨이트 15개사 1252명, UAE 24개사 1036명, 카타르 17개사 445명 등이다.
국토부와 ICAK는 지난 4월21일과 5월21일 두 차례에 걸쳐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를 통해 사고 발생 대비 초동조치 매뉴얼을 공지하고 질병관리본부에서 받은 예방수칙을 전파한 상태다.
국토부·ICAK 관계자는 "ICAK 주관으로 오는 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하반기 중동 전망 세미나에 질병관리본부에서 나와 메르스에 관해 안내하고 예방법 등을 홍보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국토부와 ICAK는 중동 현지에서 아직 확인된 우리나라 건설인력의 메르스 발병 사례가 없는 것과 관련해 시공현장이 오지에 많다 보니 환경적으로 외부와 단절돼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인의 접근이 쉽지 않아 메르스 감염으로부터 덜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ICAK 관계자는 "건설회원사가 중동현장과 통화해보면 메르스가 확산하는 국내 상황과 비교할 때 오히려 현지가 더 안전하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두메지역 특성상 이들 시공현장이 메르스 초기 대응이나 집단발병에 취약할 수 있다며 정부가 안이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제기된다.시공현장이 오지에 떨어져 있으면 환자 발생 때 응급의료기관 접근성이 떨어지고 제한된 장소에서 근로자들이 합숙생활을 하기 때문에 집단발병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이다.
국토부와 ICAK가 지난해 6월 배포한 해외건설현장 초동조치 매뉴얼을 보면 전염병으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 1단계로 30분 이내 현지 의료기관에 감염자를 옮겨 입원시키거나 의심환자를 격리 조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두메지역에 떨어진 건설현장의 경우 응급의료기관이 멀리 떨어져 있어 매뉴얼대로 30분 이내 감염자를 후송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또 합숙생활을 하는 탓에 감염 전파 속도가 빨라 의심환자를 격리할 적기를 놓칠 가능성도 크다.
또한 매뉴얼에는 전염병 대응의 사례로 메르스를 들기는 했지만, 정작 매뉴얼에 첨부된 법정 전염병 목록에는 메르스가 빠져 있다. 메르스보다 치사율이 낮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은 제4종 법정 전염병으로 분류돼있다.
국토부 해외건설지원과 관계자는 "중동지역 해당 국가에 나가 있는 대사관 홈페이지에 현지 주요 병원의 정보를 소개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