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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도로.ⓒ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에 따른 불안감이 직장인들의 출·퇴근 양상까지 변화시킬 조짐마저 보인다. 감염을 우려하는 분위기 속에 대중교통 수단 대신 자가용 이용을 검토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직장이 경기 과천시인 회사원 지모(41) 과장은 이달부터 자가용 출·퇴근을 다시 시작했다. 지난해 교통편이 좋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으로 이사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왔지만, 최근 메르스 확산에 따른 불안감에 다시 자가용 출·퇴근을 선택했다.
지씨는 "주변에서는 막연한 불안감에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는 반응도 있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외동딸 때문에라도 당분간은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을 이용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경기 수원시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김상윤(33)씨는 "3일 메르스 격리 대상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는 뉴스를 보고 대중교통이 무서워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매일 콩나물시루처럼 실려 다니는 지옥철에서 메르스 바이러스 보균자를 만난다면 감염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공포감이 든다"고 부연했다. 김씨는 기름값이 부담돼 자주 사용하지 않던 자가용을 몰고 출·퇴근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우려했던 메르스 3차 감염자가 계속 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막연한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일부는 지 과장이나 김씨처럼 동시에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대중교통 대신 그동안 기름값 부담으로 이용을 자제했던 자가용 출·퇴근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4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인천, 성남, 서울 등 수도권 13개 주요 영업소별 출·퇴근 시간대 평균교통량을 살핀 결과 70%에 해당하는 9곳에서 메르스 관련 보도 이후 영업소를 거쳐 출발하는 교통량이 소폭 증가했다. 53%인 7곳은 오전 8~9시 출근시간대 출구 교통량이 늘었다.
인천영업소는 메르스 감염 국내 환자가 처음으로 확인된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출근시간대에 총 8851대의 차량이 영업소 출구를 통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8068대보다 9.7%(783대) 증가했다.
동서울영업소는 2785대로 지난해 2655대보다 4.9%(130대), 동수원영업소는 2765대로 2014년 2661대보다 3.9%(104대) 각각 늘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일부 영업소에서 메르스 환자 발생 이후 출구 교통량이 증가했지만, 거꾸로 감소한 곳도 있어 메르스 영향으로 말미암은 변화라고 잘라 말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시흥영업소의 경우 최근 교통량은 908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9443대보다 3.8%(360대) 감소했다.
하지만 메르스 확산세가 수그러들 때까지 당분간 자가용 출·퇴근자가 늘어날 거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김씨는 "메르스 격리 대상자가 1000명을 넘어 앞으로도 메르스 확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름값 인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직장인이 자가용으로 유턴하는 사례가 계속 나올 것"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메르스 확산 기세가 꺾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