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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서민의 금융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서민금융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서민금융상품 공급 규모 및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주요 내용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3일 밝힌 이번 방안은 기존의 서민금융지원책에서 큰 틀이 바뀌진 않았지만, 그 규모와 대상 등을 확대했다는 특징이 있다.
지금까지의 서민금융지원방안을 되짚어보고, 정책상 미비점 및 부작용을 살핀 후, 이에 대한 보완책을 고찰해봤다.
◇ 사라질 뻔 했던 햇살론·새희망홀씨… 공급규모·대상 오히려 확대
금융위는 ‘서민금융지원 강화방안’을 통해 '햇살론',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바꿔드림론' 등 서민금융상품 공급 규모를 연 4조 5000억원에서 5조 70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더불어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햇살론과 새희망홀씨 상품을 오는 2020년까지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서민금융상품은 이명박 정부가 '서민 금융'을 강조하며 내놓은 5~10% 금리의 대출상품이다.
아울러 대출금을 성실하게 상환 중인 서민들을 위해 긴급 생계 자금 대출 도입, 추가 금리 우대 등 각종 인센티브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긴급 생계 자금 대출을 통해 햇살론,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등 정책상품을 약 1년 이상 성실하게 상환한 서민들에게 기존 대출상품 금리로 500만원 범위 내에서 지원한다는 것이다. 대출 서류를 간소화해 사실상 즉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거치기간도 부여한다.
햇살론을 성실상환할 경우 매년 대출 금리를 0.3%포인트, 미소금융은 3개월 이후 1.0% 포인트, 새희망홀씨는 매년 0.3%포인트 씩 추가 인하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 밖에 서민금융상품 확대 외에도 대부업법 상 최고금리를 현행 연 34.9%에서 29.9%로 5%포인트 인하할 예정이다. 대부업법상 금리상한선은 대부업체 뿐 아니라 저축은행과 캐피탈회사 등 제2금융에도 적용되고 있다.
◇ 서민 위한다는 '서민금융'… 우려되는 이유는
금융의 문턱을 낮추고 서민의 금융부담을 덜어준다는 의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서민금융 지원정책은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서민금융상품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취급된다는 점이 꼽힌다.
새희망홀씨대출은 연소득 3000만원 이하면 1~4등급으로 신용등급이 좋은 사람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저소득층이지만 신용등급이 좋다는 이유로 오히려 서민금융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막기 위해서다.그러자 새희망홀씨대출이 신용등급이 좋은 사람에게만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른 바 ‘사고 나지 않을만한 사람’만 골라 받았기 때문이다.
다른 서민금융 상품들도 비슷한 문제점이 발생한다.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햇살론의 경우, 예금을 조건으로 대출하는 이른바 ‘꺾기’가 발생하는가 하면, 대출 브로커에 의한 부정대출 사례가 나오는 등 시행과정에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연체 부실 확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최근 서민대출 연체율은 치솟고 있다.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 주는 바꿔드림론 연체율만 해도 지난달 말 기준 25.7%까지 뛰었다. 2013년 말의 16.3%와 비교하면 9.4% 포인트나 올랐다. 연체 부실이 커지고 있는데 오히려 대출을 더 부추기고 있는 모양새다.
서민금융상품을 보급해야 하는 금융기관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점도 문제다.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은 서민금융상품까지 다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에게 저신용자를 위한 소위 ‘중금리상품’까지 공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진정한 '서민금융' 만드려면… "우선 금융기관부터 살아야"
서민금융이 진정 ‘서민을 위한 금융’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금융기관의 수익성 확대에 유리한 경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민금융은 신용도가 불안정하거나 담보가 없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므로 위험도가 높은 한편 단기소액거래를 주로 취급하므로 위험도가 높다”며 “이들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금리를 부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분한 금리를 받을 수 없으면, 신용도가 높은 사람만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등의 부작용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조남희 원장은 “금융당국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에게 ‘서민금융 대출에 적극 나서라’, ‘중금리 상품을 내놓으라’ 등의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정책을 잘 따랐을 경우 인센티브 등의 보상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기관의 수익성에 대한 고민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요구만 할 경우, ‘관치금융’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민금융 서비스 취급을 기존 금융과 별도로 실시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서민금융은 별도의 부서에서 담당하며 서민금융 수요자에 대한 서비스 제공도 독립된 창구 또는 지점을 통해 제공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재연 선임 연구위원은 “서민금융을 별도로 취급할 경우, 담당자와 이용자 모두 전통적 금융 서비스와 서민금융 서비스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금융문화의 간섭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소위 ‘꺾기’ 등을 예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취급비용과 위험을 축소하기 위해 기존 금융서비스 제공기법과 다른 새 기법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재연 선임 연구위원은 “대출시 소액부터 대출해 준 후, 상환시마다 점차 금액을 높여가는 단계적 대출 프로그램(stepped-up loan program), 4~5명의 자금수요자를 그룹으로 구성해 1명의 수요자에게 대출을 시행, 상환 후에 다른 수요자에게 대출을 하는 ‘그룹대출 프로그램(peer lending program)’ 등의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룹대출 프로그램의 경우 그룹 동료들 끼리 자체적 감시가 가능해진다는 특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