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관계자 "문학청년시절부터 이미 표절 알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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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숙 소설가의 표절 의혹에 문단과 독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응준(45)씨는 신경숙(52)의 단편 '전설' 일부가 일본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김후란 번역)을 표절했다고 <허밍턴포스터>에 16일 기고했다.

     

    이응준은 그동안 표절문제는 문단 내에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일종의 내부고발자가 돼버려 자신의 문단생활을 망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이응준은 신경숙의 남편 남진우를 겨냥 하듯이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 부분 표절 주장) 이렇게 확실한 증표가 있는 와중에도 한국문단의 '침묵의 카르텔'이 있다"며 "문단의 다른 작가들은 일종의 내부고발자가 돼버려 자신의 문단생활을 망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응준은 한국문학의 표절은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치밀하게 진행돼 몽롱하게 마무리된다"며 "개인적인 표절 말고도, 거대 출판사의 사장과 편집부가 작가에게 이거 써라 저거 써라 제시하고 조종하다가 유리잔이 엎어져 물이 쏟아지는 것처럼 표절 사건이 터지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신경숙의 남편 남진우는 오랫동안 계간 '문학동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남진우는 신경숙의 글을 가까이에서 지켜봤을 터.

     

    남진우는 1960년 생으로 신경숙보다 3살 연상의 대학교수이자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 문단에 데뷔했다. 그는 현재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부인의 표절은 전혀 거론하지 않은 남진우 교수는 여러 문인들을 표절작가라고 몰아세운 바 있다.

     

    앞서 이응준은  남진우의 다른 작가 표절 지적에 대해 "하일지를 비롯한 여러 문인들을 표절작가라며 그토록 가혹하게(아아, 정말로 가혹하게!) 몰아세우고 괴롭혔던 것 아니겠는가?”라며 "참으로 기적적인 것은, 그랬던 그가 자신의 부인인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에 대해서는 이제껏 일언반구가 없다는 사실"이라고 비꼬았다.

     

    남진우 교수와 하일지 작가의 논쟁은 1991년에 벌어졌다. 남 교수는 하일지의 '경마장 가는 길'이 로브그리예의 작품을 표절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응준은 2000년 가을 즈음부터 줄줄이 터져 나온 신경숙의 다양한 표절 시비들을 그냥 시비로 넘겨버린 이후 한국 문단이 여러 표절 사건을 단호하게 처벌하지 않는 악행을 고질화·체질화시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응준은 글에서 표절논란 글을 제시하며 "그야말로 한 일반인으로서도 그러려니와, 하물며 한 순수문학 프로작가로는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명백한 '작품 절도행위-표절'인 것이다"라고 일침을 날렸다.

     

    한편 다른 작품들도 표절논란으로 떠올랐다. 1999년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린 신씨의 소설 '딸기밭'의 한 구절이 재미 유학생 안승준의 유고집 '살아는 있는 것이오'의 서문에 실린 아버지의 편지글과 같다는 사실이 보도돼 논란이 됐다.


    또 문학평론가 박철화씨는 '작가세계' 1999년 가을호에 신씨의 장편 '기차는 7시에 떠나네'와 단편 '작별인사'가 각각 프랑스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와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를 표절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당시 신씨는 "유족에 누를 끼칠까봐 유고집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명했고 표절에 대해서는 모두 강하게 부인했다.

     

    또 공개적으로 문제된 적은 없지만 신씨의 출세작 '풍금이 있던 자리'와 '해변의 의자' 제목을 엄승화 시인의 시('풍금을 놓아 두었던 그 자리', '해변의 의자')에서 가져와 당시 시인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응준이 표절이라고 문제삼은 부분. 4개 문장이 거의 비슷하다.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 부분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신경숙의 '전설' 부분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중략)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