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차원서 제출했던 사표 수리키로
  • 포스코가 계열사 대우인터내셔널의 전병일 사장을 해임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재무구조개선 차원에서 미얀마가스전 등 대우인터 자원개발 사업부문 매각을 검토한 바 있는데, 전 사장이 이에 공개 반발한 것이 발단이 됐다. '포스코 외 구조조정의 성역은 없다'는 입장의 포스코 입장에서는 전 사장의 행동을 사실상 '항명죄'로 규정한 셈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최근 그룹차원의 경영쇄신 각오로 전 사장이 제출했던 사표를 조만간 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대우인터 사장으로 취임했던 전 사장의 당초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포스코의 전 사장 해임은 이 회사가 대우인터 미얀마가스전 매각을 검토하면서부터다. 포스코는 지난해 3월 권 회장 취임부터 재무구조개선을 제 1과제로 삼고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포스코특수강 포스화인 등 지분매각을 통해 1조5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했지만, 좀체 업황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포스코의 구조조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상태다.

    포스코의 컨트롤타워격인 가치경영실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여러가지 구조조정 시나리오를 검토했는데, 그 중 하나가 대우인터 자원개발 사업부문 매각이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미얀마가스전을 매각할 경우 약1조5000억원의 현금을 추가 확보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가스전 매각과 관련한 문서가 외부로 유출되며 포스코가 당장에라도 자원개발 사업부문을 팔 것처럼 풍문이 돌기 시작했다. 사내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전 사장은 지난달 26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포스코는 우량자산이 아닌 부실 자산을 먼저 정리해야한다'며 공개적으로 매각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권 회장에게 직접 건의한 내용도 게시판에 그대로 게재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지난해 권 회장 취임 후 포스코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들이 구조조정의 대상이라고 줄곧 밝혀왔다"며 "문서유출 이후 전 사장이 직원들을 추스르기보다는 본사 차원의 구조조정 계획에 앞장서 반기를 든 만큼 수뇌부 입장에서는 괘씸 내지 항명죄 정도로 보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포스코가 대우인터 신임 사장으로 포스코 내부 인물을 앉힐 것인지, 대우인터 출신 인사를 승진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전 사장은 지난 2010년 대우인터가 포스코에 편입되기 전부터 대우인터에서 쭉 상사맨으로 활약한 경우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포스코와 대우인터 관계가 썩 유쾌하지 않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대우인터는 포스코의 계열사이긴 하나 과거 대우그룹 시절 DNA를 고집하는 한편 종합상사업계 1위라는 자존심으로 본사에 다소 꼿꼿한 면이 있었고, 포스코 입장에서는 그런 대우인터가 달갑지 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 2012년 대우인터 사명을 '포스코대우'로 변경하려고 했으나 대우인터 내부의 거센반발로 무마된 바 있다. 포스코 계열사 중 '포스(POS)'를 사명에 사용하지 않는 곳은 대우인터가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