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트 국민연금의 결정이 관건
  • 내달 17일 예정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관련 주주총회에서 삼성과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의 표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증권가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당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주총을 통해 무난히 성사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시간이 지나면서 엘리엇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이는 외국계 주주들의 판단과, 캐스팅보트 역할을 담당할 국민연금의 결정에 대한 예상이 증권사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1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합병 무산시 발생할 손실을 감내할 주주가 많지 않다는 것.


    이날 한병화 연구원은 "현재 약 1조원 이상의 제일모직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민연금이 반대를 하거나 기권할 확률은 높지 않다"며 "합병 무산시 제일모직의 주가 하락은 명약관화, 엘리엇의 주장에 동의할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 재산을 위탁 관리하는 기관이 해외 헤지펀드의 의견에 동조하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보증권도 보고서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성공에 무게를 뒀다.


    백광제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수익률 극대화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취하기 어려우며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합병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며 "엘리엇을 제외한 외국인 투자자 26.7%의 표심 역시 유동적이므로, 엘리엇 공세의 성공 여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또 "합병 발표 이후 삼성물산 주가는 장중 3년래 최고치를, 제일모직 주가는 상장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이는 합병 시너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화투자증권은 양사의 합병이 엘리엇의 관여로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철범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상황에서 삼성 측의 우호 지분이 19.8%인데 비해 7.1%를 소유한 엘리엇 측에 우호적일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은 26.7%나 있다"며 "삼성그룹이 7월 17일 열리는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이기는 것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또 "삼성 측이 10.2%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으로부터 찬성 의견을 받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며 합병 무산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한국투자증권도 표 대결을 통한 삼성의 경영권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윤태호 연구원은 "엘리엇의 반대 의사 표시 이후 해외 주요 투자자는 합병 반대 가능성을 언급하며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는 상황"이라며 "엘리엇에 우호적 지분이 추가로 나타난다면, 삼성물산의 경영권 확보와 주총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