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부품, 기계 등 경합도 높은 품목 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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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시장에서 '수출 한일전'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코트라(KOTRA, 사장 김재홍)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이후 한·일 대미 수출 전망' 보고서를 통해 TPP와 엔화 약세를 디딤돌 삼아 미국 시장에서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역습에 대비해야 한다고 29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와 일본의 대미 수출 산업의 경쟁구도를 분석하면 자동차, 기계, 전기기기 등 경합도가 높은 분야일수록 일본 제품의 경쟁력이 더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12년 3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미국 시장에서 일본을 상대로 선전해온 우리 기업들의 수출 전선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TPP가 체결돼 일본 제품에 대한 관세가 인하 또는 철폐될 경우, 일본 기업들의 수출 환경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일본의 대미 수출품 중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품목의 비중은 58%로, 이미 엔저로 득을 보고 있는 일본이 TPP로 인한 관세효과까지 누리게 되면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최근 일본 기업들이 엔저 장기화로 거둔 수익을 투자로 전환하며 수출경쟁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TPP 타결 이후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TPA(무역촉진권한) 법안이 미 의회에서 가결되어 협상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여 산업별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가장 경합도가 높은 완성차의 경우 엔저효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다행히 TPP로 인한 타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한·미 FTA에 따라 내년부터 무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양국의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증가하며 관세의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우리기업들이 비용절감 노력과 함께 장기적으로 무인자동차 등 신기술과 관련해 미국 업체와 적극적인 협력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는 TPP와 엔저의 이중고가 겹치며 우리 기업들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완성차 기업과의 미국 시장 동반진출 전략을 모색하거나 브랜드 파워와 기술력을 제고하는 등 중장기적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기계류는 전통적으로 일본이 강세를 보이는 분야로 TPP가 체결되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더욱 위협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들은 미국 내 산업 및 지역별 수요에 기반한 맞춤형 수출 전략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의 강세가 뚜렷한 전자·가전 분야에서는 무관세 품목이 많아 TPP 영향이 제한적이나, 프리미엄 가전에서 일본제품과 경쟁이 치열해질 우려가 있다. 우리 기업들은 브랜드 리포지셔닝(repositioning)과 생산효율화 전략을 추진하는 등 일본 기업들의 가격인하 움직임에 대비해야 한다.

     

    이밖에도 철강 및 철강제품의 경우 일본과의 경합도가 낮아 TPP 영향은 제한적이며, 오히려 반덤핑 제소 문제가 더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석유화학에서는 유가하락과 수요 감소로 시장 자체가 어려운 만큼, 경쟁보다는 협업으로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한편, 섬유산업은 주력 수출상품이 겹치지 않아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상훈 코트라 선진시장팀장은 "TPP 체결 이후 미국시장에서 일본과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에 대비해 산업별 대응, 고부가가치 전략, FTA 활용도 제고, 신규시장 발굴 등 민·관 공동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곧 타결될 협상내용과 중국의 참가여부에 따라 우리도 TPP 가입 시기를 조율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