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신청 가처분 첫 심문 법정공방 시작 기점으로 양측 우호세력 끌어모으기 여론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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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물산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의 법정 공방이 19일 시작됐다.

     

    엘리엇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주주총회 결의 금지와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이 이날 오전 11시 열렸다.


    이번 법정대결의 핵심은 KCC가 매입한 삼성물산의 자사주 5.76%의 의결권이 인정될지 여부로, 법원의 판단에 따라 내달 열리는 주총의 결과도 바뀔 수 있다.


    이에 따라 '자사주'에 대한 법리적 해석과 함께 법정공방을 기점으로 시작된 양측의 여론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사주란 기업 자신의 자금으로 기업이 발행한 주식을 취득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으로 의결권은 없다. 기존에는 자기주식의 취득이 원칙적으로 금지됐지만, 증시에서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지난 1997년 제약이 완화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자사주 매입이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큰 효과는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주가상승이 기대된다. 자사주를 매입하게 되면 그만큼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수가 줄어들어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주주(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영하는 소식이다.


    또 주가가 떨어졌을 때나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회사측이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덜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자사주 매입은 특히 재벌기업 입장에서도 지배권을 강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그룹을 들 수 있다. 순환출자 구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삼성물산 역시 삼성물산→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이어가기 위해 기존에 5.76%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엘리엇의 거센 공세로 이번에 자사주를 KCC에 팔게 됐다.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우군인 KCC에 매각함에 따라 5.76%의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살아나게 됐다는 점이다. 삼성물산이 자사주 5.76%에 대한 의결권을 되살림에 따라 합병에 찬성하는 지분을 단숨에 20% 가까이 확보, 표대결로 가려던 엘리엇이 위기를 맞게 된 것.


    이에 따라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매각해 엘리엇을 비롯한 다른 주주들 역시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으로, KCC가 매입한 5.76%의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소송을 통해 막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법정 공방의 핵심 역시 삼성물산에서 KCC로 넘어간 자사주에 대한 의결권 인정 여부다.


    삼성과 엘리엇 모두 법정공방을 기점으로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싸움도 시작했다.


    엘리엇의 경우 전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홈페이지(페어딜 for 삼성물산(sct))를 개설했다. 홈페이지는 그동안 엘리엇의 보도 자료와 함께 이번 합병안에 대한 공식적인 견해를 담은 프리젠테이션 파일 등이 게시돼 있다.


    삼성물산은 이번 합병을 "기업의 미래가치와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는 한편 글로벌 1위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 크레디트스위스(CS)과 자문계약을 맺으며 준비에 나서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그동안 삼성그룹의 중요한 거래가 있을 때마다 자문을 맡아왔으며, 이번에도 CS와 함께 26.7%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 중인 외국인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은 전일 이사회를 열어 엘리엇이 주주제안 한 안건을 내달 임시 주총 의안으로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엘리엇은 현물 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개정할 것과 이사회뿐 아니라 주총 결의로도 회사가 중간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 개정에 나설 것을 삼성물산에 요구했다. 중간배당도 현물배당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삼성물산측은 "주주제안의 적법성에 대해 법률 검토를 진행한 결과, 상법상 이사회 결의로 규정된 중간 배당을 주총 결의로 하는 부분은 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도 "명시적인 판례가 없고 이를 거부할 경우 엘리엇의 가처분 청구로 합병절차가 지연될 수 있어, 주총 안건으로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엘리엇의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한 것은 엘리엇의 공세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맞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