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확보 위해 주식매입 공조하고도 공시의무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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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며 싸움을 걸고 나선 미국 엘리엇을 비롯한 헤지펀드들은 본국인 미국의 금융당국에도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이들은 특정 기업에 대한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다른 투자자와 공조해 대량 지분을 매입해 놓고도 관련 법상의 공시의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시장에서는 이들에 대한 공시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일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헤지펀드등 일부 주주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주식매입 공조 사실을 공지하지 않은 채 특정 기업에 대한 경영권 확보를 시도하는 등, 연방증권거래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SEC는 다수의 헤지펀드들을 대상으로 관련 정보 제출을 요구했다.

     

    미 연방증권거래법은 헤지펀드등 투자자가 특정 기업에 대한 지분이나 의결권을 매입해 5%를 상회할 경우 10일 이내에 이를 공시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다수의 투자자들이 사전 합의와 상호 공조를 통해 특정 기업의 주식을 매입 혹은 매도할 경우에도 적용된다.

     

    서로 손잡은 투자자들도 '단일 집단'의 개념을 적용하는 것으로, 공정경쟁 여건을 확보하고 '카르텔'에서 배제된 소액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사전 합의를 거쳐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같은 방향으로 행사하기로 약속한 경우에도 공시의무가 발생한다.

     

    이번 조사는 요즘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헤지펀드들의 주식 공개매입을 통한 의결권 확대 및 경영참여 요구가 급증하는 시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주주행동주의에 대해 '무간섭주의'로 일관해 왔던 SEC가 모니터링 강화에 나선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것.

     

    실제 시장에서는 그동안 주주행동주의 투자자에 대한 공시의무 강화 목소리가 점차 높아져 왔다.

     

    미국 금융윤리감시단체들은 상원 은행위원회와 하원 금융위원회 등에 발송한 서신을 통해 "의회가 주주행동주의 투자자에 대한 공시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장기업  자문회사들도 과도한 주주행동주의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역기능, 즉 경영권 분쟁 조장을 통한 주가 급등 및 시세차익 실현 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공시 기한을 현행 10일 이내에서 1일 이내로 대폭 단축하고, 주식 공개매입이 실패했을 경우 이틀간의 냉각기간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